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영양학 상담, 가치 높이고 상담비 청구하려면?
힐스코리아, ‘영양학을 더 가치있게’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 개최
반려동물 질병의 진단·치료와 더불어 예방·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영양학 상담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개원가에서 영양학 상담은 ‘무료 서비스’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영양학 상담의 가치를 높이고, 상담비도 청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번째 신체 활력 ‘영양’
영양학의 중요성 인지하고, 전문성 높여 상담비 청구 문화 만들어야
처방식 사료 처방 시 상담비 청구하는 것부터 시작
힐스코리아가 7일(일) ‘영양학을 더욱 가치있게’를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라운드 테이블에는 미국수의영양학전문의(DACVN)이자 미국수의영양학회(ACVN) 회장을 역임했던 이베타 베크바로바 수의사(Dr. Iveta Becvarova)를 비롯해 박희명 건국대 수의대 교수,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 회장, 양바롬 펫푸드 클리닉 양바롬 원장, 왕태미 진무(JinMu) 건강과학기술회사 대표, 김정민 지앤원 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영양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영양학 상담(컨설팅) 경험, 영양학 상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의사들이 더 갖춰야 할 것 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베타 수의사는 영양(nutrition)을 체온, 심박, 호흡수, 혈압(4대 신체 활력)에 이은 5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꼽으며 “반려동물의 건강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의사들이 임상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고, 보호자들도 수의사들의 역할과 가치를 인지해야 한다”며 수의사들이 전문적인 영양학 상담을 제공하고, 보호자도 수의사의 전문성에 걸맞은 비용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미국 수의대에서 영양학 상담을 할 때 건당 100~300달러의 비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보호자와 직접 상담한 것이 아니라 수의사의 의뢰로 영양학 분석 및 보고서 작성을 한 것이지만, 미국에서 영양학 상담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영양학 전문 수의사를 제외하면 영양학 상담 및 비용청구는 먼 나라 이야기다. 양철호 회장은 “(영양학 상담은) 거의 무료 서비스”라고 현실을 설명했다.
영양학 상담도 대부분 처방식이나 영양제 추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비용청구가 요원한 상황에서 시간을 들여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의사는 많지 않다.
전문적인 영양학 상담을 하는 왕태미 수의사 역시 비용청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만과 한국에서 모두 영양학 상담을 한 왕태미 수의사는 “(대만에서) 비용을 내고 상담을 받은 보호자가 밤늦게 연락하거나, 3개월 뒤에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며 돈을 냈기 때문에 당당하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왕 수의사는 대만에서 기초 영양학 강의를 수강한 보호자를 대상으로만 영양학 상담을 하고 있다. 영양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췄기 때문에 상담의 이해도와 순응도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양바롬 원장은 “수의사의 영양학 지식·상담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일부 보호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맞는 정보도 있고 틀린 정보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처방식을 처방할 때 상담비를 추가하는 것부터 (전문적인 영양학 상담과 비용청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가자들은 보호자뿐만 아니라 수의사들의 영양학 상담 요청도 많다며 (전문가나 협회가) 수의사 대상 영양학 교육을 시행하고, 대략적인 영양학 상담비 기준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수의영양학회 창립 멤버인 건국대 수의대 박희명 교수는 “현 상황에서 임상수의사가 보호자에게 영양학 상담비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의사 대상 영양학 전문 교육과정을 만들고, 이 과정을 이수한 수의사들이 상담비를 청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전했다.
한편, 힐스코리아는 이날 임상수의사 100여명을 대상으로 힐스 심포지엄(HILLS Symposium)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SD동물의료센터 김규창 원장이 ‘고양이 비뇨기계 수술 업데이트(SUB, Feline Perineal Urethrostomy 등)에 대해, 이베타 베크바로바 수의사가 ‘고양이 하부 비뇨기 질환의 영양학적 관리’에 대해 강의했다.
김규창 원장은 “최근에는 신장절제를 하지 않고, 신장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수술한다”며 요관스텐트 장착과 SUB(Subcutaneous Urethral Bypass)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SUB 수술의 팁을 전달했다.
“제품 수급 문제 해결 위해 노력 중”
올해 1월부터 힐스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Rohit Kapoor 대표(사진)는 “힐스는 사람과 반려동물 간의 특별한 유대관계가 더 오래 지속되도록 과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힐스의 목적은 수의사 파트너 없이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이유로 발생했던 제품 공급 문제는 추가 공장 인수 등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제품 수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