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관련 인터넷카페에 `중성화 수술 직접했어요` 글 올라와, 군의관이 작성
수의사가 해준 것으로 드러나…군 의약품 무단 사용 의혹
지난 26일 고양이 관련 인터넷카페에 `중성화 수술 직접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게시자 B씨는 ‘수술과정의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수술환경을 직접 세팅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가 최상의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수술 받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직접 챙겼다는 것이다.
비전문가가 무단으로 수술을 했다는 것에 경악한 카페회원들의 비난이 이어지자 해당 글은 바로 삭제됐다. 하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일부 임상수의사들은 ‘수술까지 할 정도로 자가진료 행태가 심각하다’며 강력 대응할 필요성을 성토했다.
한 수의사가 직접 B씨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B씨는 “대부분의 술기와 진행은 수의사가 했으며 자신은 수술보조 역할을 한 것 뿐”이라고 대답했다.
자신이 직접 수술한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수의장교와 군의관이 합의하에 진행..각각 사과문 올려
28일, 수의사 A씨가 수의사커뮤니티에 사과글을 올리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의장교로 근무중인 A씨가 자신이 수술을 집도했음을 밝히고 용서를 구한 것.
논란이 된 글을 작성한 B씨는 A씨 소속 군부대의 예하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의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사과문에서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할 시기가 되었는데 마침 예하부대 군의관인 B씨가 의무실 수술장비와 약품을 이용하는 대신 자기 고양이도 수술해달라는 제안을 했다”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을 후회하며, 여러 선배 수의사님들께 누를 끼친 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같은 날 B씨도 고양이 인터넷카페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B씨는 자신이 군의관임을 밝히면서 수술 한 고양이를 키우게 된 경위, 수술 전후 사정 등을 설명했다. B씨는 수술을 집도한 사람이 수의사임을 밝히고 “자신이 수술준비를 주도적으로 했다고 표현한 것이 직접 집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면서 경솔하게 표현한 것을 사과했다.
아울러 “동물진료는 수의사의 고유 권한이며 이를 침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수의사 분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사죄드리고, 수의사협회 차원에서 징계가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수의장교 A씨, 군의관 집도 의혹 강력 부인..'선배, 동료수의사에게 죄송'
수의장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A씨는 “본의아니게 일반 대중들이 자가진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지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선배, 동료수의사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군의관 B씨가 직접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를 수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강력히 부인했다. 2마리 모두 자신이 수술했으며 애초에 두 마리의 수술날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군의관 B씨의 암컷 고양이는 25일에, 자신이 키우는 수컷 고양이는 그로부터 며칠 전에 두 마리 모두 자신이 직접 수술했다는 것.
A씨에 따르면, 수술장소는 진료실이 아닌 군의관 B씨의 사무실에 따로 세팅했으며, 의료용품은 A씨가 동물약국에서 구입했다고 밝힌 약품을 제외하고 모두 군의관 B씨가 소속된 의무대 것을 사용했다. 항생제나 소염제, 진통제 모두 B씨가 소속된 의무대의 약품이라는 것이다.
A씨는 군부대 내에서 군견진료 등 임상이 아닌 축산물 위생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수의사회·국방부 대응은 아직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수의사회 불법동물진료신고센터 측은 현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 방안으로는 국방부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 및 재발방지 촉구, 동물보호단체를 통한 자가진료 방지 홍보 등이 거론됐다.
대수 불법진료신고센터 측은 “해당 사건에 관한 사진 등 구체적인 증거자료가 없어 추가 대응이 힘들다”면서 수의사회원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국방부 측은 아직 이번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전제하면서 “(군부대 내 의료용품 무단사용에 대한) 규정위반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관계 부처의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개인의 상식에 비춰볼 때도 (무단사용은) 잘못”이라며 “언론 보도 등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담당부서를 통한 사실확인 및 그에 따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수의장교 출신 임상수의사 C씨는 "장교 복무 당시 간부들의 반려동물 진료를 알음알음 봐주는 일은 비일비재했다"면서 "이번 사건은 아닌 듯 하지만 수의장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예산이 주어지는 부대도 많다"고 전했다. C씨는 "부대 내 의약보급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확실히 문제지만, 징계는 재발방지 경고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