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제역 살처분 스트레스로 자살, 업무상 재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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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지
법원 "구제역 발생 당시 살처분 참여한 뒤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2010~2011년 끔찍했던 구제역 사태 당시, 살처분에 동원된 뒤 정신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정신적 고통 때문에 자살을 한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구제역 살처분 트라우마로 자살한 사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부장판사 윤인성)는 구제역 살처분에 참여한 뒤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을 한 정모씨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씨는 2001년부터 충청도의 한 축협에서 근무했으며, 2010년 12월 충남 당진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 투입되어 가축 매몰작업을 실시했다.

갓 태어난 어린 가축을 포함해 소·돼지를 살처분하고, 일부 돼지를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여야 했던 정씨는 살처분 작업 이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동료들에게 "자다가 악몽을 꾼다" "자다가 자꾸 놀라서 깬다" "이러다가 벌 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힘든 심정을 토로했다.

정씨는 그 이후에도 2011년 9월까지 살처분 매몰지 침출수 제거 작업에 동원됐으며, 이 무렵에는 극심한 불면증과 조울증, 그리고 위염과 십이지장 궤양 등의 건강상 이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10월 숙직실에서 동물 마취용 근육이완제를 스스로 주사해 목숨을 끊었다. 목숨을 끊기 전 사표를 내기도 했지만 반려 당했다.

유족들은 2012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씨가 구제역 매몰작업 후 우울증을 의심케 할 정도로 폭력적 행동을 보였으며, 불면증과 위염 등의 증상도 나타내기 시작했다"며  "살처분으로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처분 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극단적 두려움과 괴로움으로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업무상 재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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