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후석 충남대 수의대 신임교수 `집단을 위한 수의 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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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석 교수(사진)가 지난 9월 1일 자로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전염병학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수의역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구 OIE), 국제축산연구소(ILRI) 등 국제기구에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이후석 교수를 만나 수의 역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임용을 축하드립니다. 임용 전까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주대 수의대를 졸업한 후 KOICA 국제협력 봉사요원으로 탄자니아에 파견됐습니다. 요즘은 수의대 남학생 다수가 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하는데, 저는 좀 특이했던 편이죠.

본과 2학년 재학 당시 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님에 대해서 알게 됐어요. 한국인도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KOICA도 국제기구에서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지금은 KOICA 군 대체복무 프로그램은 없어졌을 겁니다.

아무튼 군 대체복무 KOICA 봉사요원으로 탄자니아의 바가모요라는 지역에 수의사로 파견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광견병이나 리프트 밸리 열병(Rift Valley Fever)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지역사회 방역활동을 2년 3개월 넘게 했습니다.

KOICA에서 일하면서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역학분석을 통한 방역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어요. 역학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영국왕립수의과대학(Royal Veterinary College)에서 역학 분야 석사 과정을 밟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퍼듀(Purdue) 수의과대학에서 역학 분야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파리의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서 6개월 정도 일했고요, 2015년부터 최근까지 국제축산연구소(ILRI, 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베트남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충남대 교수로 오게 됐습니다.

 

Q. 역학(Epidemiology)은 어떤 학문인가요?

쉽게 설명하면 ‘집단 속에서 질병이 어떻게 전파되는지와, 질병의 전파를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임상이 각 개체를 대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거라면, 역학은 집단 차원에서 질병을 다루는 것이죠.

석사 때에는 인수공통전염병인 리프트 밸리 열병(RVF)이 모기를 통해서 가축에서 전파되는 과정을 알아볼 수 있는 수리모델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가장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백신 정책은 무엇인지 연구했습니다.

박사 과정에서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세균인 렙토스피라(Leptospira)와 관련된 연구를 하였습니다. 미국 26개의 수의과대학들의 진료 기록(Veterinary Medical Databases),약 40년간의 160만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미국내에서 시간적, 공간적, 지역적, 계절적특성을 분석 한 후, 다양한 통계적 모델을 통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어내는 과정이었죠.

 

Q. 영국과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치셨는데, 언어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물론 네이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도 탄자니아에서 근무하면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이 있었고, 그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Q. WOAH와 ILRI에서는 각각 어떤 일을 하셨나요?

WOAH 회원국은 6개월마다 주요 가축전염병 및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해 WOAH에 보고해야 합니다. 나라마다 보고하는 기관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에 해당하죠.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은 오픈 소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validation(타당성 검증) 과정이 필요한데, 저는 그 과정을 담당했습니다. WOAH 회원국들의 데이터가 정확한지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이죠.

또한 WOAH에서는 1년마다 모든 회원국의 대표들이 참가하는 총회(General session)가 열립니다. 저는 그 총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전염병상태에서 대해서 보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역학 분석을 한 후, 어떤 전염병이 우세하고 있는지 등을 밝혀내고 이를 공유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ILRI는 국제농업연구협의그룹(CGIAR, Consultative Group on International Agricultural Research)을 구성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CGIAR은 개발도상국에 농업 및 식품위생에 있어서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현실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그 중 ILRI는 유일하게 가축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을 담당하는 연구소입니다.

ILRI에서 제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하나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일하고 있었던 2019년 베트남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매우 심각했습니다. 베트남 돼지의 약 30%가 폐사했어요.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역학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원인을 찾고 방역 대책을 세워 달라는 거죠.

저는 주어진 데이터들을 시계열 및 시공간 분석하고, ASF 전파에 관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었어요. 이런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방역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베트남 정부에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 정책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 조언자 역할을 했던 거죠.

 

Q. 국제기구에서 활동하시다가 학교로 오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ILRI에서 근무하면서 연구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학생들의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지도하는 일도 했어요. 기관에서 학생들에게 학위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향상하는데 돕는 일이지요. 지금도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연구 지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구하는 일도 재밌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오는 기쁨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충남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Q. 전염병학 실습 시간에 역학과 관련된 실습을 진행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보통 학생들이 실습이라고 하면 실험실에서 하는 실습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 외에도 다양한 실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학생들이 역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기도 했고요.

쉽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된 R이라는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한 실습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데이터를 통계 분석하고, 간단한 그래프도 그려보면서 데이터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다룰 겁니다.

나중에 학생들이 임상 현장에서도 스스로 데이터를 이용하여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만약 학부생 분들 중에 졸업 후 역학에 대해서 보다 관심이 있다면, 대학원 강의에서 “수의역학” 강좌를 들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모든 수의사가 역학을 알 필요는 없지만, 역학이 수의학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수의역학은 임상수의사나 통계학자 등 다양한 분야와 활발히 소통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역학은 수의학에서 매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나 제약회사, 정부 기관에서는 역학 전공자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요가 있는 편이에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방역 및 예방 정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역학이 아주 흥미로운 분야일 거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홍진서 기자 vivian1009@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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