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4년 만에 다시 찾은 정형신경외과 특화 `오아시스 동물병원`
캐논 신형 1.5T MRI 도입해 MRI 센터 설립 등 지속적인 투자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30개 가까운 동물병원을 인터뷰했는데요, 인터뷰 기사를 게재할 때마다 “그 병원 진짜 잘 돼?”, “전문화했다가 망한 사례는 없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물병원의 전문화/특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이렇게 특화 진료를 해도 동물병원이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가장 크게 들었던 곳이 바로 정형신경외과 특화 ‘오아시스 동물병원’입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진료로만 과연 동물병원 운영이 가능할까 궁금했었는데, 벌써 오아시스 동물병원을 인터뷰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오아시스 동물병원을 찾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아직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신경 분야 차재관 원장님과 정형 분야 정혜련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
사실 주변의 걱정이 많았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하면 수술 후 부작용도 신경 쓰일 텐데 왜 어려운 것만 골라서 하는지 물어보기도 하신다. 하지만, 원래 우리가 하던 거라서 시작한 것이고, 많은 분들이 관심도 가져주시고 도와주신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오고, 심지어 해외에서 환자가 오는 경우도 있다.
Q. 개인적으로 성공 여부가 가장 궁금했던 전문진료 동물병원이다(웃음). 4년 동안 별문제 없이 잘 운영해온 것인가?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정형신경 특화병원 운영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치료에 있어서 적당히 타협하지 말자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비용적인 부분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초창기에는 단순히 수술 가격을 비교하면서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특화된 시설이나 전문성 등 차별화 요소를 알아주시고 믿고 맡겨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주로 어렵고 힘든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다 보니 힘은 들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키고, 전문진료에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주변 지역 동물병원들과 경쟁하지 않고 상생한다는 원칙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호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중성화수술이나 일반 진료는 다니시던 병원으로 가시도록 유도하고, 가격도 지키는 등 초심을 유지하다 보니 주변 동물병원의 선생님들이 가장 우리를 믿어주시고 리퍼도 꾸준히 보내주시는 것 같다.
Q. 4년 전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준비하고 시작했을 때와 실제로 해봤을 때 어떤 점이 가장 크게 차이가 났나?
우선, 갈수록 점점 더 다양한 케이스가 오는 것 같고, 경험도 많이 쌓인다. 발전하는 속도도 더 빨라지는 걸 느낀다. 재수술 의뢰도 많다.
어려운 케이스가 늘어나는 건 수의사로서 매우 흥미롭다. 학부생일 때는 두개골을 열어서 수술하는 걸 상상도 못 했지만, 지금은 어려운 부위에 있는 뇌종양 수술도 시행하고 있다. 과거에 ‘연구와 실력이 부족해서 놓친 아이들도 많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뇌종양 때문에 눈이 멀었던 환자가 수술 후 시력을 되찾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의료장비의 발전도 어려운 케이스를 다룰 수 있도록 돕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전십자인대 부분 파열 같은 경우 신체검사나 X레이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관절경으로 진단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따라서 원인을 알 수 없던 파행의 원인을 관절경으로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게 되는 사례가 많다. 배우고 깨닫는 게 점점 많아지고 있다. 리퍼를 보내주시는 원장님들도 정형외과적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관절경이 필요하다는 걸 점점 더 알고 의뢰해주신다.
MRI도 근골격계 질환 진단에 도움이 된다.
또한, 처음 오픈할 때 기대했던 것 보다 직업적인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연구와 진료만 해봤지, 동물병원 운영은 처음이다 보니 개원할 때 걱정이 컸다. 장비 등 초기 투자비용도 적지 않았었고.
그래도 자신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고, 관심 있는 것에 몰입하니까 보호자 상담을 할 때도 스스로 더 당당하고, 진료나 치료를 할 때 얻는 즐거움도 더 큰 것 같다.
Q. 4년 동안 병원이 많이 발전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바뀌었나?(인력, 시설, 장비 등)
괄목할만한 점 중 하나가 ‘예약제 정착’이었다.
24시간 운영을 하다가, 지금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반까지 예약 진료를 한다. 진료와 수술에 더 집중하기 위함이다. 물론, 뇌 수술 등을 하면 수술 후 남아서 더 환자를 케어한다. 응급 케이스를 제외하고 100% 예약제를 운영 중인데, 처음에 ‘100% 예약제’를 정착시키고 유지하는 게 참 어렵고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니까 보호자 분들도 이해를 하시더라. 예약하더라도 응급수술 때문에 수술이 늦어질 수 있는 부분도 양해해주신다.
인력은 현재 원장 2명, 영상의학전공자 1명, 인턴수의사 1명까지 수의사가 총 4명이다. 앞으로도 영상, 재활, 마취 등 각 분야에 선생님들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투자도 계속 늘리고 있다.
관절경은 처음부터 활용했지만, 활용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관절질환에 필수적인 장비다. 진단도 정확하게 할 수 있고, 최소침습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다.
수술이 많다 보니 멸균원칙이 워낙 중요해서 감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우주복형 수술복도 처음 도입했다. 인공관절이나 뇌수술 때 감염이 생기면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멸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체외충격파 치료 등 재활치료 장비도 확충했다. 고가지만 효과가 입증된 장비를 구입했다.
Kyon 시스템의 교육과정과 BioMedtrix사의 인증과정을 거친 후 인공고관절 수술 THR(Total Hip Replacement)도 시행하고 있다.
Q. 장비도 많이 늘어난 듯하다. 지난해 MRI 센터를 개설하면서 캐논의 신형 1.5T MRI 장비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동물병원에서 신형 MRI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왜 이 장비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MRI 도입을 위해 3년 정도 고민했다. 다양한 업체들과 미팅을 하고, 장비의 장단점을 비교했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오다 보니, 전국에 있는 동물병원 MRI 장비들의 영상도 충분히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끝에, 예상했던 가격보다 비쌌지만, 중고나 리퍼비시 장비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캐논의 신형 1.5T MRI(Canon Vantage Elan 1.5T)를 도입했다.
새 장비라 장비가 가진 최고 성능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 영상의 품질이 뛰어나다.
또한, 품질 유지를 위한 사후관리도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진정성을 느꼈다. 관리 시스템과 회사의 빠른 대응이 좋았다. 업체에 대한 신뢰도도 고려했다.
3년간 마라톤 미팅을 하지 않았다면, 장비 구입 시 중요한 요소를 다 알 수 없었을 것 같다.
Q. MRI 센터 운영을 하면서 좋아진 점이 있다면?
기존의 모바일 CT와 함께 MRI를 활용하면서 어려운 부위의 뇌수술도 더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수술 성공률도 높아졌다. 수술 전, 후 영상 확인과 이후 경과에 대한 추적관찰까지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노령견 케이스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만 17살 케이스도 수술을 받으러 온다. 그만큼 수술 전 검사가 중요한데, 영상 전공 선생님께서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진단을 해주신다.
영상 선생님께서도 수술 후 꾸준히 팔로우업을 하면서, 영상학적 변화를 볼 수 있으므로 장점이 많다고 한다.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면서, 학문적인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원장 입장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선생님의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Q. 정형외과 신경외과 특화 동물병원은 지금도 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정형신경 특화 동물병원의 미래라고나 할까.
시장은 더 커지고 케이스도 늘어날 것 같다. 미국에서 와서 수술을 받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니까. 여러 고난도 수술을 위해 필요하면 부산이나 제주도 등 먼 지역에서도 찾아오신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정형신경 특화 동물병원을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우선 투자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간다.
MRI 장비를 포함해 고가의 장비 투자에 부담이 크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수술실 시설도 잘 갖춰야 한다.
수술 후 부작용, 합병증에 대한 부담도 큰 분야다. 정형과 신경 두 파트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다. 철저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에 의해 관리하지 않으면 빈틈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시행착오 겪으면서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는데, 계속해서 고민하고 발전해야 할 것 같다.
영국의 TV 다큐시리즈 슈퍼벳(The Supervet)을 보면, Noel Fitzpatrick 수의사가 열정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게 멋있지 않은가? 해외 학회에서 몇 번 만나서 사진을 같이 찍기도 했다(웃음). 정형외과 신경외과에 특화된 동물병원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학술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연구 성과들을 꾸준히 내는 분이다.
우리도 계속 연구하면서, 새로운 경향을 읽으면서,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기존에 해왔던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의 지식만으로 업데이트 없이 기존에 하던 것만을 반복하게 되는 것은 스스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Q. 특화/전문화 동물병원을 고민하는 수의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얼마만큼 한 분야에서 노력했고, 고군분투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를 고민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특화동물병원을 개원한 뒤 노력해야지’라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다. 특화 동물병원에 오는 보호자들은 더 큰 기대를 하고 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고, 내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꾸준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길 바란다.
준비 기간이 상당히 필요하고, 나만의 확신과 뚝심, 자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요하다. 리스크도 크다.
하지만, 남들처럼 하는 건 경쟁력이 없을 수 있고,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자신이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된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차재관 : 지금까지는 정형신경 특화 동물병원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였다면, 앞으로도 더 고도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우리 동물병원도 수의학 분야에서 본다면 드물게 세분화되어 있지만, 사람은 더 전문화되어 있다. 어깨, 허리, 무릎관절, 뇌 등 각 분야마다 대가들이 있다. 우리 동물병원도 더 고도화된 특화 진료를 하기 위해 인재도 영입하고 같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정형신경외과 하면 오아시스가 떠오를 수 있도록 실력과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하겠다.
정혜련 : 환자들이 전 과정에서 불편함 없이 잘 치료받고 나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단히 노력 중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연구하는 병원, 수의사들이 성장하면서 배우는 병원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