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산업법 제정 시행‥꿀벌 진료에 수의사 관심 필요하다

어업 육성 명분 삼았던 ‘기르는 어업 육성법-수산질병관리사’ 사태 재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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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보호, 양봉산업의 발전을 위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봉산업법)이 오늘(8/28)부터 시행된다. 산업 육성을 빌미로 한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꿀벌 진료에 대한 수의사 관심이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과 생태계 보전에 높은 공익적 가치를 지닌 꿀벌을 보호하고, 양봉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한다”고 28일 밝혔다.

양봉산업 5천억 규모..5개년 육성계획 만든다

양봉산업은 꿀벌을 사육하며 벌꿀, 로열젤리, 화분, 프로폴리스 등을 생산하는 축산업이다. 꿀벌은 축산법 상 가축인 동시에, 수의사가 진료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벌꿀 생산량은 약 2만3천톤으로 5,600억원 규모다. 2만5천여 농가가 260만여 봉군(벌무리)을 기르고 있다.

하지만 꿀벌의 가치는 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농작물 100여종에서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4년 국내 꿀벌의 화분매개 가치를 당시 꿀 생산액의 15배에 달하는 5조 8,67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제정된 양봉산업법은 정부가 양봉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인력 양성, 신품종 육성, 연구개발 지원, 밀원식물 조성 등에 나서도록 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5년 단위의 양봉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품종 개량과 사양관리·질병방역 기술 개발에 나선다. 산림청은 벌이 꽃꿀을 수집하는 밀원식물의 조성·관리를 담당한다.

아울러 꿀벌을 사육하는 양봉농가가 관할 시군구청에 등록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꿀벌 사육규모와 판매현황, 양봉산물 생산량 등의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양봉 관련 연구소, 대학, 기관을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지정, 양봉산업 전문가 육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꿀벌 진료 외면하면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 우려

수의사처방제 따른 양봉농가 진료 및 항생제 처방에 참여 늘어야

양봉산업법이 시행되고 정부가 본격적인 육성 지원에 나서면서 수의계의 관심도 요구된다.

특히 꿀벌의 세균성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처방 문제가 당면 현안이다. 부저병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옥시테트라사이클린 성분은 수의사처방대상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정작 양봉농가에게 진료 후 항생제를 처방해줄 수의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꿀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수의사는 꿀벌동물병원 정년기 원장과 한국양봉농협 동물병원 허주행 수의사 정도다.

이들이 전국을 돌며 왕진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왕진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정도로 영세한 양봉농가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정년기 원장은 “꿀벌에게 항생제를 처방해줄 수의사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며 “농촌지역의 대동물 수의사 분들 중 일부가 양봉 농가의 처방 수요를 담당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첫 회의를 연 대한수의사회 벌질병대책특별위원회도 처방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역별 공수의를 활용하거나, 공짜 약품 살포에만 매몰된 관납예산 일부를 진료서비스 지원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제기된다.

이처럼 법적으로 요구되는 최소한의 진료 수요도 충족하지 못하면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의사가 외면한 곳에서 수의사 행세는 유사직종의 몫이 된다.

2003년 제정된 ‘기르는 어업 육성법’은 양식산업 활성화를 명분으로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탄생시켰다. 수의계는 극렬히 반대했지만 결국 ‘양식농가에 가는 수의사가 없다’는 주장을 깨지 못했다.

꿀벌 진료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그나마 수생동물질병학은 전공과목인데다 수의사 국가시험에도 출제되지만, 꿀벌 진료 교육은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년기 원장은 “수의사의 지속적인 참여와 대응이 중요하다. 농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제2의 수산질병관리사 사태가 재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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