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예인 경북대 신임교수 `질병의 단서를 찾는 탐정, 수의내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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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자로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내과학 교수로 오예인 교수가 신규 임용되었습니다.

동물 환자들을 진료하는 한편 반려동물의 감염병, 암, 심장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로 연구한 오 교수는 일선 동물병원부터 2차 병원, 대학까지 다양한 동물병원을 거친 경험을 갖추고 있는데요, 오예인 신임교수(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임용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9월 1일부터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내과 교수로 임용된 오예인입니다.

저는 강원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수의대 내과에서 석·박사를 졸업했어요. 여러 동물병원을 거치며 임상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대 수의대 내과 임상교수로 일하다가 경북대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본3 때 내과수업을 들으면서 내과 수의사를 꿈꾸게 됐어요. ‘환자가 왜 아픈지 단서들을 찾아내어 질병을 합리적으로 추론해 내는 과정들이 범인을 찾아내는 탐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점이 흥미롭게 다가와 내과 공부를 계속 해오게 되었습니다.

 

Q. 다양한 동물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궁금합니다.

대학병원은 물론 소규모 1인 병원, 중급 규모의 병원, 2차 병원과 대진까지 다양하게 경험해봤습니다. 가본 곳들 모두 다 재미있었어요.

병원마다 다 달랐기 때문에 어떤 임상수의사로 생활을 했냐고 묻는다면 답하는 게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진료에만 집중하는 병원, 진료뿐만 아니라 학회 발표나 논문 같은 학술적인 부분을 모두 강조하는 병원, 임상시험 등도 많이 진행하는 병원 등 병원마다 특성이 모두 달랐어요. 저는 근무했던 병원의 특성에 맞춰서 생활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어요. ‘동물병원들이 규모는 비슷하더라도 오너의 마인드에 따라 그 병원의 조직문화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거죠.

동물병원의 조직문화가 다르면 스텝들에게 우선적으로 각기 다른 영향을 주게 되어 결국은 환자 진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크다는 점도 경험해봤어요. 모두 다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동물병원에서 일했으니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다양한 경험이 지금 제가 임상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각 병원들의 특징을 몸으로 익히면서 쌓은 실무 경험은 특히 진료를 의뢰해주시는 병원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큰 밑거름이 됩니다. 실질적인 임상에 대한 저의 시야를 넓혀주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일반적인 동물병원과 대학 동물병원에는 차이가 클 것 같아요

두 현장은 목표하는 바가 좀 달라요. 그래서 차이가 생기죠. 진료·교육·연구의 세 측면으로 나누어 설명해볼까요?

일반 동물병원은 아무래도 진료에 가장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진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초년차 수의사 교육의 비중은 아무래도 적죠.

연구를 하는 일반 동물병원도 있고 아닌 곳도 있으니까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런 병원이라 해도 대학 동물병원보다는 연구의 비중은 적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대학병원 역시 진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학생과 수의사 교육 및 임상 연구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두 현장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아무래도 일반 동물병원이 시스템 상 임상수의사가 본연의 역할(진료)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수의사가 더 많은 진료를 정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소화해 내도록 해주는 거죠.

이건 함께 일하는 스텝들의 숙련도, 테크니션의 수, 병원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대학동물병원은 일반동물병원보다 테크니션의 수가 매우 적고, 학부생과 수의사들을 교육해가면서 진료를 보고 연구해야 하니까 시간 대비 진료의 효율성은 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동물병원의 주요 목적에 교육과 연구가 포함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효율성으로만 따지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Q.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 자격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진 않으셨나요?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 디팩토인데요, 아직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는 레지던트 과정이 시작한 게 아니라서 시험을 보거나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건 아니에요.

레지던트를 키워내려면 초반에는 그들을 교육할 사람이 필요해요.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사실상의 전문의’라는 의미로 ‘디팩토’를 쓴다고 하네요.

전문의가 되기 위한 조건은 아시아수의내과전문의 홈페이지에 잘 나와있어요. 8년 이상의 임상 경력이 있어야 하고, 내과 진료, 내과 연구(논문과 학회 발표), 내과 교육의 경험이 모두 있어야 지원해볼 수 있어요.

이와 관련된 서류들을 준비해서 제출하면 심사를 받습니다.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방식이죠.

8년 이상 내과 진료와 연구, 교육을 해오긴 했지만 전문의에 지원하려고 했던 일은 아니었죠. 그냥 내과가 좋아서 꾸준히 했던 일인데, 자격요건이 되니 지원했던 겁니다. 그래서 특별히 더 힘들었다고 할 만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굳이 꼽자면, 서류 준비를 하는 몇 달 동안 몇 년치 자료를 다 모으고 정해진 양식대로 만들어서 내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덕분에 내가 그동안 해온 일들이 무엇이 있었는지 마치 옛날 일기를 보는 것 같이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어요. 열심히 살아온 흔적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Q. 연구는 어떤 분야를 주로 하시고 있나요?

아시다시피 내과라는 학문은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내과 안에서도 과목이 나뉘죠.

게다가 내과 환자들은 결국 특정한 1개 질병만 갖고 내원하는 경우보다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결국 복합질환으로 발전한 후에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자연스레 내과에 포함된 모든 과목에 관심을 가지면서 환자를 살리는데 집중할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연구해온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종양과 감염에 관련된 연구를 해왔어요. 반려동물의 항암치료, 감염병, 반려동물 매개의 인수공통 감염병, 감염관리 같은 주제들에 흥미를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령 종양에서는 ‘어떤 항암치료 프로토콜이 더 효과가 있을까’, 감염에서는 ‘이런 감염병에서는 항생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인수공통감염병 환자는 동물병원에서 어떻게 치료하고 대처해야 하는지’와 같은 주제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딱히 원대한 계획과 꿈은 없습니다. 앞일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요.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데 의미를 두진 않습니다.

다만 매일매일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하면 조금씩 발전하고 좋은 일이 생기리라 생각하는 게 저와 맞는 것 같아요. 장기 계획은 세우지 않고요.

그래도 항상 갖고 있는 소박한 꿈은 있는데, 저는 좋은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좋은 수의사가 되면 학생들이 좋은 수의사가 되도록 교육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들을 위한 진료와 좋은 연구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경북대 수의대 앞은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탁 트여 있어요. 그래서인지 놀러 오는 개들도 많은 것 같고요. 저 댕댕이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잔디밭에 놀러 올 수 있도록 임상 수의학이 발전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경북대 수의대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뭐든 많이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특히 학생일 때요. 수의학 분야도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수의학이 아닌 분야도 다양하게 경험해 보길 추천해요.

넓은 시야를 갖고 이것저것,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윤서영 기자 olixsss@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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