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상혁 아이엠디티 대표 “벳아너스는 MSO 아닌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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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물병원 MSO, 동물병원 연합(얼라이언스) 모델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모델이 많았지만,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아직 생소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이에 데일리벳에서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벳아너스(VET HONORS)를 운용하는 ㈜아이엠디티 서상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벌써 벳아너스가 출범한 지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2021년 7월에 법인을 설립하고, 12월에 벳아너스 출범식을 했습니다. 회사 설립을 기준으로 하면 1년이 지났고, 얼라이언스 시작은 9개월 정도 됐네요.

Q. 1년간 사업을 해보면서 어떠셨나요?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고 느낀 점도 많았을 텐데.

근본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물병원을 처음 개원할 때 행복한 미래를 꿈꾸잖아요? 하지만, 실제 개원을 하고 병원 운영을 하다 보면 꿈꿨던 삶은 없어지고 병원은 힘든 일터가 되어버리죠. 일과 삶을 분리해서 여행, 취미 등 병원 밖의 삶에서 행복을 찾게 됩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병원인데, 그곳이 불행한 곳이 되고 출근하기가 싫어집니다. 그래도 병원이 잘되면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병원이 매출 증진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병원이 잘 안 되면 경제적 보상도 받지 못하죠.

그런데 제가 창업을 해보니까, 정말 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해하며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더군요.

그래서 벳아너스를 통해 동물병원 원장님들이 예전에 느꼈던 설렘을 찾고 성장을 통해 병원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됐습니다. 행복하게 출근하고 재밌게 일할 수 있도록 말이죠.

돈을 더 많이 버는 성장보다 질적 성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Q. 어떻게 하면 병원(일터)에서 즐거움을 찾고 병원도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병원이 재미있고 즐거울 수 있는 조건은 2가지(1. 조직문화 2. 성장)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경영 워크샵도 이 2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 중입니다.

회원들에게 공동구매, 회계,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합니다. 그런 서비스에 더해 ‘병원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적인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군대를 떠올려보면, 혼자서는 수십km 행군을 못 하지만 다 같이 걸으면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함께 성장하고 같이 길을 만들어나가는 게 벳아너스가 추구하는 방향성입니다. 이런 가치에 공감하고, 취지를 잘 이해하는 동물병원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도 벳아너스를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함이 아니라, 병원이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는 연합’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말씀하신 가치에 공감하는 병원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것이군요. 일각에서는 ‘대형동물병원들의 모임’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현재 59개 동물병원이 함께하고 있는데, 1인 동물병원도 있고 2인 동물병원도 있습니다. 취지에 공감하는 병원이라면 큰 병원, 작은 병원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습니다.

기존 회원 병원들의 추천이나 소개로 회원 병원을 늘려왔는데요, 병원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판단해서 59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회원 수를 늘리기보다 회원 병원들의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회원 병원들의 질적 성장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나요?

경영, 학술, CS, 마케팅 4개의 큰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우선 경영의 경우, 경영 워크샵을 개최합니다. 올해 총 4번(대면 2회, 비대면 2회) 개최했는데요, 성장에 대한 키워드를 놓고 논의하며 함께 공부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입니다.

법률, 노무, 회계 자문 서비스도 제공 중이고, 병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생산해서 제공하기도 합니다. 7월 5일 시행된 중대진료 사전 설명 및 동의 의무화와 관련해 동의서를 만들어서 배포했고, 주요 입원 건(내과 100개·외과 100개)에 대한 퇴원안내문도 제작해서 제공했습니다.

벳아너스 중대진료 동의서

이런 자료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이유는 각 회원 병원의 시간을 아껴주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세이브된 시간은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위한 더 나은 서비스로 연결됩니다.

이외에도 직원 채용과 관리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 중입니다. 인사고과 관련 툴, 직원 채용 툴을 제공하고, 수의대생 실습매칭 프로그램인 ‘V캠프’를 운영합니다. 추후 수의사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여러 업체·기관에서 연구협력 제안이 들어오는데요, 이런 과제를 회원 동물병원에 연결해주고,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6일에는 ‘동물병원 최고경영자 코스’도 런칭합니다.

학술의 경우, 매주 금요일 벳아너스 프로페셔널스 라이브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회원 병원들이 금요일 점심시간에 참여하는데, 증례발표, DDX세미나, 임상특강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실시간 질의응답도 이뤄지죠. 약 600여 명이 참여하는데, 여기서 발표하는 것도 회원 병원 선생님들에게 좋은 경험과 기회가 됩니다.

현재 1200여 명이 가입되어 있는 교육 플랫폼 ‘브이박스’도 있습니다. 브이박스를 통해 벳아너스 프로페셔널스 세미나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브이박스의 핵심 컨텐츠는 ‘수련의 과정’입니다.

우선 1년차 수의사(인턴수의사)를 위한 ‘슬기로운 인턴생활’이 있습니다. 동물병원은 1년차 수의사를 채용할 때마다 똑같은 교육을 반복해야 합니다.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것도 힘든데, 누가 가르치는지에 따라 교육수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슬기로운 인턴생활’을 통해 일정한 퀄리티로 수의사를 교육함으로써 개별 병원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혈액도말, IV라인 잡기, 보호자 상담 등에 대한 영상도 제공되는 1년 과정입니다.

또한, 2~4년차 선생님들을 위한 ‘김성수의 내과의 정석’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수의내과학을 A부터 Z까지 다루는 과정입니다. 여기에 경영 관련 강의도 제공됩니다.

벳아너스 브이박스

CS의 경우 2가지 핵심이 있는데요, 하나는 ‘내부고객을 위한 조직문화 만들기’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단에 대한 CS 활동’입니다.

내부고객(직원)을 위한 조직문화 만들기를 위해 매월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숨어서 고생하는 직원 발굴해서 칭찬하기’ 등의 프로젝트를 각 병원이 수행하면서 원내 조직문화를 세팅합니다.

CS 마스터 과정도 운영합니다. 각 회원 병원의 CS 담당자를 전문가로 키우는 과정인데요, 3가지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올해 상반기에 1기 코스를 운영했습니다.

3개월에 한 번씩은 고객 불만(컴플레인)을 취합해서 서로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또한 이런 컴플레인이 생기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회의합니다.

연말에는 고객(보호자)만족도 조사를 대행합니다. 실제 기업에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죠.

마지막으로, 개별 회원 병원이 요청할 경우 직접 병원을 방문해서 CS 컨설팅을 수행합니다. 한 달~한 달 반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마케팅의 경우, 벳아너스의 브랜딩을 알리는 활동을 합니다. 우리가 왜 얼라이언스를 하는지, 우리의 활동이 고객가치와 직원의 소통을 높인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설명을 들어보니 얼라이언스(연합)를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벳아너스는 MSO가 아니라 얼라이언스라고 표현하는데, MSO와 얼라이언스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는 병원경영지원회사입니다. 공동구매, 노무, 세무, 법률 등의 서비스를 대행해줍니다. 각 병원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대가를 받는 용역을 수행하죠.

벳아너스는 일반적인 MSO와 다릅니다.

각 병원이 혼자서 이뤄내기 어려운 학술적 성장, 고객가치 및 내부고객 역량 강화, 운영 및 경영전략 강화, 브랜딩 등을 함께 ‘공유’ 하고 함께 ‘수행’하는 ‘공동 성장 모델’을 핵심으로 합니다(물론 MSO 모델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제공합니다).

저는 동물병원을 할 때 ‘어떻게 하면 100년을 가는 동물병원을 만들 수 있을까’를 늘 생각했습니다. 꼭 ‘100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100년 동안 잘 운영될 만큼 좋은 가치를 제공하고 성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었죠. 그런 목표를 혼자서 달성하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뜻이 통하는 병원들이 함께 모여서 해보자는 것입니다.

벳아너스 회원 병원에는 ‘벳아너스’ 현판이 달려있습니다. 이제 간판도 달리게 됩니다. 하나의 브랜드를 공유하고 함께 노력하는 겁니다. 그래서 회사 중심의 MSO가 아니라 병원 중심의 ‘얼라이언스’라고 강조하는 겁니다.

Q. 최근 동물병원 업계 트렌드 중 하나는 ‘대형화’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형동물병원이 내실이 없고 힘들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병원이 힘들어진 이유는 ‘양적 확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10여 명이 넘어가면 혼자서 감당이 되질 않습니다. 고객불만이 발생하고, 병원의 관리수준이 낮아지며, 직원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직원 이탈이 잦아집니다. 자연스레 보호자 불만도 커지죠. 원장이 감당해야 할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삶의질 저하가 필연적으로 따라오죠.

시작부터 크게 동물병원을 개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작은 병원부터 하나씩 체계적으로 관리해 본 경험이 없으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큰 병원 중에서도 지속적으로 잘 성장하는 곳은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하나씩 이뤄나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재고관리 시스템이나 인사관리 시스템 등이 탄탄하게 갖춘 것이죠. 이처럼 양적+질적 성장이 함께하는 병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벳아너스(아이엠디티)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벳아너스라는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함께 아이엠디티의 비즈니스도 진행 중입니다.

최근 동물병원 업계에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서비스가 수의사(동물병원) 중심으로 진행되어야지, 외부가 중심이 되고 수의사가 외부에 끌려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의사 중심인 아이엠디티가 수의업계, 동물병원업계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외부가 아니라 수의계 내부에서 변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앞으로 벳아너스와 아이엠디티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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