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진료비, 정부 규제 개입하면 오히려 상승할 것˝

반려동물 반값진료비 국회 토론회 개최..민간 보험 활성화 아직 어렵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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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과 김민석 의원실이 마련한 동물보호 및 학대 예방 연속 토론회가 29일 두 번째 주제로 ‘반려동물 반값진료비’를 채택했다.

이날 진료비 부담 완화의 주요 해법으로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가 꼽혔다. 하지만 동물진료 표준화 미비와 통계 부재로 민간보험사가 적극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공공보험을 추진하기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설익었다는 지적이다.

수의사 측에서는 정부의 개입과 규제 강화가 오히려 진료비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에서 공급받을 수 없고, 동물병원 개설이 2종 근린시설에 국한되는 등 진료비 상승요인도 지목했다.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단체는 사전고지제, 공시제 도입 등 진료비 정보 사전공개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증상도 다양한 원인, 다양한 검사..정확한 진단 요구되며 검사비 부담은 필연

진료보수기준 폐지, 부가세 신설..정부 개입 때마다 진료비는 오히려 올랐다

이날 발제에 나선 강종일 충현동물종합병원장은 “동물 진료비가 정말 비싼가”라고 반문하며 “각종 검사범위가 확대되면 지출부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이는 ‘비싸다’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에서 흔한 ‘구토’ 증상을 예로 들었다. 일반적인 구토 증상이라 해도 위 유문협착 같은 심각한 질환이라면 응급수술이 요구된다. 뇌수두증이나 문맥전신션트(PSS)에 의한 증상이라면 CT도 찍어야 한다.

언뜻 보기에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에 따라 검사비나 치료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종일 원장은 “동물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보호자들도 정확한 진단을 요구하면서, 동물병원도 보다 정밀한 진단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들도 그에 상응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비 상승을 부추기는 규제들도 지적됐다.

반려동물 진료에는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반려동물에 쓰이는 약품 대부분이 인체용의약품이지만, 동물병원은 도매로 공급받지 못한다.

동물병원을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열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은 “사람 병의원은 1종시설에 열 수 있지만, 동물병원은 2종시설로만 한정되어 있어 임대료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료비 관련 규제입법으로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주형 회장은 “1999년 진료보수기준을 폐지하고, 2011년 부가세를 신설하면서 그때마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올랐다”며 “진료비 완화를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면 수가는 오히려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단체, 진료비 예측 못해 불만 대다수..사전고지제·공시제 도입 주장

진료 표준화 이전 의무화 혼란 우려..동물의료제도발전협의체 필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진료보수기준 폐지 후 경쟁을 통해 진료비가 감소하는 쪽으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동물병원 간) 가격 편차가 커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늘어났다”고 지목했다.

소비자연맹이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에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피해호소는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988건을 기록했다. 이중 진료비 관련 피해호소가 41.3%로 가장 많았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진료비 정보를 사전에 알지 못하고, 예측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만이 대다수”라며 진료비 사전고지제·공시제 도입, 세부항목별 영수증 제공 필요성을 주장했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비급여 진료비 게시 등을) 의료법에 이미 도입하고 있지만, 동물진료 표준프로토콜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고지 의무화는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견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인 접근을 제언했다.

정부와 수의사회, 관련 전문가, 동물보호단체를 포함하는 동물의료제도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제도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왼쪽 위부터) 강종일 원장,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 김도균 손보협회 팀장

보험은 통계산업인데..반려동물 진료는 표준화된 통계가 없다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민간 반려동물보험 활성화가 꼽힌다.

사람의 건강보험과 같은 공공보험은 동물을 기르지 않는 국민이 낸 세금까지 활용해야 하는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그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도균 손해보험협회 일반보험팀장은 “2017년 1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지난해 150억원까지 성장했다”면서도 “아직 가입률이 0.4% 정도인데다가, 시장의 80% 이상이 1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대다수 손해보험사가 아직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손보사가 반려동물보험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통계 부재’를 지목했다. 반려동물이 어떤 질병으로 얼만큼 진료비(손해)가 들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도균 팀장은 “보험산업은 통계산업이다. 위험률을 예측해 그에 맞게 보험상품을 구성한다”면서 “하지만 동물 진료는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어떤 질병으로 얼마나 손해가 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해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연간 조단위 적자를 내고 있는 실손보험 사례가 반려동물보험에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취약계층 반려동물 보험료 지원, 필수예방접종 표준화·비용지원 제언

김도균 팀장은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방식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당장 공공보험을 논의하기엔 사회적 분위기에 한계가 있지만, 취약계층 지원부터 시작한다면 합의를 이끌어갈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주형 회장은 필수예방접종부터 우선 표준화를 실시하고, 접종비용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지원정책을 제언했다.

정부 지원으로 보호자의 비용부담을 줄이면 접종이 늘어나고, 이를 전염성 질환 감소와 질병 조기 검색의 기회로 삼으면 전반적인 치료비용 감소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구입 시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책임보험처럼, 반려동물 양육 시 보호자와 정부가 함께 부담하는 공적보험을 도입하자는 구상도 내놨다.

허주형 회장은 “정부가 동물 진료비에 개입하려 한다면 수의사법을 의료법 수준으로 개정하고, 건강보험 수준의 지원을 동물보험에도 해야 한다”며 “지원 없이 동물병원의 일방적 양보를 요구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의원 연구단체 ‘약자의 눈’과 김민석 의원실은 오늘(6/30) 오후 2시부터 3일차 토론회를 이어간다. ‘생애주기별 행복권’을 주제로 먹거리, 전용주거, 장례 등을 논의할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 김민석TV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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