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변과 함께하는 동물법]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금지, 과연 정말 금지된 것일까? 권유림 변호사(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2018. 3. 20.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 동물해부실습 금지’조항이 신설되었고, 2020. 3. 21. 시행되었다. 그렇지만 해당 규정의 단서에는 여전히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또는 동물실험시행기관 등이 시행하는 경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또 예외적으로 실험을 허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 규정이 취하고 있는 형태의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의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나, 유난히도 예외적 허용범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신경이 쓰이기는 아마 관련 정부부처들도 매한가지인가 보다. 법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시행규칙을 통해 예외를 허용한다고 하였음에도, 그 예외의 허용범위에 대한 시행규칙은 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경과하도록 신설되지 못했으니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공고 제2020-11호에 의해 2020. 1. 17.자 입법예고되었던 시행규칙안부터 2020. 4. 24.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규제개혁위원회에 필자가 참석할 때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교육부와 합의 후 순차적으로 추가 개정하였다는 시행규칙안의 변동 추이를 정리하면 간략히 다음과 같았다.
결국, 위 시행규칙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물해부실습은 미성년자에게 고도의 정신적인 충격을 주고, 생명존중에도 반하므로 동물해부실습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취지하에 모법인 동물보호법을 신설한 것임에도, 처음의 입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미성년자의 해부실습을 허용하는 범위를 무한정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해부실습의 대체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삭제되었으며, 학교에서 실험이 행해질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상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윤리위원회의 심의절차가 아닌 교원 및 지역사회 인사로만 구성된 간소화된 심의위원회로 갈음한다. 전문가인 수의사도, 경험 있는 윤리위원도 배제된 채 지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의 지역사회 인사라니, 점점 입법취지를 망각하고 환심성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미성년자가 실험의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학생 대표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실험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선택적 거부권 역시 논의한 흔적이 없다. 과연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기는 한 것일까?
수행평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대입이 결정되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학교가 정한 교육과정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동물실험실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이들에 대하여는 주도적, 진취적, 활동적, 모범적이라는 교사의 평가가 수반되는 데 비해 거부권이라는 선택지를 찾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 수동적, 예민한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동물해부실습에 대한 미성년자들의 선택권은 실질적인 어떠한 불이익도 없도록 제도적인 측면에서 충실하게 보장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동물해부실습을 경험하였던 국민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사례를 조사한 자료가 있다. 이에 따르면 “끔찍했던 기억만이 남아있고 불필요하고 잔인한 실험이었다, 개구리를 해부하던 중 가슴이 열린 채 깨어나 팔딱이던 모습에 교실은 아비규환이었다, 십수 년이 흘렀음에도 몸서리쳐지는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몇몇 학생은 장난으로 난도질을 했다, 살아있는 생명에 가벼움을 심어주는 위험한 교육이다, 해부실습으로 얻은 동물 장기에 대한 교육적 효과가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의심스럽다, 어릴 땐 학습인 줄 알았던 행동이 어른이 되니 큰 죄책감으로 느껴진다”는 내용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수백 건의 사례가 수집되었다.
그럼에도 백번 양보하여 과거에는 별다른 대체 실험 방법이 없었으니 직접 해부실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치자. 그러나 2020년 현재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개구리 등 동물의 장기를 재현한 교구모형을 통한 대체실습이 가능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VR 가상 실험 장비 역시 실제와 다름없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왜 입법은 미성년자 동물실습을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못하고 아직도 그 예외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영재학교 등 일부 교육기관의 강한 반발로 말미암아 전면적인 금지가 불가능하였고 이를 교육부가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에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데 대해 허용되는 예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의견을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절차를 설명하면서 “입법예고안이 그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사항을 우리부의 반대의견에 의한 것으로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사료된다”는 두루뭉술하고 무성의한 답변이 전부였다.
영재학교를 비롯한 의사나 수의사,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는 미성년자 시절의 동물실험이 반드시 필요하고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의대나 수의대, 생명과학과 관련된 학과 등에 입학한 이후 현실적인 필요성과 직결되었을 때 동물실험을 시작하게 되면 한없이 늦어지게 되는 것일까. 이를 지지하는 교육부의 입장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미성년자 시절 동물실습의 무용론 및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는 현직 의사 및 수의사, 생명과학 종사자들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교육부는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줄 것이 아니라 미성년자를 위한 참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살생과 트라우마의 생산을 중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아직도 정부부처는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시행규칙은 신설되지 못했다. 원칙적 금지에 따른 예외적 허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눈치를 봐가며 슬금슬금 확대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모법의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예외적 허용은 반드시 그 범위를 최소한으로 좁히고 최대한 엄격한 요건이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주길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