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매년 증가‥전체 실험동물 45%가 최고 고통등급 실험에 쓰여
2021년 실험동물 사용량 488만 ‘역대 최다’ 고통등급 최고 E등급에만 45%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근 2021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운영 및 동물실험 현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동물 사용량은 488만마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17년(308만마리)에 58% 증가한 수치다.
이들 실험동물 대부분이 고통스러운 실험에 쓰인다는 점도 지적된다.
동물실험은 실험동물이 겪는 고통 수준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중 최고등급인 E등급은 극심한 고통이나 억압, 회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실험이다.
특정 물질을 먹이거나 흡입하여 독성을 관찰하는 실험이다 보니 애초에 진통 처치를 하기 어려운 경우가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해 E등급 실험에 쓰인 실험동물은 218만마리다. 5개 등급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D등급에도 162만여마리가 쓰였다. D·E 등급을 합하면 78%에 달한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이처럼 고통스러운 실험의 높은 비중을 문제로 지적했다. E등급 동물실험만 44.7%에 달하는데 캐나다(1.8%), 유럽연합(11%)에 비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기초연구 실험동물 사용량 급증..규제시험 넘어서
HSI, 동물대체시험법 제정 촉구
연구분야 별로는 기초연구에 쓰인 실험동물이 194만여마리로 가장 많았다. 전년대비 64만마리가 늘어난 수치다.
통상 법적 규제시험에 쓰이는 동물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에는 187만여마리로 기초연구보다 적었다.
HSI는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면서 동물실험 대신 사람에서의 예측률이 더 높은 시험방법·기술에 예산을 투자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동물실험이 아닌 컴퓨터 시스템 활용, 오가노이드, 장기칩 등에 더 많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환경부가 2030년까지 화학물질 유해성 관련 시험자료 60%를 동물대체시험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발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업용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 따른 동물실험에 쓰인 실험동물은 지난해 6만5천여마리로 전년대비 119% 폭증했다.
HSI는 이를 위해 남인순 의원이 2020년 대표발의한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의 심의·통과를 촉구했다.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에는 관계 부처가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활용지원, 보급·이용을 위한 종합계획 설립 등의 내용을 담았지만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HSI 한국지부 서보라미 국장은 “실험동물의 수와 과학기술 발전·소비자 안전은 비례하지 않는다. 사회와 과학이 발전할수록 동물대체시험 활용이 강조되어야 한다”며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은 이를 위한 중요한 기조가 될 입법안으로 국회와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