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동물진료권특위, 불법 약품판매·수의사 면허대여 23건 적발
행정처분·검찰송치 등 성과..수의사가 직접 진료하고 농장에서 진료비 받는 구조 되어야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위원장 최종영)가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의 비(非)약사 약품판매, 수의사 면허대여 등 농장동물 진료권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지속 대응하고 있다.
작년 3월 출범한 특위는 7월 11일까지 전국을 돌며 23개소의 불법 혐의를 적발, 경찰에 고발하거나 행정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약사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영업정지·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이 내려지거나, 검찰에 송치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위는 13건의 불법 혐의에 대한 추가 고발을 준비하는 한편, 농장 방문진료를 돕는 기반으로 거점동물병원 시범사업 도입을 함께 추진한다.
경찰 고발은 지지부진, 행정청·특사경으로 전략 선회
누적 23건 민원·고발..16건 추가 준비 중
축협동물병원에 사료판매업체까지
특위는 농가의 자가진료를 조장하는 불법 동물약품 판매, 수의사 진료 없는 불법 처방을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수의사 처방대상약 조차도 농가가 마음대로 주문·배달할 수 있는 현 상황을 방치하는 한 농장동물 진료권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특위는 전국을 돌며 동물약품판매업소와 결탁한 사무장 동물병원으로 의심되는 수의사를 함께 고발했다.
전북도청에 민원을 제기한 첫 사례는 수의사 면허정지 처분을 이끌어냈지만, 오히려 각 관할 경찰서에 고발한 사건들은 아직까지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전략을 바꿨다. 확실한 물증을 잡고, 경찰 대신 행정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이다.
특위는 동물약품판매업소에서 약사가 아닌 임직원이 약품을 판매·조제하거나, 이와 결탁한 사무장 동물병원의 면허대여에 대해 증거를 잡기 위한 현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국민권익위원회나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경기도처럼 특별사법경찰의 약사법 위반 단속이 활발한 지역은 특사경에 맡겼다.
특위는 올해 들어서만 16개 업소의 불법 약품판매, 면허대여 혐의를 잡아냈다. 자체적인 조사·채증은 물론 일선 회원들의 제보도 활용했다.
그 결과, 업소가 폐업해 수사가 종결되거나 아직 수사중인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행정처분이 내려지거나 불법혐의가 인정돼 검찰로 송치됐다.
처벌대상에는 축협 동물병원이 포함됐다. 수의사 진료없이 약국처럼 불법 운영되는 문제를 조준했다. 고령의 수의사 면허를 대여해 약품을 팔던 사료판매업체도 덜미를 잡혔다.
최종영 위원장은 “도매상에 처방대상약을 주문하면 처방전 달라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그냥 판매하는 처방대상약에는 항생제도 포함된다”며 “약사도 수의사도 아닌 직원이 약을 팔거나 지어주기까지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행정청에서는 증거만 확실하면 빨리 결론이 나오고, 중대한 불법사안이라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경찰 고발까지 이어진다”며 “16개 업소 외에도 증거확보까지 완료된 추가 고발 13건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컨설팅 계약했으니 사무장 병원 아니다?
약값만 있고 진료는 공짜인 구조가 문제
특위는 경찰이 불송치(무혐의)로 판단한 사무장동물병원 의심건에 대해서도 추가 대응하고 있다.
특위는 지난해 A동물용의약품도매상과 B동물병원를 면허대여 혐의로 고발했다. 관할 경찰서는 A도매상과 B병원의 수의사들이 컨설팅 계약을 맺어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특위는 도매상과 계약을 맺은 동물병원 수의사가 해당 도매상과 약품을 거래하는 고객농장에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작 그 대가는 농장이 아닌 도매상으로부터 받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무혐의의 근거로 제시한 부분이 오히려 더 문제라는 것이다.
해당 고객농장이 진료비를 쓰지 않고 도매상이 제공하는 진료서비스를 받으려면 결국 해당 도매상과의 거래를 유지해야 한다. 약품 판매를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는 셈이다.
최종영 위원장은 “약값만 있고 수의사 진료는 무료인 구조에서는 수의사 진료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진료비를 농장에서 받는 구조가 되지 못하면 농장동물의 불법진료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A도매상과 B동물병원의 행위를 불법 담합행위로 보고 추가 민원을 제기했다.
농장동물 거점동물병원 추진 병행
특위의 목표는 수의사가 농장을 방문해 직접 진료하고, 필요에 따라 약품을 처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다.
최종영 위원장은 “동물약품 유통개선을 위한 활동은 지속하면서, 일선 동물병원이 농장의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대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관심을 보인 지역을 중심으로 농장전담수의사 제도 시범도입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는 지난달 경북도청을 방문해 이를 위한 거점동물병원 설립을 논의했다.
3~4개 시군을 포괄하는 거점동물병원을 시범적으로 설립하고, 일상적인 농장 진료과정에서 주요 가축전염병 예찰·시료채취 등 민간 방역관 역할까지 병행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공수의 제도 운영이 소에 집중되어 있는만큼, 거점동물병원을 활용해 돼지·가금 분야의 공수의 역할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최종영 위원장은 “거점동물병원 추진단을 따로 구성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대한수의사회의 의지만 있다면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위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위는 수의사회원의 후원을 통해 불법혐의업소 현지조사 및 채증, 법률자문 등을 진행하고 있다(후원금계좌 카카오뱅크 3333-19-5953305 최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