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대협 “수의학 가치 실현 저해하는 부산대 수의대 신설 중단” 촉구

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설 반대 성명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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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수대협)가 12월 1일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신설 필요성에 대한 협회 입장’을 안건으로 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전수대회)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부산대학교가 주장하는 수의과대학 신설 필요성 논거의 타당성이 검토됐으며, 대의원 만장일치로 부산대학교 수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반대를 최종 의결했다.

전수대회(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는 수대협의 실질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수대협 회장단과 10개 수의과대학의 학생회장단, 집행위원회 국장단, IVSA 회장 등이 대의원으로 참여한다. 1일 회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29명의 대의원 중 19명이 참석했다.

안건을 상정한 이진환 수대협 회장은 부산대학교가 주장하는 수의과대학 설립 필요성 논거를 분석하고, 이를 5개로 요약하여 제시했다. 특히, 각 논거마다 관련 지표와 지표에 대한 분석내용이 함께 제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 논거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전수대회 대의원들은 부산대가 언급한 문제에는 대체로 공감했으나, 수의과대학 신설이 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전수대회는 이날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성명문을 작성하여 발표하는 한편,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 학생회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안병길 의원실과 서병수 의원실에 근거 자료와 함께 성명문을 전달했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부산대는 수의학의 가치 실현을 저해하는 수의과대학 신설 시도를 중단하라

부산대학교는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국가적 감염병 방역 등에 대비할 방역 전문인력 양성을 이유로 들어 수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겠다 밝혔다. 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는 사실에 근거하지도, 현실을 반영하지도 않는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만을 내세우며 이 사회에서 수의학의 가치 실현을 저해하려는 부산대학교를 규탄한다.

원헬스 핵심인력으로 수의 분야 역할 요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의사 수는 모자라다 했는가. 30년간 수의대 신설이 없이 정체되어 있어, 인력 양성 필요성이 크다고 했는가.

1989년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신설된 이후로 근 30년간 수의대 신설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여 수의 인력 양성이 정체된 것은 아니다. 1989년 440여 명, 1997년 490명, 2023년 524명. 수의 분야 역할 요구 증가를 반영하여, 지난 30여 년간 10개 수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매년 배출되는 수의사 수는 모자라지 않다. 문제는 수의인력 공급의 불균형이다. 반려동물 임상이나 산업동물 임상과 같은 분야에서는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나고, 비임상 분야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수의계에 필요한 것은 수의 인력 추가 양성이 아닌, 수의 인력의 균등한 분배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항 등을 통한 관문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 제2의 대도시권인 부산지역에 신종감염병 대응 등 전문 방역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가축방역관 수가 적정인원 대비 60% 부족해 전국 최하위(ʹ21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는가.

가축방역관 수 부족 현상은 비단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다. 수의과대학이 있는 강원(52%), 대전(57%), 전북(50%) 지역에서도 부산에 못 미치지 않는 수준으로 가축방역관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이상 ‘21년 기준). 수의과대학 신설은 가축방역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수산생물을 통한 감염병 역학조사와 방역 관리 등을 위해 수산생물 분야 수의사 인력 양성으로 국민들의 먹거리 안전성을 보장할 전문가 확보가 요구되고 있다고 했는가.

수의사는 ‘수의사법’에 따라 동물의 진료 및 보건과 축산물의 위생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우리 법은 ‘수산생물질병관리법’에 따라 수의사 외에 수산생물을 진료하거나 수산생물의 질병을 예방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수산질병관리사란 이름으로 또한 정의하고 있다. 수산생물 분야 질병 관리는 수의사만이 담당하는 업무가 아니다. 수의사가 수산생물 분야 질병 관리 업무를 담당할 수 있음은 분명하나, 이 시대 수의과대학생의 62%는 반려동물 임상 분야로 진출하길 희망한다. 수의과대학 신설은 수산생물 분야 질병관리 전문인력 갈증 해소의 필연적인 해결책은 아님이 분명하다.

부산 지역특화산업인 해양바이오산업 관련 분야 전문인력이 부족으로 인해 해양바이오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동남권 의생명·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와 방역체계 고도화를 위해서도 수의과대학 설립이 필요하다 했는가. 해양바이오산업은 규모가 크고 성장률 또한 높은 만큼, 이를 뒷받침할 해양 바이오클러스터 구축과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는가.

부산에는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이 있다. 부경대 수산과학대학에서는 매년 350~400명가량의 해양바이오산업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부산지역 해양바이오산업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부경대학교 수산과학대학의 노력이 과연 부족했는지 묻고자 한다. 설령 부족하다 한들, 과연 수의과대학 신설이 그 결핍을 채우기 합당한 방안인가?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수생생물 관련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0.8%에서 2.9%에 지나지 않는다. 해양바이오산업 관련 분야 전문인력 부족을 수의과대학 신설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전국 거점 국립대학 중에서 오직 부산에만 수의과대학이 없는 실정 탓에 수의과대학 진학을 원하는 부산지역 고등학생들의 10~20%가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대학으로 진학해야 하는 등 인력공급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했는가.

실질적인 인력 유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부산지역에서 수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고등학생의 비율이 아닌, 부산지역 출신 수의과대학생 중 부산지역 외 지역에서 근무하길 희망하는 학생의 비율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재 수의과대학에 재학 혹은 휴학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산지역 출신 수의과대학생의 60%는 졸업 후 출신지인 부산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부산에 수의과대학이 없어 타지로 나간 수의과대학생들은 “수의인력”이 된 시점에 대부분 부산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그 외 35%는 수도권에서 근무하길 희망하며, 단 5%만이 수도권 외 지역 소재 대학을 다니며, 졸업 후에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부산에 수의과대학이 없는 탓에 부산 출신 수의 인력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이 과연 실질적인 문제인가? 설령 그렇다 한들, 부산지역에 수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수도권으로의 인력 쏠림 현상을 거스를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수의학의 가치는 동물의 생명 수호와 공중보건의 증진에 있다. 수의 업무를 담당하는 수의사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그 결정이 과연 수의학의 가치 실현에 일조하는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부산대학교에 수의과대학이 있음으로써 나타나는 결과에는 동물의 생명 수호도, 공중보건의 증진도 보이지 않는다. 수의과대학 신설에 따른 수의사 공급 과다와 수의인력 불균형 심화, 잇따르는 경쟁 과열과 궁극적으로는 수의 업무의 질 하락만이 보일 뿐이다.

부산대학교는 수의학의 가치 실현을 저해하는 수의과대학 신설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와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는 그 어느 것 하나 합당한 것 없는 근거로써 수의과대학이 신설되어 이 사회에서 수의학의 가치가 침해받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대한수의과대학학생협회 전국수의과대학대표자회의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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