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산 감기약 시럽 먹인 반려견, 치명적 발작으로 이어져

감기약 시럽 속 ‘슈도에페드린’ 성분 치사량 급여..일반의약품 오남용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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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게 사람 감기약을 치사량까지 급여한 치명적인 자가진료 케이스가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 포착됐다. 약국의 부주의한 일반의약품 판매가 반려견의 생명을 위협하는 자가진료로 이어진 사례다.

지난해 10월 내원 당시 심각한 신경증상을 보인 '루루' 어린이 감기약 시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치사량까지 투약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내원 당시 심각한 신경증상을 보인 ‘루루’
어린이 감기약 시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치사량까지 투약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6일 대전의 A동물병원에 내원한 2년령 암컷 말티즈 ‘루루(가명)’는 발작을 포함한 심각한 신경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루루를 진료한 B원장은 “보호자가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서 먹였다고 하길래 처음에는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를 의심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신경증상이 너무 심각했다”며 “환자에게 먹인 약을 정확히 파악해보니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 시럽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의약품은 동아제약의 ‘챔프노즈시럽’이었다. 콧물, 코막힘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을 위한 일반의약품이다.

챔프노즈시럽에 함유된 슈도에페드린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로, 반려동물 환자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성분이다. 과량 투약될 경우 빈맥, 부정맥, 고혈압, 불안, 과활동성 등 부작용을 보이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B원장은 “반려견에 5~6mg/kg의 슈도에페드린이 투약될 경우 발작, 방향감각 소실 등 신경증상을 보일 수 있다. 10~15mg/kg이 투약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루루’는 이미 치사량에 해당하는 45mg가량을 섭취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루루’는 내원 당일 곧장 입원해 3일간 집중치료를 받았지만 발작을 포함한 신경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서 아이를 보내기 싫다’는 보호자의 의견에 따라 치료를 포기한 채 퇴원했다.

'루루'의 보호자가 약국에서 구매해 투약한 어린이 감기약 시럽 제제
‘루루’의 보호자가 약국에서 구매해 투약한 어린이 감기약 시럽 제제


미국수의사회도 사람용 슈도에페드린 오남용 위험 경고

약국서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의 반려동물 오남용 위험 주의해야

B원장에 따르면 ‘루루’의 보호자는 해당 약물을 약국에서 알려준 용량대로 급여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후 B원장을 찾아온 해당 약사는 ‘그렇게 많이 먹이라고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국을 통한 자가진료로 인해 치사량의 약물이 투약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수의사회(AVMA)도 “슈도에페드린은 개, 고양이 등 동물에서 안전역(margin of safety)이 매우 좁다”며 그 위험성을 지목한 바 있다.

미국수의사회는 “슈도에페드린이 동물에게 투약되는 상황은 대부분 의도치 않게 약을 주워 먹는 등 우연한 사고이지만, 보호자가 부주의하게 처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선 수의사들은 보호자에게 슈도에페드린의 위험성을 경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반의약품을 반려동물에게 오남용하다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비단 ‘루루’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본지 ‘동물 자가진료 부작용 공유센터’에도 일반의약품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먹였다가 위장관 천공이나 구토, 급성신부전 등으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된 바 있다.

백신 자가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을 제외하면, 약국에서 구매한 일반의약품으로 인한 자가진료 부작용이 가장 흔한 유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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