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동물원 수컷호랑이 `호붐`이가 중성화수술을 받은 이유는

청주동물원, 호랑이 방사장 동물복지형 리모델링 추진..호랑이 삼남매 합사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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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이 호랑이 방사장을 동물복지형으로 개선하는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한다. 따로 지내고 있는 호랑이 남매 호붐, 호순, 이호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근친예방책으로 수컷호랑이 호붐의 중성화수술도 병행됐다.

지난해 리모델링된 곰 방사장은 쉼터, 놀이터 등 동물복지형 환경을 갖췄다(위).
반면 호랑이 방사장은 한 마리씩 나누어 지내야 하다 보니 좁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아래).

병합·개선 리모델링한 곰 방사장, 반달가슴곰 동물복지

남매 호랑이 3마리, 함께 동물복지형 사육시설 누릴까

청주동물원은 지난해부터 동물들이 지낼 방사장을 동물복지형으로 개선하고 있다. 환경부로부터 생물자원보전시설 설치사업 예산을 지원받은 덕분이다.

첫 리모델링은 곰 방사장이었다. 반달가슴곰들이 머무는 곰 방사장은 내벽을 허물어 공간을 넓히고 나무와 쉼터, 놀이터 등을 배치했다. 녹색연합이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구조한 웅담채취용 사육곰 3마리도 이 곳에 머물고 있다.

청주동물원 곰 담당 권혁범 사육사는 “(리모델링된 방사장을) 곰들이 확실히 좋아한다. 구조된 사육곰 ‘반이’와 ‘들이’도 합류해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사업은 6억원의 예산을 들여 호랑이와 산양, 여우를 대상으로 이어진다. 이달 말 시작될 공사에 앞서 호랑이들은 구조된 사육곰들이 잠시 머물렀던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방사장 공사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다.

청주동물원에 남아있는 수컷호랑이 ‘호붐’과 암컷호랑이 ‘호순’은 2007년 함께 태어난 남매다. 하지만 이제껏 철제 벽으로 나뉜 공간에서 각자 지냈다.

호붐과 호순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암컷호랑이 ‘이호’도 다른 공간에서 별도로 지내고 있다. 이호도 호붐·호순과 부모가 같은 남매 사이다.

청주동물원은 리모델링을 통해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도록 중간 벽을 허물고 방사장 면적도 일부 확대할 계획이다. 가능한 3마리가 함께 지내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청주동물원 최태규 수의사는 “분리해서 사육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한정된 동물원 공간 속에서 그만큼 좁게 살 수밖에 없다”며 “사회성에 문제만 없다면 가능한 합사를 고려하는 것이 동물복지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중성화수술을 위해 청주동물원내 수술실로 옮겨지는 호붐


합사를 위해서는 호붐의 중성화수술이 불가피했다. 최태규 수의사는 호붐의 중성화수술을 청주동물원 개체수 관리원칙에 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동물원 동물의 번식여부를 검토할 때 유전적으로 건강한지, 해당 번식이 종보전에 기여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핀다는 것이다. 남매 사이인 호붐과 호순의 근친 번식을 피해야 함은 물론이다.

최태규 수의사는 “이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의 원칙과도 같다”면서 “국내 호랑이의 혈통서(stud book)도 최근 들어서야 마련됐다. 조상 중에 어떤 근친번식이 있었을지 안심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진행되는 아무르 호랑이 복원사업을 바람직한 접근사례로 들기도 했다. 동물원에 있던 아무르 호랑이의 자식들을 연해주에 조성된 아무르 국립공원에 방사해, 야생 호랑이와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규 수의사는 “이처럼 좋은 종보전 활동도 있지만 멸종으로 치닫는 동물의 종수에 비하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동혁, 경의범(국립공원공단 생태보전실 야생동물의료센터), 차지수(청담리덴동물치과병원) 수의사 등이 청주동물원 진료진을 도왔다.
최태규 수의사가 호붐의 중성화수술을 집도했다.

청주동물원 진료진, 외부 수의사들과 협진

산양·여우 시설도 리모델링..내년 사자, 수달, 하이에나 위해 예산 증액 추진

이날 호붐은 임시사육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취하는 김에 중성화수술을 병행했다.

지난달 스라소니 중성화수술과 마찬가지로 차지수 수의사(서울대 수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전공)가 마취를, 최태규 수의사가 수술을 집도했다. 국립공원공단 생태보전실 야생동물의료센터에서도 정동혁 센터장을 비롯한 수의사들이 찾아와 작업을 도왔다.

다 큰 호랑이인 호붐의 체중이 150kg이 넘는데다 나이도 적지 않아 마취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차지수 수의사는 “고령이라 마취 관리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사히 수술이 끝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주동물원에 따르면, 지난 주말 동안 호붐은 별 문제없이 회복됐다. 호순과 이호도 24일 임시사육장으로 이사를 마쳐, 오늘(8/25)부터 호랑이 방사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중순 완공이 목표다.

청주동물원은 올 하반기에 산양, 여우의 사육시설도 동물복지형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는 “내년에는 사육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지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달과 사자, 하이에나 시설도 동물복지형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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