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수의사회 포럼 찾은 실험동물 수의사..올바른 안락사 방법은

농장돼지 도태, 의식소실 못해 문제 ’안락사 이슈가 수의사 권익에도 도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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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2023 수의정책포럼에는 특별한 세션이 마련됐다. 실험동물 전문수의사를 초청해 돼지의 안락사 문제를 조명한 것이다.

이날 발제에 나선 주영신 박사는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실험동물연구센터에서 실험동물들을 돌보고 있다.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 총무간사를 맡고 있다.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 주영신 총무간사

 

실험동물 미니피그는 주사마취 후 안락사..농장 돼지는?

도태 전 의식소실 못해 문제

이산화탄소 가스, 충격볼트가 대안

농장동물과 실험동물 모두 사람을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그 끝은 안락사다. 주인이나 관리자(농장 혹은 연구자)는 따로 있지만,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한 건강하게 관리해야 할 역할이 수의사에게 있다는 점도 같다.

이날 세션이 마련된 계기는 안락사 문제다. 최근 한 동물병원에서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반려견을 안락사했다는 논란이 일며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수의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는 사유와 인도적 방법을 구체화하도록 했는데, 이 동물에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실험동물, 농장동물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

주영신 박사는 이날 미니피그 동물실험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로 치면 자돈에 가깝다.

실험동물 미니피그를 안락사할 때는 주사마취제를 통한 심마취 이후 심정지약물을 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밀폐된 공간에 실험동물을 두고 이산화탄소 가스를 점진적으로 채우는 방식의 안락사도 활용할 수 있다.

농장에서도 돼지를 죽이는 경우가 있다. 경제성이 사라진 위축돈을 도태하거나, 질병 진단을 위해 부검하려면 도태가 수반된다.

문제는 이러한 도태를 ‘안락사’로 보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안락사 약물을 쓰더라도 마취가 수반되지 않거나, 심지어 동물복지 문제가 우려되는 물리적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한 돼지수의사는 “도태 이전에 의식소실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며 “도태에 석시닐콜린(근이완제)을 많이 쓰는데..사실 사람만 안락할 뿐 돼지에게는 고통스러운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주영신 박사는 실험동물 미니피그의 안락사 경험과 함께 미국수의사회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안락사 혹은 개체수 감소(depopulation) 방법을 소개했다.

반려동물처럼 일일이 마취제를 투약한 후 약물로 안락사하는 방안도 있지만, 농장이 직접 마취제를 취급할 수 없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신 이산화탄소 가스나 충격볼트(Captive bolt) 등이 가능한 방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이산화탄소 가스는 이미 가축전염병 살처분 현장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주영신 박사는 “작은 돼지의 경우에는 플로우미터와 압축 CO2 탱크를 갖춘 챔버(chamber)를 만드는데 큰 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안락사도 잘 되고, 경제성 측면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화약을 사용하는 충격볼트는 국내에서 쓸 수 없는 환경이라는 문제가 있다. 규제개선도 필요하지만, 우선 현장에서 ‘동물복지적으로 도태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것도 선행조건이다.

 

실험동물 복지에 힘쓰면서 전임수의사가 제도화됐다

돼지 안락사 이슈가 농장전담수의사 제도로?

주영신 박사는 안락사를 포함한 동물복지 이슈가 수의사의 권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험동물 전임수의사 법제화 사례를 들면서다.

동물실험기관에서 실험동물을 수의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임수의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실험동물수의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결국 지난해 전부개정된 동물보호법에 포함되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영신 박사는 “실험동물을 위해 전임수의사가 필요하다고 수십년을 외쳤지만, 수의사들의 말은 들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임수의사 제도화는 동물보호단체가 함께 주장하면서 실현됐다는 것이다.

실험동물수의사는 실험동물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실험동물수의사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실험동물수의사의 밥그릇 늘리기가 아닌 동물복지 정책이 된 셈이다.

가령 반드시 마취제를 사용해 농장 돼지를 안락사해야 한다면, 마취제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병원 수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자연스레 그 농장의 전담수의사가 되는 셈이다.

주영신 박사는 “(돼지의) 안락사 이슈에 대응하는 것이 농장전담수의사 제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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