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건사가 동물병원을 그만두지 않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동물보건학회, 대한수의학회 추계대회서 세션..동물보건사 직무배태성 연구결과 눈길
동물보건사의 이직의도를 낮추는 요인은 병원 내 인간관계보단 ‘그만두면 포기해야 할 경제적·심리적 혜택’인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 한국동물보건학회 세션에서 정은겸 대구대 교수가 동물보건사의 직무배태성 조사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동물보건사 이직 잦으면 동물병원도 피해
떠나는 원인보다 잡아주는 요인에 주목해야
직무배태성(Job embeddedness)은 구성원이 조직에 계속 머물게 하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직원이 병원에 마음속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직무배태성은 크게 적합성(fit), 연계성(links), 희생(sacrifice)으로 구성된다.
직장 환경과 자신이 부합한다고 느끼는지(적합성), 직장 동료나 이웃과 인간관계가 어떠한지(연계성), 현재 직장을 떠날 경우 상실되는 경제적·심리적 혜택을 어느 정도로 지각하는지(희생)에 따라 배태성이 달라진다.
정은겸 교수는 동물보건사의 이직이 잦으면 동물병원 경영에도 피해가 수반된다는 점을 지목했다.
새 인력을 뽑는데도, 다시 교육하는데도 비용이 들고 간호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직원이 자꾸 바뀌면 병원 구성원간 협동성이나 상호지지적 분위기가 저해되고, 보건사 스스로도 경력단절이나 업무환경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정은겸 교수는 “예전에는 ‘왜 떠나느냐’가 과제였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조직(병원)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떠나는 원인보다 잡아주는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무배태성 중 ‘희생’이 이직의도와 강한 연관
이직의도 자체는 간호사보다 낮아
연구진은 2019년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물보건사 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직무배태성과 직무만족도, 이직의도를 분석했다.
설문 참여자는 주로 젊은 여성이었다. 여성 참여자가 94%, 20대가 78%를 차지했다.
그 결과 직무배태성은 5점 척도에 3.49점으로 나타났다. 하부요인은 적합성(3.79), 연계성(3.41), 희생(3.23) 순으로 나타났다. 적합성-연계성-희생 순으로 높은 점수를 얻은 점은 종합병원 간호사에 대한 직무배태성 선행 연구와 같은 경향이다.
2019년 간호행정학회지에 보고된 ‘종합병원 간호사의 회복탄력성과 직무배태성이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결과, 100점 척도에서 적합성(64)-연계(60)-희생(57) 순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간호직은 타 직종에 비해 이직·재취업의 기회가 많아, 조직을 떠나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포기하거나 희생할 것이 많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물보건사 연구에서 직무배태성의 3개 하부요인과 이직의도는 모두 부적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를 나타냈다. 하부요인 수치가 오르면, 이직의도는 감소하는 식이다.
세부적으로는 ‘연계성’에서 부적 상관관계 정도가 약해 유의적이지 않았다. 반면 ‘희생’에서는 강한 부적 상관관계를 나타났다.
동물보건사가 그만두지 않게 만드는 주요 요인은 ‘병원 직원간 인간관계가 좋은지’보다는 ‘그만두었을 때 잃을 것이 많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 동물보건사의 이직의도는 5점 척도에 2.84점으로 사람 간호사에 대한 선행연구(3.01~3.45)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어려서부터 동물을 사육해본 경험이 있거나 동물을 아주 좋아해서 동물병원에 취업하여, 동물과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동물보건사의 만족도가 일반 간호사보다는 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물보건사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동물병원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무와 관련한 전문지식에 부족함을 느낀다’는 답변이 84%에 달한 만큼 주기적인 교육시스템을 개발하고, 직원들 간 업무 분배와 희생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조직 내의 공정성을 어떻게 이룰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근무여건·환경이 개선되어 (직무배태성 하부요인인) ‘희생’이 개선되면 이직의도가 줄어들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동물병원의 근무환경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 연구결과는 한국보건기초의학회지 2019년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