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의학 교육 연구, 향후 과제는` 이기창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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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 연구팀이 2021년 수의과대학 졸업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료수행 항목 61가지를 선정했습니다.

실제 진료의 출발점이 되는 보호자의 주호소(chief complaint)와 환자의 증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2020년 설정한 임상실기 항목, 2021년 진료수행 항목은 임상교육을 실무 위주로 재편할 초석이 될 전망인데요,

이번 연구를 이끈 이기창 전북대 교수(사진)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반드시 알아야 할 진료수행, 임상실기의 제목을 정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내부과정을 본 입장에서 그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주어진 예산은 적고 시간은 오래 걸린 느낌인데

2020년 임상실기, 2021년 진료수행까지 말하자면 ‘목차’를 2년간 만든 셈이다. 사실 항목을 정하려고 하면 관련 자료를 찾고 논의하는 과정이 많이 필요하다.

또 본업이 있는 교수님들이 모여서 준비하려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Q. 연구를 되돌아보는 소회가 궁금하다

수의학교육 연구를 책임연구원으로서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개인적인 연구도 아니고, 모든 수의사 분들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다 보니 정말 어렵다.

사실 대표성 측면에서 연구진 구성이 아주 이상적이지는 못했다. 공통의 관심사인 수의학 교육에 대한 방향타를 만들어가는 연구인데도, 대학별로 한 분을 모시는 것조차 어려웠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낸 연구결과가 아니다 보니 공표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Q. 지난 공청회에서도 ‘진료수행항목에 지정되어야 할 만한 것들이 빠져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그런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처음 접하면 수의학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고 어색할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이 나온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다양한 의견이 많이 나와야 교육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가령 ‘숨 쉬는 게 이상해요’라는 진료수행 항목은 평소에 수의사들이 접하는 폐렴이나 호흡곤란 같은 수의학적 표현과는 다르다. 진료의 출발점이 되는 ‘보호자의 호소’로 표현했다.

이번 연구에서 ‘숨 쉬는 게 이상해요’를 목차에 포함시킨 것이 끝이 아니다. 그 아래에 숨 쉬는 게 이상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을 가려내기 위한 병력청취, 추가검사, 감별진단은 물론 치료계획 수립 등 진료 과정의 세부적인 내용을 채우는 일이 남아 있다.

현재는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세부적인 내용을 채우면서 다양한 질병과 원인이 감별진단 목록에 포함될 것이다. 그 내용을 만드는 것이 여러 교수님들의 역할이다.

2021년 설정된 수의학교육 진료수행 61개 항목

Q. 의과대학이 설정한 진료수행 항목에서 안과와 관련된 것은 ‘눈이 빨개요’가 유일하다. 더 깊은 내용은 전문의 과정에서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어차피 진료의 모든 내용을 학부에서 다 다룰 수 없다. 결국 진료수행항목을 구체화하면서 선택과 배제가 불가피할텐데, 이 부분에 대해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부족한 것 같다. 당장 진료수행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으면 ‘이건 몰라도 된다는 거냐’고 지적하는 느낌인데

진료수행 항목에는 학생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내용만 담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의학교육에서 ‘눈이 빨개요’라는 진료수행 항목 하나에 안과의 어마어마하게 많은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듯, 우리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다.

감별진단 목록을 하염없이 늘릴 순 없더라도,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병은 핵심역량에 포함시켜야 한다.

반면 비교적 희귀한 질환은 다르다. 학부과정의 기준에선 배제할 수도 있고, 희귀질환일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2차진료를 의뢰할 수는 있되 스스로 확진·치료까지 나아갈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는 선을 그을 수 있다.

안과도 눈이 빨개지는 흔한 각·결막 질환의 진단적 접근은 학부생도 가능해야 하지만, 전문적인 안과진료를 요구할 수는 없다.

이처럼 ‘학부생 수준에서 어디까지 가르쳐야 할 지’는 진료수행지침의 세부내용을 만들 때 해당 전공교수진의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Q. 의학교육의 진료수행지침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내용의 상당 부분은 내과다. 구체적인 내용을 만드는 후속 과제에는 내·외과 임상교수님들이 많이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지금처럼 관심 있는 교수님 몇 분만 참여하는 형태로는 불가능하다.

기존 연구과정에서도 핵심연구원은 4~5명이었지만, 각 임상과목에 해당하는 내용은 전공 교수님들께 의뢰했다.

임상실기 54개 항목, 진료수행 61개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지침서 2권을 만들어내야 한다.

모두 임상에 관한 내용이다. 내·외과는 물론 산과, 영상진단과, 임상병리과 등 임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수님이 참여해주셔야만 성사될 수 있다.

의학교육 진료수행지침을 만드는 일에는 책임저자만 11명, 원저자로 100여명의 교수진이 참여했다. 교수님들마다 각 항목을 맡아 집필하는 형태였던 것 같다.

특히 수의대는 의대에 비해 임상교수 숫자가 애초에 적다. 10개 대학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Q. 진료수행·임상실기의 세부 내용을 만드는 연구는 훨씬 어렵고 작업도 커질 것인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연구예산이 어느 정도인가

2021년 연구는 2천만원 예산에 10명 미만의 연구원이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였다.

그걸 넘어서 학생과 교수가 교육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0개 대학 임상교수진이 다수 참여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연구비가 필요하다. 최소 억 단위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농식품부가 인증원에게 매년 줬던 계속지원사업 형태로는 불가능하다. 별도의 연구과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실 참여하는 연구원에게 경제적으로는 이익이 되기 어렵다. 그래도 수의학교육 진일보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학생들도 이미 이러한 교육개선 움직임을 알고 있다.

당장 2022년에 착수하더라도 한 해에 끝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최소한 2~3년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의학교육에서 활용하는 진료수행, 임상술기지침.

Q. 몇 년에 걸쳐 진료수행지침, 임상실기지침이 만들어지면 잘 활용될 수 있을까. 현재도 수의학 교육 개선 연구에 대한 관심은 학생들이 오히려 큰 것 같은 정도다.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수의대에 온다. 훌륭한 수의사가 될 수 있는 재원이다. 그만큼 실질적인 실무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환자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수의학 교육 연구성과는 현장에서 적용되지 못했다. 진료수행·임상실기지침도 마찬가지다. 개별 교수님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쓰지 못하는 거다.

연구성과가 교육현장에 적용되려면 결국 매뉴얼, 책이 필요하다. 최근 2년간 그 책의 목차를 만든 셈이다. 어떤 작가는 책을 집필할 때 목차 만드는 것이 90%라고도 한다. 밑그림은 완성한 셈이니, 지침의 내용을 채우기는 용이해진 셈이다.

지금까지도 많은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요구를 잘 알고, 나름대로는 노력하여 교육하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지침을 만들면 ‘학생들이 바라는 교육’과 현재 교수진이 주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의 간극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수가 주관적으로 ‘이건 알아야 해’라고 판단하는 부분이 보다 객관화될 수 있다. 지침만 보고 가르치진 않더라도, 적어도 진료수행지침·임상실기지침에 있는 내용은 반드시 다루는 형태라도 될 것이다.

기초과목에서도 이러한 지침의 내용을 참고하여 교육목표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기초-임상 과목간 연계성도 강화될 수 있다.

어떤 내용을 기초과목에서만 다루거나,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인데 임상과목을 배우는 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듣거나 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개선은 꼭 학제를 개편한다거나, 의대처럼 커리큘럼을 바꾸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Q. 진료수행·임상실기지침이 만들어지고 교육현장에서 활용될 날을 기대해본다.
끝으로 수의학 교육연구와 관련해 동료 교수들이나 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수의학 교육 연구는 일부 소수 연구진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정 교수의 의견에 치우쳐 있지도 않다.

현재까지는 ‘틀’을 짜는 작업이었다. 그 틀도 추후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가며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일선 교수진이 교육에만 헌신할 수 있는 현실은 분명 있다. 임상교수 자체가 얼마 없고 진료, 논문에도 치인다. 그 어려움은 의대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학생들의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일부 학생들은 연구결과를 따로 요청해서 받아 본다.

그만큼 더 많은 교수님들이 교육 연구에 참여해주셔야 한다. 연구원으로서든, 세부적인 집필을 돕든 비판과 의견을 많이 내주시길 바란다. 일부 임상교수와 늘 했던 사람만 하는 연구로는 많은 의견을 담아내기 어렵다.

앞으로 진료수행, 임상실기지침이 만들어진다면 전국 수의대생들이 빠짐없이 보고 익힐 책이 된다. 많은 수의대 교수님들이 그 지침의 저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임상교수님들은 조금씩이라도 참여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리고 싶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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