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17년 만에 제주 바다로 귀향

16일 9시 40분경 대정 앞바다로 돌아가…성공적 적응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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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장관 조승환)는 비봉이가 약 70일간의 야생적응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6일(일) 마침내 고향인 제주 바다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포획된 이후 수족관에서 17년간 사육됐다. 지난 8월 방류 계획이 수립되어 서귀포 앞바다 가두리 훈련장으로 옮겨졌다. 제주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잠시 수족관으로 돌아가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16일 오전 9시 40분경 방류가 진행됐다.

비봉이의 방류 시기는 사전에 특정되지 않았다. 건강상태, 훈련성과, 기상 상황, 야생 무리의 접근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었다. 수차례 논의 끝에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가두리 근처로 접근하자 방류가 이뤄졌다.

남방큰돌고래는 대양이 아닌 연안에 사는 종으로, 무리 생활을 한다. 제주 연안에 120여 마리가 서식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봉이 방류로 국내 수족관에 남은 남방큰돌고래 없어져

제주에서 잡혀 수족관에서 사육되던 남방큰돌고래가 다시 제주 바다로 방류된 것은 비봉이가 8번째다. 지난 2013년에는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가, 2015년에는 태산이, 복순이가, 2017년에는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방사됐다.

이날 비봉이가 마지막으로 야생으로 돌아가, 이제 국내 수족관에 남방큰돌고래는 남지 않게 되었다.

제돌, 춘삼, 삼팔, 태산, 복순 5마리는 성공적으로 무리에 합류한 모습이 관측됐다. 춘삼, 삼팔, 복순이는 출산까지 확인됐다. 태산이는 지난 5월 자연사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금등이와 대포는 방류 이후 곧바로 종적을 감췄다. 5년이 넘게 관찰되지 않고 있어 적응하지 못하고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 나이 10세 이후에 포획되어 6년 이하의 짧은 수족관 생활을 했던 앞선 다섯 마리와 달리 금등이와 대포는 10세 이전에 수족관에 들어와 20여 년을 보냈다. 바다에서의 삶보다 수족관에서의 삶이 길었다.

이런 측면에서 비봉이의 상황은 제돌이보다 금등이와 가깝다. 비봉이도 10세 이전에 포획되어 수족관에서 17년을 살았다. 앞선 경우들에서 2~3마리가 함께 훈련하고 방사되어 적응을 도울 수 있었던 데 비해 비봉이는 홀로 훈련하고 방사되는 것도 걱정거리다.

냉정히 볼 때 적응 성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

가두리 훈련장을 그간 쓰이던 함덕이 아닌 대정으로 옮겼다. 대정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언급될 만큼 남방큰돌고래가 자주 머무는 곳이다. 훈련 과정에서 최대한 많이 야생 남방큰돌고래를 접하고, 방사 후 빠르게 무리를 만나게 하겠다는 의도다. 훈련 과정에서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각종 소음이나 불빛 등 외부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도 중요했다.

가두리 주변을 배회하는 야생 남방큰돌고래(해수부 제공)

이러한 의도가 적중했는지, 비봉이는 가두리에서 야생 돌고래 무리와 매일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고, 브리칭 행동을 통해 소통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비봉이는 바다로 돌아갔다. 적응 여부는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나 돌고래의 몫이 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사후 모니터링 단계에 진입한다. 비봉이가 바다로 떠난 시점부터 등지느러미에 부착된 GPS 장치, 선박과 드론 등을 통한 직접 관찰을 통해 위치와 이동상황, 생존 여부와 건강상태, 야생 무리와의 동행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최소 한 달은 육상 3개 팀, 선박 2척 등을 활용해 매일 육상과 해상에서 추적하여 관리할 예정이다.

비봉이가 야생에 잘 적응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정기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한다. 최소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 5일 이상 연속으로 비봉이의 상태를 관찰할 계획이다. 모니터링 과정에서 비봉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여 야생에서의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재포획이 결정된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방류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록이 향후 연구에 이용될 수 있도록 야생적응훈련 및 해양방류 과정 전반을 담은 영상자료와 백서를 제작할 계획이다.

조승환 장관은 “그동안 많은 우려와 어려움이 있었지만, 비봉이는 힘들고 외로운 야생적응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7년 만에 고향 바다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 해양수산부는 비봉이를 비롯한 해양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주호 기자 zoology@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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