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마약류 사용 2년간 60% 증가 `더 늘어나야 한다`

진통제·항뇌전증제 주로 늘어..’무통주사 없나요, 패치 붙여주세요’ 보호자 관심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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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진통제, 항뇌전증제가 상승량을 주도했다.

올해 국감에서 펜타닐패치 사용량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은 오히려 더 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수의사들조차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는데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다.

동물병원 연간 마약류 처방량 증가세

140만개(2019) → 225만개(2021)

최다 동물병원 사용 ‘졸라제팜·틸레타민’

처방량 최다 ‘페노바르비탈’

본지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확보한 2019-2021년 동물병원 마약류 사용 통계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마약류 사용은 전반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동물에게 처방된 마약류 의약품(인체용·동물용 포함)의 연간 처방량은 2019년 140만개에서 2021년 225만개로 약 60% 증가했다. 동물 마리당 평균 처방량도 같은 기간 1.97개에서 2.49개로 늘었다.

동물에서 사용되는 마약류의 효능군은 크게 ▲마취제 ▲진통제 ▲진해제 ▲최면진정제 ▲항뇌전증제 ▲항불안제로 분류된다.

3년간 동물병원에서 처방 이력이 남은 마약류 의약품은 총 32종이다. 이중 향정신성의약품이 22종으로 마약(10종)보다 많았다.

가장 많은 동물병원이 사용하는 마약류는 졸라제팜·틸레타민이다. 2021년 기준 1,846개 동물병원에서 졸라제팜·틸레타민을 사용했다.

가장 처방량이 많은 마약류는 단연 페노바르비탈이다. 페노바르비탈의 처방량은 2021년 164만정에 달한다. 전체 마약류 사용량의 73%를 차지할 정도다.

항뇌전증제인 페노바르비탈은 반려동물의 뇌전증, 발작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다른 마약류들이 대부분 동물병원 내에서 사용하거나 일회성 처방에 그치는데 반해, 뇌전증 환축에서 장기투약이 불가피하다 보니 처방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향은 통계에서도 엿보인다. 가장 많은 동물에게 처방된 마약류인 프로포폴이 환축 21만여마리에 쓰인 반면, 페노바르비탈이 처방된 동물은 9만5천여마리에 그쳤다(2021년 기준).

 

진통제·항뇌전증제 처방량 증가세 두드러져

진통제는 부토르파놀이 최다..패치 제제 관심도 증가

동물병원 마약류 처방량의 증가세를 이끈 효능군은 진통제와 항뇌전증제다. 두 효능군의 처방량 모두 연평균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9년 17만여개였던 연간 진통제 사용량은 2021년 30만개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항뇌전증제 사용량은 101만개에서 164만개로 늘었다.

항뇌전증제로는 앞서 지목한 페노바르비탈이 핵심이다. 사용량이 많은데 증가세도 크다.

내과진료를 맡고 있는 한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제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히 잘 사는 것을 중요시한다”며 “예전에 비해 뇌전증 같은 질환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보호자분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뇌전증을 치료하는 수의사들의 전반적인 역량이 개선된 것도 요인”이라며 “개인적으로도 예전보다 다양한 마약류를 더 많이 치료에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진통제에서는 부토르파놀의 사용량이 두드러진다. 2021년 17만5천여마리의 환축에 27만정이 넘는 부토르파놀이 처방됐다. 특히 고양이에서 상대적으로 부작용 걱정을 덜하며 활용할 수 있는 진통제라 주목받고 있다.

패치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국감에서도 주목한 펜타닐 패치는 2019년 대비 2021년 처방건수가 2배 가까이로 늘었다(5,547건→10,726건).

국내 동물병원에 패치 제형만 공급되는 부프레노르핀도 펜타닐 패치에 비해서는 적지만 사용량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환축에 처방된 부프레노르핀은 7,847개로 2019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 밖에도 미다졸람(최면진정제), 코데인(진해제) 등이 2년간 2배 이상으로 사용량이 늘었다. 다만 마약인 코데인은 사용기관 자체는 34개(2021년 기준)로 많지 않았다.

졸라제팜·틸레타민이나 케타민, 프로포폴 등 마취 관련 제제는 소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별도 요인보다는 동물병원과 동물환자의 전반적인 증가세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동물병원 주요 마약류 의약품 사용현황
(자료 :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사용 증가 긍정적 ‘더 많아져야’

1인 병원이 마약 제제 적극 활용도

무통주사 없나요, 패치 붙여 주세요’ 보호자 관심도 커져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의사들의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동물병원에서 마약류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통증을 줄이려는 노력도 더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대 수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이인형 교수는 “동물의 통증 관리에 보다 초점을 맞추면서 마약류 진통제 사용이 늘어났다”며 “이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인형 교수는 “부토르파놀, 부프레노르핀 사용량이 많은 것은 마약보다 관리가 수월한 향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마취통증의학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아직 국내 동물병원의 통증관리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향정보다 효과가 큰 마약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심한 고통이 수반되는 정형외과나 중증 응급 환자 등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마약 진통제를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술 진료가 많은 장재영외과동물병원 장재영 원장은 “보호자분들이 먼저 ‘무통주사는 없느냐’, ‘아플 것 같으니 진통제 패치를 붙여 달라’며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며 “요즘에는 중대형 병원뿐만 아니라 1인 동물병원도 (마약) 진통제를 많이 쓴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동물병원이 마약 제제를 원활히 공급받기 어렵다는 점을 문제로 지목했다. 주문·배송에 큰 어려움이 없는 향정 제제와 달리 마약은 직접 가서 받아와야 하거나, 지역이나 약재에 따라 아예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가령 히드로모르폰(마약)이 더 적합해서 쓰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른 제제로 대체하는 식”이라며 일선 동물병원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인형 교수는 “조금 과장하면 수의사들조차 진료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만큼 통증 관리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수의사들이 통증 관리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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