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인체약 전산기록 의무 법안에 ‘오남용 조장·혈세 낭비 우려’

인천시수의사회, 서영석 의원안에 대해 성명 ‘결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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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수의사회(회장 박정현)가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사용내역 전산보고를 의무화하려는 법 개정안에 결사 반대를 천명했다.

인천시수의사회는 31일 성명을 통해 “서영석 의원안은 합리적 근거나 명분도 없고 실효도 없는 동물병원 괴롭히기·동물약국 살리기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정)은 지난해 국감에서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공급실태를 지적했다. 2021년 동물병원 3,568개소가 인체용의약품을 공급받았는데, 전체 공급수량의 99.6%를 9개 약국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도매상처럼 운영된 약국이라고 볼 수 있다.

서영석 의원은 이들 약국이 다른 시도의 동물병원에까지 인체용의약품을 공급했다며, 불법 의약품 배송을 의심했다(본지 2022년 10월 7일자 [2022국감] 인체약 동물병원 공급 불법 배송? `악법임을 방증한다` 참고).

이어서 지난 12월에는 동물병원에 대한 인체약 공급·사용기록 의무를 강화하는 수의사법·약사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동물병원 수의사로 하여금 인체약을 쓸 때마다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eVET)에 기록하도록 했다. 동물병원의 인체약 오남용 예방·관리체계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동물병원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쓴다?

심장질환 반려견에 불가피한 사용..사람 사용량의 1%도 못 미쳐

인천시수의사회는 우선 동물병원에서 인체약이 오남용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물병원의 인체용 전문의약품 추정 사용량은 사람을 포함한 전체 사용량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실데나필’을 예로 들었다.

사람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실데나필은 반려동물에서 심장질환 등의 치료제로 활용된다.

2020년 대한약사회 의뢰로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수행한 ‘동물에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 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2017년 1월부터 10월까지 경기도내 188개 동물병원의 인체약 사용현황을 표본조사한 결과 실데나필 정제 3,960정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는 지난해 4월 관련 내용을 발표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실데나필 등은 동물병원을 통해 오남용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따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수의사회는 “해당 통계 자체가 동물병원의 오남용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지목했다.

해당 조사 결과를 전국 동물병원 4,500여개소로 환산하면 연간 11만여정을 사용하는 셈인데, 국내 실데나필 성분 의약품의 전체 추정 판매량 1,500만정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시수의사회는 “반려동물 개체수 및 수명 증가에 따른 심장질환 환축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실데나필 문제와 오남용을 연관 지을 수 없다”며 “오히려 동물병원에서의 전문의약품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도 인체약 사용 허용..전산 입력 규제 없어

인천시수의사회는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물 치료 시 인체용전문의약품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그 사용 내역의 전산 입력을 법률로 강제하는 국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오남용 위험은 동물약국에 있다고 지목했다. 동물병원은 진료 후에 약물을 처방하지만, 동물약국은 진료 없이도 동물용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수의사회는 “국내에서 자가진료, 불법 투약이 아직도 근절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약국으로의 동물용의약품 유통체계”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전문성·면허를 필요로 하는 약품의 사용법·구입법 정보가 공공연히 공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체용전문의약품의 처방 정보 공유가 확대되면 오히려 약품 오남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인천시수의사회 “동물 의약분업으로 약국에 천문학적 혈세 몰아주려 해”

서영석 의원안은 약국이 동물병원에 인체약을 판매할 경우 의약품관리종합센터에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에 수의사가 입력한 인체약 사용내역과 연계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동물병원도 인체약을 도매상에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상화하긴커녕 거꾸로 내달리는 셈이다.

인천시수의사회는 서영석 의원안이 “동물 의약분업 기반을 마련해 천문학적 혈세를 약국에 몰아주기 위한 노림수”라고 진단했다.

동물 치료에 사용되는 인체용 전문의약품마저 약국을 통해서 판매되도록 강제하는 형태로, 약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것이다.

사람 환자에 대해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을 조제한 약국에는 조제료가 지급된다. 약국관리료, 기본조제료, 복약지도료, 의약품관리료 등 명목도 다양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약국에 지급된 조제료는 4조원이 넘는다. 약국당 평균 1억7천만원에 달한다.

인천시수의사회는 “이들 모두 국민 혈세와 다름없는 건강보험 예산이 약국에 지급되는 비용”이라며 “현재 동물병원의 인체약 처방에는 단 1원의 세금도 투입되지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들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반려동물의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도매상이 아닌 약국에서 인체약을 공급받아야 하는 규제로 인해 의약품 공급가가 높아지고, 그 부담은 보호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인천시수의사회는 “국민, 오남용, 사각지대와 같은 그럴싸한 단어를 앞세워, 결국은 국민 혈세를 특정 이익집단의 막대한 수익 보장에 쓰이는 일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며 서영석 의원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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