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소 원격진료 하자?` 보도에 황당한 수의사들

경북지역 소 방문진료 금지 아닌데..‘수의사 못 만나 가축 폐사’ 보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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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수의사를 못 만나 가축이 폐사했다며 제한적인 원격진료 허용 필요성을 주장한 보도가 나와 논란이다.

현장에서 평소처럼 왕진을 진행 중이던 소 임상수의사들은 ‘황당하다’며, 수의사가 직접 진료해야 하는 송아지설사병을 마치 그럴 필요 없는 것처럼 표현한 것을 두고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된 경북 영주의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한적 원격진료'를 허용하자는 보도가 나왔지만,  경북수의사회는 '경북지역에서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 : KBS대구 관련 보도 캡쳐)
코로나19로 인해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된 경북 영주의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한적 원격진료’를 허용하자는 보도가 나왔지만,
경북수의사회는 ‘경북지역에서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사진 : KBS대구 관련 보도 캡쳐)

KBS대구는 21일 경북 영주의 소 사육농가가 코로나19로 인해 수의사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2월 중순부터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되면서 처방전을 받기가 어려워 농가가 피해를 입었고, 송아지설사병 등에 한시적으로라도 원격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28일 개정된 수의사법으로 전자처방전이 의무화되면서 처방전 받기가 까다로워졌다며, 한우협회가 해당 수의사법의 시행 유예를 건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축산현장에서는 수의사에 의한 왕진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사 방문진료가 금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북수의사회 박병용 회장은 “경북도에서도 수의사의 방문진료를 금지하라는 조치를 취한 바 없다”며 “(대구·경북지역의) 확산 초기에는 잠시 농가 스스로 왕진요청을 자제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30년 경력의 소 임상수의사인 박병용 회장은 최근에도 구제역 백신접종을 포함한 왕진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송아지설사병이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병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 : KBS대구 관련 보도 캡쳐)
송아지설사병이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병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진 : KBS대구 관련 보도 캡쳐)

해당 보도에서 ‘전자처방전 의무화로 직접 진료가 아니면 처방전 발급이 불가능해졌다’는 표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수기처방전이든 전자처방전이든 수의사의 직접 진료에 의해서만 발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이 전자처방전으로 일원화됐다고 해서 ‘수의사가 직접 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변한 것은 아니다.

‘더 까다로워진’ 당사자는 직접 진료 없이 처방전을 불법 발급했던 ‘처방전 전문 수의사’들이다. 항생제 등 처방대상으로 지정된 주요 약물도 수의사 처방없이 자가진료에 활용하고 싶은 농가의 편의주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설사병처럼 직접 진료가 필수치 않은 질병은 전화나 화상통화로 인한 원격진료를 허용해달라”는 영주시 공무원의 언급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우농가의 주요 질환인 송아지설사병 진료를 전화로 약만 처방하면 끝나는 수준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일선 소 임상수의사인 A원장은 “수의사도 전화나 화면만 봐서는 소가 어떤 문제인지 알 수 없다. 송아지설사병도 키트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제대로 진료해야 하는 질병”이라며 “원격진료는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송아지설사병이 의심될 경우 자가처치를 시도하기 보다 수의사 진료를 요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원장은 “수의사 부르기를 아까워 하다 송아지가 죽기라도 하면 수백만원의 손실이 나는 셈”이라며 “수의사도 더욱 진료역량을 길러 농가가 ‘수의사는 다르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 논란에 대해서 A원장은 “마스크는 꼭 쓰지만 왕진은 정상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의약품 배달이 횡행하는 판에 농가가 (약을 못 써서) 불편할 일은 없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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