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물병원 수술동의서, 어떻게 받는지가 중요하다

수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할 때 지켜야 할 요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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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의 설명의무를 명시한 개정 수의사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법에 의하면 수의사는 동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등 중대진료를 하는 경우 그 전에 동물의 소유자에게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수의사의 설명의무는 법 개정 이전부터 인정되어 왔다. 수의사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보호자의 자기결정권을 위해 동물에게 시행할 진료의 내용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설명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개정 수의사법은 기존에도 인정되던 민사상 책임에 더하여 중대진료에 한해서는 과태료 책임까지 추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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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진료에 관한 설명을 할 때 지켜야 할 요령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분쟁이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증거’다.

우리 법원은 수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수의사에게 있다고 본다.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진료내용을 설명하였는지를 확신하기 어렵다면 수의사에게 불리하게 판단한다.

즉 수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한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책임(통상 위자료책임)을 지게 된다.

 

따라서 수의사는 자신이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을 증거로 남겨두어야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보호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것이다. 진료의 내용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기재한 서면을 제시한 후 보호자의 서명을 받는다.

개정 수의사법도 중대진료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원도 보호자가 서명한 동의서가 있는 경우라면 대개는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보호자의 서명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있다. 보호자가 서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서면에 적힌 내용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요구해서 그저 사인만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법원도 여러 사정에 비추어 단순히 정해진 포맷으로 출력된 문서에 보호자가 자기 이름을 쓴 것만으로는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필자는 동의서에 보호자로부터 이름 석 자만 받고 끝낼 것이 아니라 되도록 실제 설명을 하였다는 흔적을 남길 것을 권유한다.

동의서에 진단명이나 수술명을 직접 쓰기도 하고 중요한 부작용 같은 부분에는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도 쳐가면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수술할 장기의 모습이나 수술방법을 그려가면서 설명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만,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된 것처럼 보인다.

재판부는 보호자가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한 사실뿐 아니라 수의사가 수술명과 예상되는 부작용 몇 가지를 동의서에 직접 기재한 사실까지 인정하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서는 수의사가 ‘수술동의서는 형식적인 것이니까 그냥 사인만 하면 된다’고 보호자에게 말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위와 같은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수의사가 위와 같이 말한 사실을 자인했거나 보호자의 녹음파일이 법원에 제출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호자의 서명과 함께 의료진이 열심히 설명을 한 흔적이 남은 동의서를 두고 법원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보호자에게 직접 자필로 진료의 내용과 부작용 등을 동의서에 쓰도록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 전부를 보호자가 그대로 필사하게 한다면 가장 좋을 것이지만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최소한 진단명, 수술명, 예상되는 주요 부작용 항목 정도를 직접 기재하게 한다면 동의서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자신의 서명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필적감정이다.

그러나 이름 석 자만으로는 표본이 적어 유의미한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보호자에게 동의서에 서명뿐만 아니라 다른 내용도 적게 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조 주장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병원 실무에서는 꼭 진료에 관한 내용을 적게 하지는 않더라도 “위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확인하며, 수술에 동의합니다” 정도의 문구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적게 하기도 하는데, 동의서의 신빙성을 높이고 위조 주장에 대비하기 좋은 방법이다.

적절한 동의서 양식 마련과 증거 보존 노력을 통해 개정 수의사법 시행에 대비하고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시기 바란다.

이상민 변호사·수의사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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