아프리카돼지열병 예방적 살처분 과도‥사회경제적 여파 고려해야
동물복지국회포럼·동물자유연대, 가축전염병 살처분 정책 현황과 문제점 조명
국내 가축전염병 살처분 대응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국회 토론회가 17일 열렸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자유연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벌어진 광범위한 살처분 조치를 조명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ASF로 인한 살처분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발생농장 반경 500m에서 3km, 10km, 심지어 시군단위로 확대되면서 살처분 두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ASF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 두수는 42만여두로, 실제 발생농장 살처분(2만7천여두)보다 15배나 많았다.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주은 변호사도 발제문에서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실제로 전염병이 발생한 경우의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같이 규정하는 문제가 있다”며 “예방적 살처분의 요건과 절차, 집행방법 등을 법령에서 엄격하고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살처분 규모가 커지고 이동제한이나 관광통제 등 방역조치가 장기화되면서 벌어지는 부작용에도 주목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파주 ASF 발생지역 주민들은 민통선 관광이 장기간 중단되는 등 방역조치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돼지 재입식 반대 등 극단적인 축산혐오로 이어질 우려도 엿보였다.
한수양돈연구소 정현규 박사는 “OIE, FAO 등 국제기구에서도 ASF의 사회경제적 여파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살처분을 포함한 방역정책 전반이 양돈농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끼치는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여전히 반복되는 살처분 현장의 생매장 논란, 참여인력의 트라우마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시의 비상대비 인프라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현규 박사는 “평상시에 방역인원 확보와 교육, 설비확보 등을 진행하려면 결국 정부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물자유연대는 살처분 현장의 동물복지 문제를 관리하기 위해 동물보호단체의 참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 지자체가 살처분 시행 이후 가축방역심의회에 결과를 보고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종무 수의사는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살처분 피해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공장식 축산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ASF 발생지역 주변도 아닌 타 지역에서 멧돼지의 수렵을 증가시키는 정책이 윤리적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