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OIE : 경북대 한지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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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열다섯 번째 키워드 알파벳 OOIE(세계동물보건기구)입니다.

인도네시아 양식업자 대상 세미나를 진행 중인 한지은 교수

OIE(World Organization for Animal Health,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전 세계의 동물위생 향상과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입니다. 우리나라는 1953년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현재 182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OIE는 각국의 동물위생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수의학 관련 정보의 수집·분석 및 공유, 동물질병 방역을 위한 국제협력, 동물 및 축산물의 국제 교역에 관한 규약 제정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질병의 국가 간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보유한 연구기관을 지정해 과학적·기술적으로 지원하고 해당 질병을 진단하도록 하는 돕습니다. 이런 실험실이 바로 국제공인 실험실이자 각국의 진단능력 테스트 등을 담당하는 곳인 OIE 표준실험실(OIE Reference Lab)입니다. 우리나라는 검역본부 내 8개 질병(브루셀라, 뉴캐슬, 광견병, 일본뇌염, 사슴만성소모성질병, 구제역, 살모넬라, 조류인플루엔자)과 수산물품질관리원 내 1개 질병(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에 대한 OIE 표준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인 한지은 교수님은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갑각류 OIE 표준실험실 박사후연구원, OIE Twining Program 전문 연구원, OIE 갑각류 질병 진단 자문으로 활동한 수생생물 분야 전문가입니다.

새우의 세균성질병인 급성간췌장괴사증(AHPND: Acute Hepatopancreatic Necrosis Disease)에 대한 연구 능력을 인정받아 AHPND OIE 전문가로 추천되어 질병 정보와 진단법을 개발, OIE에 등재하기도 했습니다.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생생물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지은 교수님을 만나 OIE 및 수생생물의학 전문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생생물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지은입니다.

2002년에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입학해 학사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생생물의학연구실에서 5년 동안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았습니다. 미국 조지아 의료센터 제브라피쉬 연구소에서 1년, 애리조나 갑각류 OIE 표준연구실에서 3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CJ 제일제당 BIO연구소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가 2018년도에 경북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어떤 연구를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 과정에 있을 때는 모든 종류의 수생동물을 연구했는데, 박사후연구원부터는 먹는 수생동물 및 양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넙치류는 국내에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물고기보다는 굴이나 새우 질병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생 때 굴 연구소로 교환학생을 갔다 온 적도 있었고요.

물고기, 새우, 굴 질병에 대해 연구하는 전 세계의 모든 랩에 컨택했습니다. 메일을 2~300통 정도 썼던 것 같아요. 질병 연구를 활발히 하지 않는다, 자리가 없다 등등의 이유로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래도 외국에서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박사후연구원 1년차에는 제브라피쉬 연구소에서 난자, 수정 등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의사다 보니 질병에 대해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런데 제브라피쉬 연구소에서 일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전에 컨택했었던 애리조나와 대만 OIE 표준실험실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OIE 표준실험실의 경우 보통 한 질병당 하나의 연구실이 있는데요, 갑각류에는 10여 개의 OIE list 질병이 있는데, 애리조나 표준실험실은 그중 8개 질병에 대한 OIE 랩이었습니다. 그때가 새우에서 세균성 질병이 막 발생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세균 연구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던 거죠. 제브라피쉬 연구소에서 1년간 일한 뒤, 3년 동안 애리조나 갑각류 OIE표준실험실에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국내로 들어온 후에는 CJ 제일제당 바이오에서 근무했습니다. 예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지금만큼 수생동물질병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생동물에서 질병이 점점 문제가 되다 보니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수생동물질병 전문가를 채용하기 시작해요. 사실 꼭 국내로 들어와야겠다는 결심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내가 필요한 일이면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CJ 제일제당 바이오에서는 사료에 첨가할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는 일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류의 영양학이나 성장에 대해 주로 다뤘기 때문에 어류가 잘 자라도록 하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 및 평가했다면 이제는 질병이 잘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면역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던 거죠.

수생동물 질병을 다룰 수 있는 사람 즉, 수의사가 필요하게 된 배경이 있었던 건가요?

현재 수산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미래 식자원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육고기를 많이 소비한다고 생각하는데 단백질을 얻는 소스는 수산물에서 월등하게 높습니다. 그래서 수생동물을 경제동물로 인식하고 있어 많이들 양식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새우는 단위당 가격이 비싸기도 하고요.

1kg의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얼마만큼의 사료를 소비하는가를 나타내는 FCR(사료효율)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류는 1kg을 생산하려면 1kg이 약간 넘는 사료가 필요한데 소는 약 9kg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어류 사료의 높은 가격 때문에 사료 회사에서는 다른 사료와 비교했을 때 어류 사료에 여러 기능성 첨가제를 시도해볼 만한 여유가 생겨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산물의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질병 또한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사육 밀도가 증가하게 되면서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는 거죠. 새우에서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대부분이었는데 환경에서 증식 가능한 세균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게 됩니다. 깨끗한 동물만 데려오면 해결되었던 부분이 이제는 환경 및 세균성 질병까지 컨트롤 해야 하는 상황까지 된 거죠.

2013년 새우에서 비브리오 세균성 질병인 AHPND가 발생하였고, 대학원생 때 어류의 세균성 질병을 다뤘던 경험을 바탕으로 애리조나 OIE 갑각류 표준실험실에서 이 질병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교수님이 계셨던 OIE 표준실험실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OIE 표준실험실 지정은 연구원을 중심으로 전문가를 보유한 기관에 인증을 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떤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하고, 진단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거죠.

만약에 어떤 동물에서 새로운 질병이 발생하면 질병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한 후 OIE list로 등재됩니다. 이 과정이 통상적으로 5년 정도 걸리고요. AHPND는 2017년도에 등재가 되었는데, 등재된 이후에 어떤 기관을 AHPND OIE 랩으로 지정을 할지 정하기 위해 전문가를 찾는 거죠. 제가 애리조나에서 AHPND를 주로 연구했기 때문에 저를 중심으로 AHPND OIE 인증을 받으려고 했는데, 제가 CJ로 이직하게 되면서 하지 못하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처럼 OIE 표준실험실이 꼭 국가기관에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네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OIE 랩이 대학 연구기관에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에서 OIE 인증을 받도록 권장을 하고 지원을 해주다 보니 국가기관에 OIE 표준실험실이 있는데,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OIE 랩을 유지하려면 매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않다 보니 국가에서 대학 연구기관을 지원하면서 발전하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OIE Twinning Program 전문연구원으로도 활동하셨는데, Twinning Program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Twinning Program은 기존의 OIE 표준실험실에서 관련 업무를 배운 후에 인증을 받는 것으로 OIE 랩이 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OIE에 Twinning을 요청하면 다른 OIE 랩과 매칭을 시켜줘서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수산물품질관리원도 VHS(Viral hemorrhagic septicemia, 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 전문가가 외국의 VHS OIE 랩에서 Twinning Program을 통해 배워온 후 기존의 연구력 등을 바탕으로 VHS OIE 표준실험실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AHPND처럼 새롭게 발생한 질병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OIE 표준실험실로 지정해주는 것이고요.

OIE 랩은 한 국가에서 여러 곳을 지정해주지는 않습니다. OIE가 진단, 교류 등에 책임을 주는 자리로써 보통 대륙별 하나 정도로 조절을 하고 있어요. 중요한 질병일수록 그 수가 늘어나게 되고요. VHS가 Twinning Program을 통해 국내에 OIE 랩으로 지정이 될 수 있었던 배경도 VHS가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고 국내에서도 문제가 되는 질병이기 때문이었던 거죠.

교수님께서 Twinning Program을 진행하셨던 질병은 어떤 질병인가요?

IMNV(전염성근괴사증바이러스)라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만 발생하는 새우의 바이러스성 질병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OIE 표준실험실 업무를 하고 싶어서 애리조나로 교육을 받으러 온 것이죠.

그럼 브라질에서 발생하는 IMN에 대한 표준실험실 업무를 애리조나 OIE 랩에서 담당한 건가?

그렇죠. 브라질에서는 OIE 랩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으니까요.

AHPND 질병정보 및 진단법 매뉴얼을 OIE등재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13년도에 AHPND가 발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17년도 정도에는 OIE list에 오를 거라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OIE list에 올라가려면 질병에 대한 매뉴얼이 있어야 합니다. 매뉴얼에는 질병이 어떤 종을 대상으로 하는지, 어떤 연령대에서 감수성이 높은지, 진단, 예방 및 치료방법과 같은 정보들이 담겨야 해요.

AHPND가 막 발병하고 제가 애리조나에서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 질병이 세균성 질병이고, 이 세균이 Vibrio라는 것만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증상을 보이는 새우에게서 Vibrio가 발견되고, 이 균을 건강한 새우에게 주입하면 죽는다는 것까지는 연구가 되었는데 균의 특징이 밝혀지지 않은 거죠.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는 상태였어요. Vibrio는 수중에 상재하는 균이잖아요. 물론 상재균이 병원성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모든 Vibrio가 아닌 어떤 특징적인 Vibrio가 AHPND를 유발한다는 것이었죠.

AHPND가 발생한 새우의 Vibrio와 발생하지 않은 새우의 Vibrio의 게놈을 분석해서 비교한 결과, 다른 유전자들이 몇 개 나왔는데 여기에는 독소 관련 유전자나 병원성을 보이는 유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우가 무척추동물이고 계통발생학적으로 곤충과 가깝다는 걸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건 제가 ‘동물’을 공부한 수의사라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유사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곤충에서 발견되는 독소가 AHPND 증상을 보이는 새우에서 문제가 되는 독소와 비슷했던 거죠. 질병을 유발하는 Vibrio가 곤충 독소를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이렇게 병원성 인자를 밝혀내게 되면서 독소 유전자를 타겟으로 하는 진단법을 개발하여 OIE 매뉴얼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Real-time PCR을 통해 독소를 정량화하는 방법까지 매뉴얼에 실려 있습니다.

교수님을 중심으로 OIE 표준실험실 인증을 받는 기회가 될 수 있었던 건데 아쉽지는 않으세요?

CJ에서 근무하다가 후에 학교로 오게 될 줄 알았으면 한번 시도해볼 걸 하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OIE 랩을 하면 연구할 기회도 늘어납니다. 교육받으러도 많이 오고, 진단 의뢰도 많이 오니까요. 그런데, 애리조나에서 3년 동안 있으면서 많이 배웠고 회사에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박사후연구원 때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배울 수 있는 일이 다르기도 했고요. 수산업계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현장의 문제점들을 회사에서 많이 배웠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개발한 제품이 수출되고 실제로 쓰인다고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13년도부터 AHPND를 포함한 많은 세균성 질병이 발생했고 AHPND가 국내에서도 3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새우질병 1순위가 AHPND예요. OIE 랩에서 연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여기서 적용해 나가니까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그런 점에서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OIE 표준실험실에서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수생동물 질병 연구를 사막에서 진행하셨던 점이 궁금합니다.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OIE 랩으로 교육받으러 오시는 많은 분이 어떻게 사막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오히려 사막에 있어서 수생질병 연구에 자유로워요. 물론 수조를 옮기고 실험을 세팅하는 게 힘들지만, 질병 연구에 대해 뭐든 다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생동물 감염성 질병은 물만 한 방울 튀어도 감염되는 게 많거든요. 여기 대구에도 바다가 없어서 연구하는 데 자유롭습니다. 실제 양식하는 데에 피해를 주지 않으니까요.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하면, 새우가 산업동물이다 보니까 분쟁이 많이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동남아에서 시작해서 퍼지는데, AHPND가 2013년부터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다가 2015~16년에는 아메리카 국가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해요. 새우 전문 저널에 AHPND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그 뒤로 전화가 정말 많이 왔어요. 질병이 발생했다고 하면 수출이 막히니까 수산업 중심의 국가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거죠. 그렇게 전화로 괴롭힘을 많이 당해서 거의 숨어있다시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기사 내용이 동남아의 오염된 새우가 아메리카에 들어와서 AHPND가 퍼졌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연구를 해봤더니 아메리카 AHPND랑 아시아 AHPND가 달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AHPND genotyping 법을 개발하게 됐죠. 그런 공격적인 기사가 계속 나가면 아시아의 수출이 막힐 수 있으니까요.

수생생물의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수생동물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학부생 때 예방의학실험실에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돼지를 전공하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소동물을 다루고 싶어서 수의대에 왔는데 그때 처음 산업동물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 제가 물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수생동물한테는 물이 전부잖아요. 그리고 수생동물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물인데, 그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했습니다. 수생동물은 트레이딩이 많이 되는 동물이에요. 생산한 국가에서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것보다 수출이나 수입이 많이 된다는 거죠.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가 되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았어요. 길이 많이 안 닦여 있으니까 안 가기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안 하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생동물 분야로의 진출이 적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수산질병관리사 인해 수의사들이 이 분야를 할 수 없게 되지 않았냐는 말을 학생들이 많이 해요. 그래서 전공하기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우리가 뺏겨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진출을 안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거죠. 사실 동물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나 질병 자체에 대해서는 수의사들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어요. 사실상 우리가 해야 하는 것들이죠. 대신 수산질병관리사들이 졸업하는 해양학과는 물 즉, 수생환경 중심으로 많이 배우고 있는데, 수생동물은 ‘물’이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이잖아요. 그런 것들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수생동물을 한 학기만 배우잖아요. 영역 싸움보다는 상호 교류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문성을 키우면 같이 일하고 싶고 배우고 싶어서 주위에서 컨택이 옵니다. 현재 연구과제도 수산과학원과 같이 하고 있고, 대학원으로도 많이 배우러 오고 있어요. 수생동물 분야로 수의사들이 많이 진출하고, 전문성을 키워서 그 분야에서 수의사들을 쓰게끔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점점 질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아직 그 분야에도 질병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많이 없어요. 만약 전공자들이 많이 생기면 그 분야에서 교수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수의사들은 그 부분을 잘 활용하면 되는 거예요.

수생생물의학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자세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수생생물은 물에서 살기 때문에 질병 전파가 잘 됩니다. 수중환경에도 병원체가 많고 건강한 개체와 질병에 걸린 개체가 같은 환경에 살고, 개체들끼리 서로 잡아먹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물에 있으니까 질병에 걸린 개체를 잘 구분할 수도 없습니다. 수산물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고, 그래서 수의사들이 할 일이 점점 많아질 거예요. 수생환경과 동물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전염성 질병과 진단의 중요성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성격이 수생동물 수의사에 도움이 될까요?

수생생물의학은 굉장히 글로벌한 학문입니다. 수산물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유통이 많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할 수 없습니다. 해외 생산량도 많고, 전문가들이 외국에 훨씬 많아서 그들과 교류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수생동물학회는 유럽의 항구도시 같은 곳에서 열려요. 한적한 바닷가 같은 곳?(웃음). 비행기 타고 출장도 많이 다닙니다. 앉아서 만은 할 수 없는 직업이죠. 여행이나 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산업동물을 좋아했던 것도 움직이는 걸 좋아해서 그랬지 않았나 싶어요.

수생생물의학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수생동물분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진출할 수 있도록 제자 양성을 해야죠. 연구 활동도 활발히 하고요. 세균성 질병을 주로 연구해왔는데, 세균성 질병은 종과 관계없이 걸리기 때문에 인수공통병원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에 관심이 생겼어요.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수생동물을 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수생동물로부터 시작되니까요. 먹는 수산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서 ‘건강하고 안전한 수산물의 생산’이 계속 가지고 갈 목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OIE, FAO 같은 국제기구 또는 수생생물의학에 관심이 있는 수의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둘의 공통점을 생각해보니까 국제적으로 교류를 많이 하고, 넓은 안목도 필요하고, 도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더라고요. 많이 노력하고 부딪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메일도 많이 쓰시고요. 사실 200통 쓰면 50통은 거절이고 150통은 답장이 안 옵니다. 그래도 쓰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메일을 어떻게 읽게끔 쓰는지, 어떻게 답장이 오게끔 쓰는지 알게 돼요. 거절을 하더라도 답장이 오거나,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불러도 되겠냐는 답장을 받을 때도 생기더라고요.

다른 전공자들과 교류해보니까 수의대생들이 정해진 것만 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짜여있는 길을 가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길을 찾아서 직접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확장해서 배워 나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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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지 않으니까 내가 해야겠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기자 활동을 하며 메일 하나 보내는 것조차 오랜 시간을 들이고 거절당할까 봐 노심초사해왔던 저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메일을 200여 통이나 보내면서 거절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나간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렸을 때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하시던 모습처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전정신’과 ‘열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다원 기자 kimdawonx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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