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 수의대 실습견 공급처 지적 `비글 사고 싶어도 돈이 없다`

예산지원 없는 규제, 교육마비 우려..수의대 실습교육 위한 제도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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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과대학 실습견의 출처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다시 거론됐다. 교육기관도 실험동물공급시설에서만 실험동물을 사서 써야 한다는 취지인데, 그럴 돈이 없는 수의과대학으로선 실습교육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 경기 용인정)은 “실험동물 공급과정 투명성을 확보를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고 19일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발표한 국감자료에서 지난해 논란이 된 경북대 실습견 공급문제를 다시 지적했다.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경북대가 실험동물로 사용한 개·고양이 470마리 중 식약처 실험동물공급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구매한 경우가 211마리(44.9%)에 이른다는 것이다.

공급처 증빙이 불가능하거나, 이미 실험에 동원됐던 동물을 다른 실험에 재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현행 실험동물법은 동물실험에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공급받은 실험동물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수의과대학 임상실습교육을 포함한 교육기관에서의 실험동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의원은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에 대해 동물실험 공급처를 법으로 규정해 무허가 업체나 유기견 등이 실험에 이용되지 않도록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의과대학에서 소동물 임상실습 교육을 할 경우 반드시 정식업자로부터 비글견을 구입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2018년 본지 설문조사에 응답한 9개 수의과대학(익명) 임상과목의 1학기당 실습예산
수의과대학을 포함한 대학의 등록금은 사실상 동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수의과대학의 임상실습의 파행이 불가피하다. 비글의 가격이 마리당 150만원 내외인데 반해 실습교육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북대 수의대 관계자는 “임상교수 1인에게 매년 주어지는 실습예산은 300만원도 안된다. 가르쳐야 할 수의대생은 60명인데 비글 2마리도 사기 어려운 금액”이라며 “왜 정식 비글을 사서 쓰고 싶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부족한 예산 안에서 학생들에게 실제 동물을 활용하는 실습 기회를 주려다 보니, 정식 실험동물공급시설이 아닌 지역 유통망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습교육예산이 담보되지 않은 규제가 교육 마비로 이어지는 상황은 이미 엿볼 수 있다.

지난해 실습견 공급문제가 논란이 된 경북대 수의대의 산과 실습은 올해 동영상 시청으로 대체됐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가뜩이나 부족한 수의대생의 임상실습 기회가 더욱 줄어든 셈이다.

경북대 수의대 관계자는 “일반적인 실험과 수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실습은 달리 봐야 한다”면서 “수의과대학 교육을 위한 특별법이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나 국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면서도 수의대생들에게 실습기회는 제공할 수 있도록, 예산지원이나 실습동물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의과대학 수업료도 낮은 채로 동결되고 있고, 임상실습비를 따로 거둘 수 있는 제도적인 근거도 없다”며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에 매년 1억원씩만 지원해도 정식 실험동물을 충분히 확보해 임상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탄희 의원은 “전국 수의과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의 학생들이 윤리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접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교육이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윤리교육도 중요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예산지원 없이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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