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공공 통계는 크게 (국가)승인통계와 미승인통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름이 ‘승인’통계인 이유는 통계법에 따른 통계의 신뢰성 보호를 위해 통계 작성 과정에서 통계청의 심사와 정기 검사를 거친 통계만 공공재로서 가치를 국가가 인정(승인)하기 때문입니다.
승인통계 지정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입니다.
공공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국가통계 작성승인을 거친 기관만 승인통계를 생산할 수 있으며, 국가통계 작성승인을 받은 기관에서 작성한 통계라고 하더라도 통계별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미 승인을 받은 통계에 대한 사후검증도 진행합니다. 모든 승인통계는 정기적인 통계품질진단을 받고, 결과가 적합하지 않으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승인통계는 정책기반 데이터로서 신뢰성이 높지만, 최근까지 동물병원과 관련해 활용가능한 승인통계는 매년 시행되는 <서비스업조사>, 5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경제총조사>의 수의업 항목이 전부였습니다(그마저도 통계청 표준산업분류상 수의업이 대동물과 소동물을 구분해 집계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요).
데일리벳 기자수첩 [부담이라는 동물 진료비, 도대체 얼마나 부담인가]을 읽다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하나 더 추가된 승인통계가 있는데 바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반영된 반려동물 양육가구수입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수의업 매출 관련 통계, 즉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1개 가구가 1년 동안 수의서비스에 대해 지출하는 비용을 산출하고 승인 통계 내의 다른 산업영역과 직접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서비스업조사>상 산업분류 [음식점업]의 연간 매출 총액을 <인구주택총조사>상 가구수로 나누면 가구당 연간 외식산업 지출규모를 추산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은 분모인 가구수의 역할을 해 줄 승인통계가 없었기에 같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312만 9천가구라는 정답(?)이 주어졌으니 2020년 <경제총조사>상 동물병원(수의업)의 전체 매출 규모를 312.9만으로 나누면 양육가구당 연간 지출액이 추산됩니다.
이 금액을 다른 서비스업 분야의 가구당 연간 지출규모와 비교해보면, 같은 기준으로 작성된 통계라는 맥락 안에서 동물진료비 부담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상대적으로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수의료 서비스 지출액 추산
먼저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연간 수의업 지출액부터 추산하겠습니다.
<경제총조사>상 2020년 수의업 사업체수는 4,575개소, 종사자수 18,345명, 매출총액은 1,884,242백만원, 영업이익은 329,898백만원입니다.
여기서 수의업은 대동물병원과 소동물병원의 결과가 합쳐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음 두 가지 경우를 모두 고려하겠습니다.
a) 보수적인 추정을 위해 수의업의 모든 매출/영업익을 소동물병원이 발생시킨 것으로 간주
b) 동물병원/수의사 분포 현황*을 고려해 수의업 매출/영업익의 80%를 소동물병원 파이로 간주
(같은 해 대한수의사회가 발표한 동물병원/수의사 분포 현황상 전체 동물병원 중 반려동물병원 비율은 77.5%, 전체 임상수의사 중 소동물 임상수의사 비율은 82.7%)
a,b의 매출총액과 영업이익을 반려동물 양육가구수로 나누어 산출한 연간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수의업 매출/영업이익은
a인 경우 매출액 60.2만원과 영업이익 10.5만원, b인 경우 매출액 48.1만원과 영업이익 8.4만원입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수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출액은 연간 50~60만원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업 분야의 가구당 매출/이익과 비교한다면
이번에는 수의업과 마찬가지로 여타 서비스업 분야의 통계량을 확인하고 가구당 연간 지출규모를 산출하겠습니다(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상 21,484,785가구 적용).
먼저 [기타 개인 서비스업]의 하위 분류로서 [이용 및 미용업]입니다. 헤어샵 등 두발/피부 미용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들이 포함됩니다. 사업체수 170,488개소, 종사자수 218,210명, 매출총액 6,566,575백만원, 영업이익 908,001백만원입니다.
다음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의 하위 분류로서 [음식점업]입니다. 한식/외국식 음식점, 제과점, 치킨/피자/햄버거 전문점, 김밥 등 간이음식점을 포함한 외식사업체들이 두루 포함됩니다. 사업체 수 574,938개소, 종사자 수 1,491,559명, 총매출 117,101,035백만원, 영업이익 6,918,720백만원입니다([주점업]으로 분류되는 주점업 및 비알콜 음료점업은 제외).
다음으로 [교육서비스업]의 하위 분류로서 [일반 교습학원]+[기타 교육기관]입니다. 일반/방문 교과학원 + 스포츠/예술/외국어/기술 학원 등 사교육시장을 형성하는 사업체들이 포함됩니다. 사업체수 206,760개소, 종사자수 284,448명, 매출총액 32,461,871백만원, 영업이익 2,552,582백만원입니다.
마지막으로 [보건업]의 하위 분류로서 [의원]입니다. 일반의원, 치과/한의원 등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포함됩니다. 사업체수 65,955개소, 종사자수 411,809명, 매출총액 51,119,704백만원, 영업이익 15,400,215백만원입니다(보건업의 매출총액에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는 급여매출도 포함).
각 서비스업 분야의 매출/이익을 가구수로 나누어 수의업과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구당 연간 지출액은 외식비 > 의료비 > 학원비 > 동물진료비 > 미용비 순입니다.
가구당 연간 사업자 영업이익은 의원 > 음식점 > 학원 > 동물병원 > 헤어샵 순입니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당 연간 반려동물 의료비 지출액(보수적 추정시 60만원)은 일반 가구당 연간 외식비 지출액(545만원), 의원급 의료비 지출액(237만원), 사교육비 지출액(151만원)에 크게 미치지 않습니다.
비교군 가운데 지출액의 절대액수를 놓고 봤을 때 반려동물 의료비 지출보다 덜 부담되는 지출내역은 미용비 지출(30만원) 정도입니다.
사업자측 이익규모로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병원의 반려동물 양육가구당 연간 이익규모(보수적 추정시 10만원)은 일반 가구당 의원(71만원), 음식점(32만원)의 이익규모에 미치지 못하며 학원(11만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결론적으로, 연간 가계지출의 상대적 규모라는 관점에서 추산 통계를 놓고 볼 때 보건업과 비교하든 미용/외식/교육서비스업과 비교하든 수의업은 가구당 지출액/사업자 영업익 모두 작은 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가계에서 동물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정말로 이 문제가 동물병원에 대한 규제나 반려동물 양육가구에 대한 정책지원을 통해 풀어내야 할 정도로 크고 중대한 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사실 이미용서비스비, 식사비, 학원교육비, 보건의료비 등은 승인통계인 <가계동향조사>에서 분기별 가계수지(지출) 통계가 이미 작성되고 있습니다.
동물의료비도 가계수지(지출)항목 중 하나로 조사된다면 정확한 평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양육 가구 비중이 아직 15% 수준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가계의 지출항목으로 동물의료비를 구성하는 건 어렵겠죠.
또한 개별 산업분류(지출항목)에 대한 가구당 지출액수의 상대적 비교는 소비의 주관적 효용이나 심리적 효과까지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식비, 병원비, 학원비, 커트비, 동물 진료비 모두 ‘부담’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연간 얼마를 쓰든 상관없이 그것을 사실로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 자체로 사실이 되니까요.
부담이라는 워딩 자체가 매우 주관적인 것이어서, 진료비 부담을 가구별 지출로 치환한다음 다른 서비스업 영역과 비교하는 게 실익이 있는가에 대해 중간에 멈춰서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조금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공유드립니다.
출처는 KOSIS 국가통계포털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엠디티 데이터랩(iamdt d.LAB)은 벳아너스 얼라이언스의 EMR 데이터와 각종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물병원 경영과 반려동물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문의 hyde@ia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