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 헌법소원, 최저가 경쟁 촉발· 개인정보 침해?
19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醫·政 입장차
2023년부터 동물병원 주요 진료비의 게시의무와 공시제가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및 공개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지난해 의사·치과의사 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1년여만이다.
의사 측은 비급여 진료비 보고제도가 최저가 경쟁을 촉발해 의원의 운영을 위협하다고 주장했다.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은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 보장, 의료비 부담 감소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의원급으로 비급여 보고 확대에 반발..헌법소원
醫 ‘비급여 보고제도, 저가경쟁 촉발해 의료기관 운영 위협’ 주장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특정 비급여 진료의 항목·기준·금액·진료내역을 복지부에 보고하고, 복지부는 해당 조사·분석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보고의무의 대상은 복지부장관이 따로 고시하도록 했다. 2013년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돼 2021년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 6만여개소까지 의무 공개대상에 포함됐다.
일선 의원까지 보고의무가 확대되면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해당 법령을 두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청구인(의료계)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민겸 서울시치과의사회장은 “비급여 진료에 관한 자료제출 강제는 의료행위 통제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비급여 진료비 의무공개 제도가 환자들로 하여금 값싸고 저급한 의료기관을 선택할 위험에 노출되게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의 다른 요소보다는 비용만 두고 병원을 선택하게 만들어, 저가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처럼 가격 하락 압력을 만들어내는 비급여 보고제도가 의료기관 운영까지 위협한다는 근거로는 ‘급여 진료의 원가보존율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진료는 하면 할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비급여 진료 수익으로 이를 만회해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김민겸 회장은 “국민을 위한 수준 높은 의료혜택에 부합하는 진료기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비급여 부문은 시장경제원칙에 따른 의료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민식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부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를 강제로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생명에 직접적인 관계없이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비급여 진료는 구태여 국가가 관리할 필요 없이 국민들이 수준 높은 의료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청구인 측은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도록 한 규제가 의사의 양심·직업의 자유와 의료소비자(일반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政 ‘비급여 실태파악용 제도..개인정보 침해 문제 없다’ 반박
반면 이해관계인(정부)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비급여 보고제도가 비급여의 실태파악·분석을 위한 제도로 직업의 자유나 개인정보 침해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환자 이름이 보고내역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개인이 특정될 가능성이 있는지와 환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있는지 여부를 두고 쟁점이 떠오를 전망이다. 이날 변론에서도 헌재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질의에 초점을 맞췄다.
의원급으로 보고의무를 확대한 것에 대해서는 ‘도수치료 등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에서 의원급 비중이 큰 만큼 조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서남규 실장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극히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로 비급여 진료 품질을 높이고 진료 선택권·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보고제도 필요성을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변론내용을 바탕으로 헌법소원 심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