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계 ASF 대비 미흡했다` 자성‥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전후방산업 아우르는 협의체, 법률팀 필요..미래 연구에 한돈자조금 투입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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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양돈연구소와 안기홍양돈연구소가 주최하는 미래양돈포럼이 26일 성남 수의과학회관 아이해듀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 모인 양돈 현장 종사자들은 “ASF 사태에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협의체와 본격적인 법률지원기구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돈자조금 혁신도 과제로 지목됐다. 단순 소비촉진 활동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미래 연구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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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ASF 사태에 대한 발표에 나선 돼지와사람 이득흔 편집국장은 “ASF에 정부도 산업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발생지역 시군 단위 전두수 살처분, 3주 이동제한 등 강력한 조치를 추진할 때 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정부의 SOP 제·개정 시 업계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득흔 국장은 “14개 발생농장 사례에서 확인된 잠복기는 3~5일에 불과하지만, SOP에는 OIE 규정의 ASF 바이러스 잠복기 4~19일이 반영돼 이동제한 기간이 3주가 됐다”며 “길어도 열흘이면 충분할 이동제한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업계 시각보다 살처분·이동제한 강도가 높았고, 재입식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확산 방지의 핵심조건인 조기신고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연천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농장주는 이날 포럼에서 “이런 상황에서 농가들이 ASF 의심축을 신고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농가들이 신고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들고, 사육돼지를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구제역과 달리 ASF는 어느 정도의 차단방역만 확보하면 멧돼지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을 통한 전파를 막기 위해 농장 울타리는 물론 퇴비장, 폐사돈 관리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포럼 참가자들은 ASF에 대처하기 위해 한돈협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료·약품 등 전후방 산업과 수의사회, 학계를 포함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차원의 법률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살처분, 수매·도태, 재입식, 폐업보상을 둘러싼 법정다툼과 제도정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려면 법률전문가들의 다수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에 맞춰 한돈자조금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보였다.

농가가 돼지를 출하할 때마다 소액을 거출해 조성하는 한돈자조금은 연간 350억원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활동에 쓰이고 있다.

한돈자조금 대의원회 장성훈 의장은 “한돈자조금에서 현장에 필요한 연구에 투입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며 “미래 비전을 위한 연구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업계의 미래와 국내외 법제를 탐구하는 (가칭) 한돈전략연구소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홍 소장도 “최소한 10%는 미래를 위한 연구에 투자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라며 “소비촉진을 위해 도입된 자조금 제도도 이제는 미국, 덴마크처럼 현장연구와 장기과제 발굴로 방향을 전환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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