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처방대상약 사용내역 전산보고 범위 줄인다‥법 개정안 발의
김선교 의원 수의사법 개정안 대표발의..처방대상약 중 수의사 직접사용 후 전산보고 대상 별도 규정
수의사가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직접 사용한 내역까지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에 의무적으로 입력하도록 한 규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처방대상약 중 항생제 등 일부 유형의 약품만 사용내역을 보고하도록 하는 형태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수의사법 일부개정안을 8일 대표발의했다. 법안과 관련해 대한수의사회와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제 불법 막기 위한 전자처방전·전산보고 의무화
일선 수의사 반발로 2년간 표류
수의사처방제 전자처방전 의무화는 2020년 2월 시행됐다. 수의사가 처방대상약의 처방전을 낼 때는 반드시 eVET을 통한 전자처방전 형태로 발행하도록 했다.
기존의 수기처방전 형태가 동물약품 판매업소와 처방전 전문 수의사의 불법 결탁에 악용된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전자처방전으로 일원화하면 특정 수의사가 어떻게 처방전을 발행했는지 시스템상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처방전이 발행된 대상 농장간 거리가 너무 멀거나, 하루에 너무 많은 처방전을 발행하는 등 직접 진료 없는 불법 처방이나 사무장 동물병원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수기처방전이라면 일일이 들여다보며 대조하지 않는 한 모를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처방대상약의 사용내역도 eVET에 입력하도록 함께 의무화됐다.
전자처방전만 의무화하고 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기록은 전산으로 남기지 않아도 되도록 내버려둔다면, 동물약품 판매업소와 결탁한 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것처럼 꾸며 처방대상약을 판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구멍을 함께 막은 셈이다.
문제는 후자에서 발생했다. 직접 사용한 내역까지 전산보고하라는 규제에 일선 임상수의사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결국 당해 3월 취임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장이 수의사 처방대상약 사용내역 전산보고 거부와 제도 개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동물병원 진료비 수의사법 개정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면서 첫 해법이 제시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김선교 의원안, 항생제 등 일부 처방대상약으로 전산보고 범위 축소
金 ‘항생제 오남용 억제가 처방제 도입 취지..全성분 전산보고는 과도한 부담’
백신, 심장약 등 제외..반려동물병원 부담 감소
김선교 의원안은 기존에 처방대상약 전체였던 전산보고 의무대상을 ‘처방대상약 중 오용·남용으로 사람 및 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농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용의약품’으로 축소했다.
현행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은 해당 범위를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이하 항생제)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중앙회도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처방대상약 사용내역을 eVET에 기록하되 그 대상을 항생제 정도로 축소하는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김선교 의원안이 통과되면 반려동물에서의 입력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백신이나 심장사상충예방약, 심장약 등 반려동물에서 자주 쓰이면서 처방대상약으로 지정된 성분은 전산보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다만 동물용 항생제는 오는 11월 모든 성분이 처방대상으로 당연 지정된다. 반려동물병원에서는 인체용의약품 비중이 높긴 하지만, 지속성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을 사용하면 전산보고 대상이 된다.
수의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반려동물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자차트 프로그램과 eVET의 연동기능도 개발됐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과 마찬가지로 일선 동물병원의 행정보고 부담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대동물에서의 전산보고 환경은 여전히 숙제다. 고령화 비율이 높은데다, 반려동물과 달리 전산으로 진료기록을 남기는데 익숙치 않다.
김선교 의원은 “당초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한 취지는 수의사의 정확한 진료로 항생제 등의 오남용을 억제해 축산물 안전성 신뢰도를 제고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의사처방제가 항생제 내성 국가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김선교 의원은 “수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투약한 모든 처방대상약의 명칭·용량을 eVET에 입력토록 한 것은 현장 수의사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한 것”이라며 “진료행위에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남용으로 사람·동물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약품에 대해서만 입력토록 하여 수의사들이 진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항생제 사용관리 위해선 판매업소 전산보고도 의무화해야
이와 관련해 동물약품 판매업소의 판매기록도 전산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수의사가 직접 사용한 항생제 내역을 eVET에 전산보고한다면, 동물약품 판매업소도 항생제 판매내역을 eVET에 전산보고해야 형평에 맞다는 것이다.
이는 약사예외조항 문제로도 이어진다. 항생제도 주사제를 제외하면 약사예외조항을 적용 받기 때문이다.
가령 처방대상약인 경구용 동물용 항생제를 수의사가 진료에 사용하면 내역을 전산보고해야 한다. 반면 동물약국이 판매하면 처방대상약이라도 전산보고 의무가 없다. 여전히 구멍이 남아 있는 셈이다.
지난 4월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최종영 특위 위원장은 “동물병원이 직접 사용한 항생제 내역을 전산보고하도록 한 것은 판매기록을 남긴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동물병원 밖으로 처방전을 보낸 처방전의 판매기록도 (전산보고가) 의무화되어야 형평에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