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길고양이 TNR에 대해, 김재영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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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지부장협의회가 길고양이 TNR 정책 개정을 공식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의사회가 TNR 보이콧을 시사할 정도로 갈등이 커진 계기는 지난해 ‘고양이 중성화사업 실시 요령’ 개정 과정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초 농식품부는 체중 2kg 미만이나 임신·수유 중인 개체도 수의사 판단하에 중성화할 수 있도록 개정 초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여기에 대해 ‘동물진료 행위인 중성화수술을 두고 수의사 의견은 무시한 채 캣맘들의 의견에만 휘둘린다’는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경없는수의사회 대표 김재영 원장(사진)을 만났다. 김재영 원장은 2007년 서울시 TNR 도입을 주도했고 관련 정책 논의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최근까지 군집TNR 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Q. 길고양이 체중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의사들에게는 체중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체중 기준이 TNR 지침에 들어간 사연이 있다. TNR 도입 초기에는 체중이 아닌 나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포획된 길고양이가 3개월령이나 5개월령 이상이면 중성화한다는 식이다. 길고양이 나이를 현장에서 정확히 알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나이 대신 체중을 기준으로 삼게 됐다. 2013년 서울시가 길고양이 TNR 표준지침을 수립하면서 서울시수의사회, 동물보호단체 등을 대상으로 관련 의견을 모았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3~3.5kg 이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저는 서울시수의사회를 통해 2kg 기준을 제안했다.

길고양이는 지내는 환경이나 영양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4개월을 넘겨 2kg 정도로 자란 시기가 되면 이미 발정이 오고 임신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중성화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어느 정도 자랐다면 첫 발정 전에 중성화를 받는 편이 오히려 이상적이다.

또한 고양이들은 2kg이 넘어가면서 복부지방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TNR은 형편상 주사마취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능한 비만이 아닌 상태에서 수술하는 것이 좋다는 점도 고려했다.

 

Q. 그렇다면 1.8, 1.9kg이면서 이미 성성숙을 마친 개체는 중성화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부장협의회도 이 점을 지목하고 있는데

물론이다. 실제로 서울의 군집TNR에 참여했을 때 2kg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건강상태가 양호한 개체들은 중성화를 진행했다.

다만 그 때는 지역 캣맘들이 방사 전에 개체별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지자체도 중성화수술을 받은 길고양이들이 상태에 따라 더 회복할 수 있도록 장소와 냉방을 제공했다. 일반적인 TNR과는 달랐다.

2013년 서울시에 2kg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체중은 절대적 기준이 아닌 ‘원칙’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가 건강상태를 체크해 임상적으로 수술 후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개체라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중이 3kg가 넘어도 건강하지 않은 개체라면 수술하지 않아야 한다. TNR과 별개로 정말 응급한 환자라면 1kg 미만이라도 개복수술을 할 수 있다. 체중이라는 숫자에만 얽매일 필요가 없다.

서울시 길고양이 TNR 표준지침 제정에 대한 서울시수의사회 의견
(자료 : 김재영 원장)


Q. 그런데도 지난해 농식품부의 고시 개정안이 논란이 됐을 당시 ‘2kg 미만 금지’ 조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들었다

체중 2kg 이상의 길고양이를 TNR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원칙이 없으면 1.2kg, 1.3kg 등 너무 어린 개체도 TNR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생명을 중히 여기는 분들만 TNR을 한다면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업자들도 있다.

TNR 사업 경험이 축적된 서울·경기나 대도시에서는 그래도 문제가 드문 편이지만, 지방은 다르다. (2kg 미만 중성화를 금지하는) 현행 규정 하에서도 너무 어린 것으로 보이는 개체를 수술했다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고 있지 않나.

2013년에도 그랬고 개인적으로는 수의사의 판단 여지를 주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10년 넘게 TNR을 경험하면서 관련 문제를 계속 접하다 보니, 일단 기준은 조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금은 일단 원칙을 유지하되, TNR 사업이 전반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그때 논의해서 (2kg 미만도 시행할 수 있도록)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지부장협의회나 2kg 미만 규정에 반대하는 분들도 ‘어린 개체까지 TNR해서 돈 벌자’는 식의 주장은 전혀 아니었다. 개체수 조절이라는 TNR 목적에 맞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규정은 정비하고, 동물 진료에 대해서는 수의사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말씀하신 사고 문제도 체중 규정이 있고 없고 보다는 ‘누가 사업을 하느냐’에 달린 문제 아닌가

그렇다. 결국 신뢰 문제다. 그래서 사업자 선정이 더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는 최저가 입찰이 아닌 사업자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저도 참여해봤는데, 사업에 지원한 동물병원(수의사)이 역량이나 설비에 문제가 없는지, 너무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소지는 없는지를 살필 수 있다.

가령 동물판매업을 병행하는 업자가 TNR을 한다면 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이런 부분에서 지역 수의사회 분회가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제대로 하는 동물병원이 TNR을 맡게 하려면 최저가 입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에 동감한다.
하지만 그것도 그런 병원이 있을 때 이야기다. TNR에 참여할 동물병원을 구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정말 문제다.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참여했던 실력 있는 동물병원도 캣맘의 민원과 압박에 시달리며 점차 TNR을 외면한다. 문제가 있어도 보완해가면서 신뢰를 만들어야 하는데 조금만 의심을 사도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물론 다수의 캣맘은 좋은 분들이지만..’내가 이만큼 소중히 여기고 헌신하니, 당신도 그래야 한다’는 식으로 횡포를 부리는 분들도 일부 있다. 그들이 수의사들을 멀어지게 만든다.

이러한 경향은 궁극적으로 TNR의 실패로 이어진다. 다 떠나고 업자만 남는다. 저조차도 군집TNR 봉사활동은 하지만, 지자체 TNR은 4년여간 했다가 관둔 지 오래다.

예전에는 길고양이들이 측은해서 시작했던 캣맘 분들의 모임이 근래에는 어떠한 ‘권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집도하는 수의사의 실력은 어떠냐, 경력은 어떠냐, 마취 방식은 뭐냐 등등을 보고하라는 식으로 나오는 단체도 있다.

 

Q. 지부장협의회가 체중과 수유묘 문제를 중점으로 제기하긴 했지만, 다른 개선점도 있을 것 같은데

앞서 지적한 사업자선정위원회 문제와 함께 사업계약 및 TNR 수행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3월이면 이미 번식 가능한 길고양이들은 대부분 임신해 있다. 2월초에는 TNR이 실제로 시행되어야 한다.

혹서기나 장마철, 혹한기에도 TNR을 아예 중단하기 보다는 일기예보를 참고해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군집TNR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TNR이 처음 도입된 취지가 길고양이로 인한 소음 등 민원을 해결하려는 것에도 있지만, 민원해결용도로만 치우치면 개체수 조절 효과는 없고 혈세를 낭비하는데 그치는 셈이다.

물론 민원해결도 외면할 수는 없으니 예산을 분배하더라도, 매년 특정 지역의 군집TNR을 병행하는 형태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전문성 없는 일부 단체의 여론에 휘둘리는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이콧이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다만 TNR은 캣맘도 수의사도 아닌 길고양이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개체 수 감소나 민원해소가 아니라,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환경으로 진보하기 위한 방법이어야 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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