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이러스설사병 피해 연간 1천억원? 실태파악·인식제고 우선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BVD 피해실태·방제대책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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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은 젖소·한우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근절대책이 활발한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관심밖이다.

BVD로 인해 국내 소 사육농가가 보는 피해는 1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더 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생산성 질병인만큼 피해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농가 인식제고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원장 김재홍)은 17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실시한 BVD 관련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비특이적 증상이지만 생산성 피해

농가 인식 낮고 PI 도태에 소극적

BVD는 소화기뿐만 아니라 호흡기, 유산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감염된 소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다른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농가의 전반적인 질병 피해를 키운다.

김영찬 서울우유 파주 유우진료소장은 거듭된 유산과 미이라 태자, 성장지연개체와 잔병치레 등을 BVD 피해농가의 특징으로 꼽았다.

아예 죽거나 특이적인 증상이 아니다 보니 농가가 주목하기 어렵다. 구제역 백신접종 부작용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임신한 소가 BVD에 감염되면, 태어난 송아지는 지속감염우(PI)가 된다. 일반적인 감염우보다 1천배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지속감염우 대부분이 2년령 이하에 폐사하지만, 살아남은 개체는 성장지연이 심한데다 농장 오염의 원인이 된다.

지속감염우를 찾아내 빠르게 도태시키는 것이 BVD 피해를 줄이는 핵심이지만, 현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BVD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은데다, 한우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임신우나 송아지의 도태에 농가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BVD 피해, 200억~1,000억+α?

2017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검역본부에 의뢰된 소 시료 1,307건 중 BVD 양성은 118건(9%)을 기록했다. 유산태아 시료에 439건 중에서는 BVD 비율이 15%로 올라간다.

이날 최경성 경북대 교수는 검역본부 자료를 인용해, 국내 소 사육농가의 BVD 항체양성률이 65~70%에 달하며 지속감염우도 1~2% 검출된다고 지적했다.

BVD 감염과 지속감염우가 발생하면 유산·설사는 물론 누적되는 질병 피해가 커진다. 그로 인한 연간 손실액은 최소 1천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BVD로 인한 피해액 산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체적인 손실을 알아야 그에 맞는 방역대책도 수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암소와 송아지에서 조사된 BVD 감염률에 유럽의 경제피해 분석결과를 적용하는 ‘보수적인’ 계산에도 최소 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미 BVD에 감염됐던 항체양성개체까지 생산성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 추정한다면 실제 피해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왼쪽 위부터) 이날 토론회 발제에 나선
검역본부 이경기 연구관, 경북대 최경성 교수
옵티팜 김현일 대표, 파주 유우진료소 김영찬 소장,
김두 강원대 명예교수, 김재홍 정책연구원장.

농가의 BVD 경제적 피해 인지도 23%

어차피 브루셀라·결핵 피검사 하는데..

무대책·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

이날 전문가들은 국내 BVD 감염문제의 실태 파악과 농가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책연구원 연구진은 서울우유협동조합 소속 경기도 소재 젖소농장 51개소를 대상으로 지난달 BVD 인식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BVD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인지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법정전염병이 아닌 BVD의 근절은 농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지속감염우 송아지 도태, 백신접종 등 방제에 드는 비용보다 BVD로 인한 피해액이 더 크다는 인식이 전제조건이다.

결국 보다 정확한 조사연구가 급선무다. 전국 단위의 본격적인 감염조사를 통해 피해규모를 구체화해야 변화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검역본부가 2013년부터 BVD 검색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BVD가 법정 가축전염병이 아니다 보니, 통합보고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일선 동물위생시험소나 민간병성감정기관에서 BVD를 진단해도 그 결과가 한데 모이지 못한다.

하지만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실질적인 조사가 어렵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차피 우결핵, 브루셀라 검사를 위해 사실상 모든 농장에서 채혈검사가 실시된다. 해당 시료를 BVD 검사에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재홍 정책연구원장은 “BVD에 대한 국가단위 정책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정부와 양축가, 전문가가 모여 현실인식을 정확히 하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두 강원대 명예교수는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렇다할 조사연구나 대책도 없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김두 교수는 “BVD 문제에 대한 수의사들의 인식은 예전에 비해 높아졌지만, 농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면서 “BVD로 인한 피해규모는 1천억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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