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ESAVS Dentistry V 참가기 : 조희진 청담리덴동물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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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치과는 많은 부분을 인의 치과를 기반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은 치아의 형태와 생활 습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치료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단순히 사람의 치료법을 동물에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치과학을 전공하고 사람을 치료하며 얻은 경험을 수의치과학에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의 치과학은 물론, 인의 치과학 관점에서도 계속 공부 중이다.

1991년 설립된 European School for Advanced Veterinary Studies(ESAVS)는 21개 임상 분야에 650개 이상의 트레이닝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51개국 15,000명 이상의 수의사가 코스를 수료했으며, 단일 코스뿐만 아니라 과목별 인증 과정과 마스터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이번에 참여한 과정은 Dentistry V(5), Oral & Maxillofacial Surgery 과정이다.

2019년 ESAVS Feline Dentistry 수강 후 매년 참가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참가를 미뤄오던 중 각국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1~2년에 1번 정도만 열리는 Dentistry V 과정이기에 서둘러 날짜와 장소를 확인하고 등록했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PCR 검사조차 면제한 아일랜드 정부 방침과 다르게 백신 증명서, PCR 증명서까지 요구하며 끝없는 소통이 이어졌다. 결국, 몇 번의 전화와 E-mail을 주고받은 끝에 증명서가 불필요하다는 사무국의 최종 답변 듣고 비행기와 숙소를 예약했다.

우선 ESAVS의 모든 수의 치과학 코스는 5일간 진행된다. 1달 전 공부해야 할 리딩 리스트가 제공되는데, Dentistry V의 경우 900페이지 정도를 사전에 공부해야 한다. 리딩 리스트 자체가 방대할 뿐만 아니라, 배송에 시간이 걸리기에 실질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짧다. 저널의 경우, 대부분이 유료이나 강의 시작 직전 오픈되는 ESAVS E-Library에서 대부분의 저널을 찾을 수 있다. Dentistry V는 치과 진료를 완벽하게 한다는 가정하에 강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풍부한 임상 경험이 필수다.

Dentistry V가 열리는 아일랜드 듀리크(Duleek) 까지의 길은 길고도 길었다. 집에서 나와 인천공항, 런던 히스로 공항,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을 거쳐 육로로 공식 호텔이 있는 애쉬본까지 30시간이나 걸린 대장정이었다. 더불어 출국 전날 CHI 수의한방학 시험으로 인해, 이동 시에도 항상 리딩 리스트를 읽어야 했다.

강의 당일 새벽에 도착한 뒤 아침에 셔틀을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IM3 본사에 도착했다. 신속 항원검사를 통해 코로나 음성을 확인한 뒤 출입증과 교재를 받고 입장했다. 신속 항원검사는 매일 아침 진행됐다. 필자는 23명의 참가자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는데, 놀랍게도 강의자인 수의 치과학의 대가 Jerzy Gawor가 3년 전 Feline Dentistry 과정을 들었던 나를 기억해 내고 치과의사도 함께한다고 모두에게 소개해 이목이 쏠렸다. Jerzy Gawor의 “Heejin has better knowledge, ask her!” 라는 위트 때문에 5일 동안 정말 집중하며 강의를 들었다.

ESAVS 코스의 장점은 유럽과 세계 각지에서 수의사들이 모이기에 쉬운 영어로 가르친다는 점이다(억양은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리고, 모든 강의 내용에 레퍼런스가 추가되어, 관심이 있는 내용을 각자 추가로 공부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은 수의치과 세미나를 꾸준히 준비해 온 필자에게 내년 초 개최할 수의치과 세미나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iM3(IM3, the Veterinary Dental Company)는 28년 전 호주에서 설립된 회사로, 미주와 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수의치과 장비 회사이다. iM3 본사에는 수의사와 테크니션을 위한 교육장소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필자는 추후 수의치과 전문 실습실 설립을 구상 중인데, iM3 교육 장소가 많은 영감을 줬다.

iM3 ACE Is a State-of-the-Art, Purpose Built, Clinical Training Facility. im3vet.eu.

강의 시에는 iM3 스태프가 상주하고, 기구나 기계장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준다.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기구를 비롯해 모든 iM3 장비들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iM3에서 새로운 CT 장비를 유통하게 됐다고 소개했는데, 바로 우리엔의 Veterinary Dental CT System이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개인적으로 참여한 세미나이고 우리엔과 관련은 없습니다).

제공되었던 점심과 케이터링 또한 완벽에 가까웠다.

문화적 충격이었던 강의장 안에 상시 비치된 기네스 맥주. 알고 보니 무알코올이었다.

강의는 하루 8시간이고, Dentistry V의 경우 wet-lab과 이론 강의 비율이 2:1 정도로 실습이 많다. 두 명의 교수와 두 명의 인스트럭터, 그리고 iM3 직원들이 팀을 이뤄 강의와 랩을 서포트한다. 강의의 경우 단방향적인 수업이 아니라, 교수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본인 병원의 케이스를 토의할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또한, 세미나 후에도 WhatsApp 단체 채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케이스를 공유 중이다.


이번 과정은 palatal surgery 외에 jaw motion과 TMJ disorder, jaw fracture와 oral tumor, jaw surgery 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대부분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최신 트렌드를 듣고, 직접 저자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또한,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수의치과학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이어져서 도움이 됐다.

다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치과의사와 수의사 면허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에 관한 관심도 컸다. 치과의사와 치과 수의사에 대한 차이점을 묻기도 했고, 국내 동물병원 인테리어와 시설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갤럭시와 아이폰 중 무엇을 사용하느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아이폰과 갤럭시 플립을 함께 보여주며 “Both”라고 답하니, 플립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iM3 본사가 있는 아름다운 아이랜드 Ancient East. im3vet.eu.

쉴 새 없는 5일이었다. 진료 일정으로 인해 마지막날 웻랩 도중에 나와 기념사진조차 찍지 못한 채 더블린 공항으로 급하게 떠났다. 가까스로 비행기 체크인 마감 직전에 도착했지만, 런던으로 떠나는 비행기가 2시간여 지연되어서 미리 나온 게 아쉬운 마음이었다. 현지 관광도 못 하고, 런던에서는 공항에만 있었던 일정이 아쉬웠지만, 귀국 후 같은 케이스의 환자를 수술하며 너무나 보람참을 느꼈다.

3년 만에 참가한 세미나, 각국이 빗장을 걸어놨던 그동안에도 수의학은 그 안에서 각자 지속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우리나라 수의학, 그리고 수의치과학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ESAVS 과정이 열린 iM3 Ireland(앞으로 모든 ESAVS Dentistry 강의는 이곳에서 진행된다) 환경을 경험하니,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던 국내 동물병원 시설과 한국 수의사의 실력 대비 임상 수의사들을 위한 교육 환경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던 5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ESAVS Asia 내년 일정에 Faculty로 참여해달라는 권유를 받아 큰 영광이었다. 영어로 교육을 수강하는 것과 Faculty로 참여하는 것은 다르기에 영어 실력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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