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병용, 무분별한 혼합과 다르다

농장동물에서 사용하는 항생제의 이해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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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지금까지 항생제 개발역사와 분류, 약력학에 이어서 임상에서 적용시 중요한 요소인 약동학과 항균범위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이번호에서는 항생제에 대한 마지막 기초 내용으로서 항생제 병용(동시사용)을 언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시너지·길항·독립작용과 같은 항생제 병용효과는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항생제 병용 ≠ 무분별한 혼합

최근 경향은 다재약제 내성세균(2가지 이상 계열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 일명 ‘수퍼박테리아’)의 발현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는 무조건 단독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배포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에서도, 수의사의 항생제 신중 사용에 대한 세번째 원칙으로 약제를 무분별하게 혼합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도안1].

과거 농장에서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적인 측면과 국가적으로 항생제 내성을 줄이자는 취지에서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감염된 세균에 대해서 가장 감수성이 높은 한가지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적이나 학문적인 측면에서 항생제의 병용을 무조건 거부할 필요성은 없다. 전문가의 판단에 의한 항생제의 병용과 무분별한 혼합은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이다.

도안1. 수의사의 항생제 신중 사용에 대한 6가지 원칙, 부분발췌

예를 들어, 사람에서 결핵균(M.tuberculosis)을 치료할 때는 내성균의 출현을 막기위해서 이소니아지드(Isoniazid), 리팜핀(rifampin), 피라진아마이드(pyrazinamide)와 같은 항생제를 병용해서 투여한다.

이렇게 항생제를 병용하는 이유는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정도 소요되는 치료기간동안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면 치료기간이 더욱 길어지거나 더 이상 치료할 수 있는 다른 항생제가 없기 때문이다.

결핵균 치료에 있어서 항생제를 병용하는 이유가 오히려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를 기억하시길 바라면서 이어지는 항생제 병용에 대한 내용을 보다 새롭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항생제 병용의 목적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으로는 감염된 세균에 대해서 가장 감수성이 높은 한 가지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다음의 경우에 대해서는 항생제 병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항생제 병용은 ①혼합감염시 중복감염을 줄이기 위해 ②원인을 모르는 중증 감염시 ③항생제 내성발현을 억제 및 지연시키기 위해 ④약물 독성을 줄이기 위해 ⑤병용에 따른시너지(synergy)로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적용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방법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혼합감염시 하나의 항생제로 치료하게 되면 해당 항생제에 감수성이 있는 세균은 억제되지만 감수성이 없는 다른 세균은 증가하게 되어 중복감염(superinfection, 균교대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항생제의 선택작용에 의해서 내성세균이 증가하는 메커니즘과 매우 유사하다.

예를 들어, [그림2]처럼 A와 B라는 2개의 세균이 혼합 감염되어 있는 상황에서 A라는 세균에만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투여할 경우 A세균은 줄어들지만 해당 항생제에 감수성이 없는 B세균이 증가해서 다시 감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복합세균 감염증에 있어서 현재 임상증상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세균만 고려해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면, 감수성이 약하거나 없는 다른 세균이 대체하여 증가함으로써 항생제 투여가 오히려 다른 새로운 세균 감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을 바로 중복감염(superinfection, 균교대증)이라고 하며 농장동물에서는 복합 호흡기 세균 감염증과 그 치료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A와 B에 대한 세균에 동시에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항생제가 없다면 A와 B세균 각각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복감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림2. 항생제 선택 작용에 의한 중복감염 발생모델

② 원인을 모르는 중증 감염시에도 복합감염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세균을 분리하고 해당 세균에 어느 항생제가 감수성이 있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는 긴급한 경우에는 항생제 병용이 필요하다.

어느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항균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호에서 항생제의 항균범위(스펙트럼)을 설명했던 내용과 동일한데, 원인을 모르는 긴급한 세균감염증에서는 기본적으로 광범위(Extended or Broad spectrum)항생제 사용이 권장되며, 하나의 항생제만으로는 예상되는 세균을 모두 커버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항생제를 병용하여 항균범위를 넓힘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③ 항생제의 내성발현을 억제 및 지연시키기 위해서 항생제를 병용해야 할 필요성은 앞서 결핵균 치료의 예로 말씀드렸다.

부연하면, 세균이 항생제의 내성을 보이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막 투과도를 낮추어 항생제 침투를 막고, 적극적으로 세균 밖으로 항생제를 배출하거나, 항생제를 변형시켜 작용하지 못하게 하고, 항생제 작용부위를 바꿔버리는 방법으로 내성을 발현한다.

다만, 이와 같은 4가지 내성기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세균은 드물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 세균에 대해서 감수성을 지니는 여러 계열의 항생제를 동시에 투약함으로써 내성세균의 증가를 막는 전략도 가능한 것이다.

[그림3]은 항생제 내성발현을 억제하기 위한 항생제 병용을 나타낸 모델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중복감염과 다른데, 중복감염에서는 두가지 이상의 다른 세균이 감염되어 있으며 이중 특정한 세균에만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투여함으로써 감수성이 없는 다른 세균이 증가하는 과정이지만, 항생제 내성을 억제하는 병용방법은 특정한 감염세균에 대해서 나올 수 있는 여러 내성인자를 억제할 수 있는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투약함으로써 항생제 선택작용에 의한 내성인자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다수의 세균에 하나의 감수성 항생제는 중복감염을 일으키지만, 하나의 세균에 다양한 항생제를 병용하는 것은 내성을 억제하는 방법’이라고 정리하면 기억하기 좋을 것 같다.

그림3. 항생제 내성인자 발현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 병용투여

④ 약물 독성을 줄이기 위한 항생제의 병용은 주로 항생제의 대사와 관련성이 있다.

예전에 ‘닥터하우스’라는 미국드라마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의 급성신부전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스트렙토마이신은 신장으로 배출되며 드물게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데 극중에서 하우스박사는 스트렙토마이신이 신장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일단 스트렙토마이신 용량을 줄이고 세균에 대한 기전과 감수성은 동일하지만 간에서 대사 및 배출되는 다른 항생제를 병용함으로써 급성신부전의 위기를 해결했다.

일반적으로는 농장동물에는 항생제의 독성을 고려해서 병용을 검토해야 할 사례는 거의 없지만, 간혹 항생제 과량투여로 인한 약화사고에서 유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닥터하우스와 반대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간에서만 대사되어 담즙으로 배출되는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함으로써 약화사고가 있었던 사례였다.

해당 항생제를 줄이고 동일한 기전이지만 신장에서 대사 및 배출되는 다른 항생제를 병용 투약함으로써 세균감염증도 치료하고 항생제의 독성으로 인한 문제를 같이 해결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병용하는 이유는 병용에 따른 시너지(synergy)를 통해서 세균감염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항생제 병용효과는 의외로 잘못 이해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래에 별도 단원으로 구분하여 설명 드리겠다.

 

항생제 병용효과

항균제를 병용하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①시너지 효과 ②독립작용 효과 ③길항작용 효과다.

항생제 병용효과는 세균에 대한 영향이나 항균력 변화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단독 또는 병용했을 때 시간에 따라서 세균수 감소(또는 항생제 치료율)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1) 시너지 효과

시너지 효과는 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항생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뛰어난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항생제 단독투여나 B항생제 단독투여에 비해서 A+B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세균 감염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경우에 시너지 효과라고 지칭할 수 있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가 확인되는 항생제 병용은 다음 두 가지뿐이다. 베타락탐계열(페니실린)+아미노글리코사이드(스트렙토마이신) 병용과 설파제+트리메소프림의 병용이다.

이 두가지 병용 외에는 대부분 독립효과이거나 길항효과라고 판단하셔도 무방하다.

참고로, 과거에는 살균제와 살균제 병용을 상협효과(1+1>2), 정균제와 정균제의 조합을 상가효과(1+1=2)로 정리했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내용이므로 기억에서 지우시기 바란다.

다시 말씀드리면, 항생제 병용에서 시너지 효과는 매우 드물며 농장동물에 대해 허가된 항생제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두가지 조합(베타락탐+아미노글리코사이드, 설파제+트리메소프림)만 시너지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농장동물에 적용하는 항생제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시너지효과를 나타내는 각각의 항생제를 미리 섞어서 하나로 만든 제품(2in1)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별도로 구매해서 병용할 필요성이 없다.

따라서 농장동물에 대한 대부분의 항생제 병용(조합)은 모두 독립작용이나 길항작용 효과라고 판단하셔도 무방하다.

2) 독립작용 효과

상호 영향 없음 또는 독립작용 효과(타 약물의 작용에 간섭하지 않음)는 항생제 병용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독립작용 효과는 위 도표에서 보듯이 특정 세균에 대해서 A+B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A항생제 단독투여나 B항생제 단독투여중 하나의 치료효과와 동일한 수준의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조금 더 설명하면, 위 도표에서는 B항생제를 단독으로 사용한 것과 A+B항생제를 병용한 세균치료 효과가 동일하다.

이 경우 A항생제는 해당 세균에 대해서 전혀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이는 B항생제에 감수성이 있었던 세균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A항생제에 감수성이 높은 세균이라면 예제에 나온 A와 B항생제의 단독투여 그래프가 서로 바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A+B항생제 병용은 독립작용이므로 A+B병용 효과는 A항생제와 동일한 것으로 나올 것이다.

요컨대 원인을 특정하기 힘든 중증 세균감염증에서 항생제의 항균범위를 넓히거나, 복합세균 감염증에서 항생제 선택효과에 따른 중복감염(superinfection)을 줄이기 위해서 항생제 병용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 목적으로 하는 항생제 병용효과는 독립작용 효과이며, 서로 상호작용하지 않는 항생제를 전략적으로 병용해야만 이와 같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다음에 설명하는 길항작용이 없도록 항생제 병용(조합)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3) 길항작용 효과

서로 병용하면 항생제의 효과가 감소하는 조합이다. 길항작용 효과는 위 도표에서 보듯이상대적으로 효과가 좋았던 B항생제의 단독투여보다 A+B항생제를 병용했을 때 항생제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길항작용 효과이다. 이는 A항생제가 B항생제의 작용을 방해함으로써 나타난다.

이러한 길항작용 효과를 보이는 대표적인 조합은 베타락탐계열과 테트라사이클린의 병용이다.

다만, 베타락탐계열(페니실린)은 살균제로 분류되므로 이를 살균제로 바꾸고 테트라시이클린은 정균제로 분류되므로 이를 정균제로 바꾸어서, 최종적으로 살균제+정균제 병용은 모두 길항작용 효과를 나타낸다고 단순하게 얘기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단순전환해서 기억하지 않도록 한다.

참고로, 길항작용을 일으키는 항생제 조합에 대해서는 약리학이나 내과학 서적에 별도로 기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생제 완제품의 설명서나 부표에 배합금기로 표기되어 있다. 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요컨대 항생제 병용효과는 시너지·독립·길항효과로 구분되며 대부분의 항생제 병용은 독립효과를 나타낸다. 항생제 병용시 길항효과를 피하는 기준은 설명서나 부표의 배합금기 주의사항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항생제의 병용은 이와 같은 병용에 따른 효과를 기반으로 ①혼합감염시 중복감염을 줄이기 위해 ②원인을 모르는 중증 감염시 ③항생제 내성발현을 억제 및 지연시키기 위해 ④약물 독성을 줄이기 위해 ⑤병용에 따른 시너지(synergy)를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 활용할 수 있다.

 

4번째 항생제 이해를 마무리하며..

이번호는 마지막 항생제 기초과정으로 항생제를 병용하는 이유와 목적, 병용에 따른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번에 항생제 병용과 함께 항생제와 면역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같이 설명드린다고 했는데 간단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항생제의 임상적용 간에 추가해서 설명드리고자 하오니 이에 대한 양해를 부탁드린다.

다음 호에는 항생제의 임상적용에 대한 부분이 시작되므로 농장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님께 보다 실제적으로 와 닿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항생제와 관련해서 말씀드린 부분을 모두 기억하지 않으시더라도 임상적용에서 다시 요약해서 설명드릴 예정이므로 걱정하지 말고 한번 읽고 지나가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참고문헌

1) 약학정보원 (https://www.health.kr/)

2) 항생제 처방가이드라인, 농림축산검역본부

3) 항균요법의 원리, 한림의대 약리학교실 이종호 교수

4) 세균의 내성과 항생제, 양돈수의사회 포럼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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