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가축전염병, 진단하지 않는다. 신고할 수도 없다. 무수히 법을 어겼다˝

근절정책 없는 방역 페널티, 신고 기피로 이어져..모니터링만 하는 체계로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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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질병방역정책포럼(대표 송치용)이 3월 31일(금)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 기념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홍문표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악성 가축전염병에 가려져 있던 3종 전염병, 동물약품 관납, 살모넬라 관리 등을 조명했다.

3종 전염병에 대해서는 현장과 학계 모두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근절을 기대할 수도 없는데 적용되는 이동제한 같은 방역조치가 불이익을 만들고, 불이익은 신고를 기피하게 해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가축질병방역정책포럼 대표를 맡은 송치용 가금수의사회장

3종 전염병 신고할 수 없어..’무수히 법을 어겼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송창선 건국대 교수는 “예전에는 여러 가축전염병을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대책을 추진했지만, 구제역·AI 등의 창궐 이후에는 이들의 신속진단과 살처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3종 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렇다할 근절정책은 없으면서 규제만 남아 불편만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68개 가축전염병을 1~3종으로 구분한다. 방역정책이 집중되는 고병원성 AI, 구제역, ASF 등은 모두 1종이다.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닭전염성기관지염(IB),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 농가에 만연해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질병은 3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하지만 3종 전염병도 방역당국에 신고가 접수되면 이동제한 등 방역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 살처분하지 않는 이동제한은 오히려 더 큰 경제적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농가는 신고를 꺼린다. 농가 피해가 우려되니 수의사도 신고를 꺼린다. 민간병성감정기관에 검사를 의뢰하기도 부담스럽고, 실제 의뢰해서 양성이 나와도 ‘NOT TESTED’로 표기하는 경우까지 생긴다(본지 2023년 2월 20일자 ‘3종 가축전염병 없애고, 신고·예찰에 임상수의사 역할 늘려야’ 참고).

가금수의사인 송치용 대표는 “이제껏 무수하게 법을 어겼다”고 토로했다. 3종 전염병이 의심되어도 진단을 내릴 수 없고, 신고할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책임소재를 고려해 의미없는 방역조치를 내리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지는 상황에서, 임상수의사가 무작정 진단·신고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

3종 전염병은 상시적 표본감시만..종축 감시대상도

법정 가축전염병 재분류 제안

김재홍 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장은 법정 가축전염병 관리체계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 주도로 강력한 방역을 펼치는 1~2종 전염병과 감시·현황파악에 초점을 맞추는 3종 전염병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가축전염병 관리대상을 양분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PRRS나 IB처럼 상재화된 생산성 질병은 모니터링만 하는 방식이다.

김재홍 원장은 “3종 전염병은 유행여부 조사를 위해 상시적 표본감시 활동이 필요한 질병을 분류하고, 이동제한 등 강제 조치 없이 농가와 일선 수의사들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별다른 불이익 없이 3종 전염병을 신고할 수 있게 되면 지역·시점별로 발병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공식적인 발병정보가 공유된다면 ‘어디에 PED가 돌고 있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에서 벗어나, 일선 현장의 자율적인 대응도 보다 체계화될 수 있다.

‘종축 감시대상 전염병’ 항목 신설도 제안했다. PRRS, 가금티푸스 등 종축으로부터 일선 농장으로 전염이 이어질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종축 감시 등 별도의 방역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치용 대표는 “진료기록에 IB를 썼다가 입건된 동료도 있다. 수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개편을 촉구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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