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나라 최초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 김선아 교수

UC 데이비스에서 전문의 과정 후 국내 최초 전문의 자격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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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충북대동물병원 임상교수는 세계 최고의 수의과대학 중 하나인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동물행동의학 전문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22일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며 우리나라 수의사 중 최초로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DACVB, Diplomate of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Behaviorists, 미국수의행동의학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충남대 수의대 시절부터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를 꿈꿨던 김선아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에서 동물행동의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뒤, 2017년 단 한 명만 선발하는 UC DAVIS 동물행동의학전문의 과정에 선발됐습니다. 특히 과정 마지막 해인 2020년에 올해의 레지던트 상을 받기도 했죠.

최근에는 와일리 블랙웰(WILEY Blackwell)의 고양이 행동의학 교과서 ‘Clinical Handbook of Feline Behavior Medicine’의 저자로 참여했으며, 방학마다 세종 충북대동물병원에서 동물행동의학을 주제로 ‘수의학 아카데미 for 수의대생’ 과정을 열고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에서 김선아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지난해 여름방학 ‘수의학 아카데미 for 수의대생’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강의에서 소개해주신 BEE therapy를 다시 한번 설명해주신다면?

BEE therapy는 행동환경풍부화를 줄여서 제가 직접 만든 단어인데요, Behavioral Environmental Enrichment therapy를 뜻합니다. 모든 행동 치료는 동물이 안전하고 살 만한 환경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Q.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DACVB) 자격을 취득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수의대 재학시절 예과 2학년 때부터 전문의가 되고 싶었습니다. 20년 가까이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행동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보람이 컸습니다.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삶도 나아지니 덩달아 기뻤고요.

Q.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드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코로나19와 시기가 겹쳤던 점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로 시험을 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시험을 보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준비과정에서 봐야 하는 논문이 많은 점도 힘들었습니다. 대략 20년 치 논문을 모두 읽어야 하고, 10년 이내 논문은 제목, 저자, 발간지까지 모두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량이 많았습니다. 교과서 내용뿐만 아니라 논문과 함께 최신 내용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Q.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임상을 경험하셨는데요, 미국과 한국의 동물행동의학 진료에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미국은 대형견의 공격성 문제가 주가 되는 반면, 한국은 공격성 케이스가 적은 편입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방송을 통해 행동학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퍼져 있어서, 보호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동물행동의학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진료 분야고, 이에 대한 보호자들의 이해도도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들 수 있습니다.

Q. 동물행동의학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보호자와 수의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보호자분들에게는 ‘반려동물의 행동 문제가 본인 탓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반려동물을 최선을 다해서 키웁니다.

행동 문제가 꼭 사람이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닌데, 방송에서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TV에서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 문제이니, 부디 자책하지 마세요.

수의사분들에게는 ‘동물행동 문제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disorder)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뇨, 쿠싱증후군, 에디슨병이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다고 좋아지는 게 아닌 것처럼 행동학적인 문제도 진단과 치료를 해야만 합니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Q. 보호자가 약물치료에 거부감을 느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사실 제게 오는 보호자들은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반응이 거의 없습니다. 이미 사람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약을 알고 계시기도 하고요. 저에게 오기 전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겪고 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끔 의료계열 종사자분들이 ‘먹여야 하는 약물 용량이 사람보다 너무 많다’고 걱정하거나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어떤 약이든 사람과 동물의 대사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과 개가 필요한 용량이 다르다고 설명해드립니다.

Q. 보통 약물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완치의 정의를 먼저 고민해야겠지요? 완치보다는 관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질병, 예를 들어 호르몬질환이나 심장질환 등은 완치가 아니라 잘 관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동물행동의학 치료 역시 완치보다 잘 관리하면서 동물의 삶의 질이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약물이 효과를 보이는 시간은 다양합니다. 4~6주가 걸리기도 하고, 빠른 경우는 며칠 이내로도 좋아지기도 합니다. 약물마다, 개체마다 반응이 다양하므로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으며, 개체마다 처방도 다양하므로 치료 기간을 딱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Q. 최근 동물행동의학에 관심을 갖는 수의대생이 많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책, 자료, 사이트를 추천해줄 수 있을까요?

우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책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Clinics Review Articles에 해당하는 Behavior : A Guide For Practitioners(editors : Gary M. Landsberg, Valarie V. Tynes)와 Behavior as an Illness Indicator(editors : Elizabeth Stelow)도 참고하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수의대생들은 무료로 배울 수 있는 fear free 사이트가 있습니다(https://fearfreepets.com). 해당 사이트를 참고해서 행동의학을 배우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Q. 미국동물행동의학전문의(DACVB)를 후배들에게도 추천하시나요?

그럼요! 완전 추천합니다. 임상적으로 전문의를 하는 게 매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완전 추천합니다.

Q. 동물행동의학을 전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직은 제가 대학원생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동물행동의학을 전공하려면 외국으로 진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학원생을 받을 생각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동물행동의학전문의를 3명 이상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경험을 해보니 동물행동의학전문의는 그 나라에서 양성해야 하겠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일할 행동의학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의 수의사인 수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일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일이라고 느끼면 좋겠어요. 본인이 가장 잘 맞는 과가 무엇인지, 적성에는 잘 맞는지 식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동물의 복지는 사람의 복지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본인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미리 배우길 바랍니다. 자기관리라는 것은 공부나 시간 관리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챙기는 self care, mind care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박지수 기자 deu04194@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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