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중방역수의사 78% `정부 동물방역 정책은 실패`

비과학적·비전문적 정책..정부 조직 개편해 중앙동물방역시스템으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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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공중방역수의사 5명 중 4명이 현 정부의 동물방역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회장 조영광, 부회장 박수현)가 지난달 ‘2022 공중방역수의사 일제조사’를 실시하면서 병행한 인식조사 결과다. 인식조사에는 2월 기준 복무 중인 공방수 447명 중 444명이 참여했다.

농식품부의 동물방역 정책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매우 부정적 혹은 조금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78.4%를 차지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약 12%에 그쳤다.

대공수협은 “동물방역 정책에 실무자·전문가들의 목소리와 국민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정책을 다수 펼쳤다”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문제로 지목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국 양돈농장 8대방역시설 설치 의무화’의 경우 아직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데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 중이라는 이유로 도입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돈협회는 8대 방역시설 중 방조·방충망, 폐사체보관실 등 ASF 방역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부족한 시설은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실 등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공수협은 정부의 멧돼지 ASF 대책도 비판했다. ASF 국내 발생 초기 경기·강원 북부지역으로부터 남하를 막기 위해 1천km에 달하는 광역울타리를 설치했지만, 결국 충북·경북까지 확산되어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한 꼴이라는 것이다.

대공수협은 “당시 농가들은 광역울타리 대신 농장 울타리 설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독단적으로 판단했다”며 “결국 세금을 불필요하게 중복 투입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실효성 없는 통제초소 설치로 인한 인력·세금 낭비 문제를 지적했다. 겨울철 강설·강우 환경에서 농장에 생석회 도포하도록 한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탁상 정책에 가축방역관·수의직 일방적 희생

현행 가축방역체계 구조적 한계

중앙정부-광역지자체 중심 방역으로 전환해야

대공수협은 “이미 부족한 수의 인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단순 행정 같은 업무를 지시하면서 동물방역 분야에서 수의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채 서류와 사진에만 의존해서 만들어진 정책에 일선 가축방역관과 공중방역수의사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공수협은 “현재 농식품부의 동물방역 정책은 차관보·방역정책국장 주재로 매일 진행되는 가축방역 상황회의에서 설계된다”며 “주 2~3회 환경부, 지자체 등과 영상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없다 보니 ASF에 대응하기에 무리가 있다. 질병관리청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코로나19와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방역정책국이 동물방역 관련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힘든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도 우려했다.

대공수협은 “수의직 공직자에게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수의사’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전문 지식을 가진 수의사들이 중심이 되어 최종적인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초지자체(시군구)까지 가축방역관이 배치된 현행 방역체계를 문제로 지목하며 중앙정부-광역지자체(시도) 수준으로 동물방역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현재 가축방역 중심의 방역정책국에서 담당하고 있는 반려동물 의료 등의 정책 영역을 별도로 분리해 ‘반려동물보호국’을 신설하고, 검역본부 조직 개편을 통한 중앙동물방역시스템 전환 등을 함께 주장했다.

대공수협은 “정권 말기 동물방역 실무자의 인식을 조사해 더 나은 정부의 모습을 촉구하기 위해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정부 정책의 오류는 이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목소리와 국민 현실이 반영될 수 있는 정부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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