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獸)타트:야생동물은 처음이라] 양주영 전북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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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서부터 수의사들은 여러 번에 걸쳐 새로운 문을 두드립니다. 인턴으로 불리는 1년차 임상수의사뿐만 아니라 직장에 취직해도, 결혼을 해도, 이직을 해도 심지어 은퇴를 해도 1년차가 됩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0기는 다양한 진로 앞에서 고민하는 수의대생, 새로운 생활에 직면하는 수의사들을 위해 [수()타트 : OO은 처음이라]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타트 프로젝트는 임상, 기업, 공직, 학계 등 여러 분야에서 1년차에 도전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유학, 결혼, 입사, 개원, 창업, 은퇴 1년차인 수의사들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대한수의사회에 따르면, 2022년 신상신고를 접수한 수의사 15,209명 중 절반이 조금 넘는 7,990명이 임상수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임상도 반려동물, 농장동물 등 축종이 다양하고 병원 규모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생소한 임상수의사가 있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하는 야생동물 수의사일 겁니다.

수타트 프로젝트의 8번째 주인공, 1년차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한 양주영 수의사(사진)를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만났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야생동물 진료를 보고 있는 수의사 양주영입니다. 2022년 3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으니 곧 만으로 1년이 되네요(인터뷰는 2월에 진행되었습니다-편집자주).

 

Q. 수의사가 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나는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TV 야생동물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동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볼 수 있는 삶이 가장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동물과 함께하는 직업인 수의사가 되기로 했습니다.

야생동물을 보며 처음 수의사를 생각했다 보니, 야생동물 분야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전북야생동물센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고, 수의대 재학 시절에는 강원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1년 정도 실습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졸업 직후에는 동물병원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야생동물센터 채용 공고가 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작년에 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전북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신다면

야생동물구조센터는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하여 치료하고, 야생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기관입니다. 환경부가 관리하는데, 광역자치단체별로 한 곳 정도씩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은 야생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어요. 야생동물구조센터로 들어오는 동물들만 봐도 그래요. 교통사고, 건물·유리창·전선과의 충돌, 덫이나 총상 같은 밀렵 피해를 받아 구조됩니다.

여러 이유들로 다친 동물이 센터에 들어오면 치료가 가능한 개체들을 치료하고, 재활을 통해 야생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다시 방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생동물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활동과 일반인·어린이에 대한 야생동물 교육활동 등 여러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저는 진료수의사로서 구조되는 개체가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은 매우 심하게 다쳐서 오는 경우가 많고요,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애들을 살려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 활동이나 일반인 교육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셨을 때 야생동물 관련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야생동물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야생동물은 고등학생 때부터 관심 있게 찾아본 분야였어요. 대학생 때에도 강원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실습하며 경험을 쌓으려 노력했고요.

처음에는 동물원이나 특수반려동물 임상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실제 생태계에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진료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로 일하기로 했습니다.

 

Q. 야생동물의 어떤 매력에 그토록 끌리셨는지 궁금해요

사실 수의사라면 한 번쯤 로망을 품게 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가 야생동물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고, 알면 알수록 신비한 게 많습니다. 엄청 작은 크기의 새도 전 지구를 날아다니거나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다 버텨내잖아요. 자연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을 보다 보면 경이로운 감정이 느껴집니다. 그 경이로움이 큰 매력이죠.

그런 경이로운 동물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요.

 

Q. 야생동물에 관심이 많았지만 커리어의 시작은 반려동물 임상이었네요

임상수의학에서 가장 적극적인 치료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반려동물 임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연구되어 있는 것도 많고요.

임상수의학이 어디까지 치료할 수 있는지 실제로 겪고 체득해서 야생동물에 적용하면 더 많은 야생동물들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반려동물 임상으로 수의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실제로도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로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Q. 반려동물 임상과 다른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우선 정말 많은 종을 만나게 되는 게 큰 특징입니다. 단순히 종만 다양한 게 아니고, 종별로 접근 방식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일례로 고라니는 생태계에서 피식자다 보니까 정말 예민하고 경계심이 많아요. 의료진에게도 공격적이어서 조심스레 접근해야 합니다.

조류도 종마다 해부학적 구조, 생리학적 특성, 생태 특성이 다양하죠.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신경써야 합니다. 그 종이 생태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는지도 고려해야 해요.

가령 강아지에서 발톱 하나가 빠진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보호자가 보살펴 줄 수 있고, 생존에 문제가 생기지 않죠.

그러나 수리부엉이와 같은 맹금류에서 발톱 하나가 없으면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발톱으로 사냥을 하고 먹이를 먹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생계 수단인 거죠.

야생동물에게 야생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안락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생태계는 장애를 보살펴 줄 수가 없어요. 이런 점이 차이가 있죠.

 

Q.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야생동물을 마주하는 일을 하다 보면, 날씨와 계절이 마음에 크게 와닿습니다.

작년 봄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벚꽃이 휘날리는 만경강에서 너구리 두 마리를 방생했던 순간이 기억이 남네요.

아름다운 만경강에서 건강해진 너구리를 보내며, 다시는 보지 말자고 작별인사를 했었습니다. 항상 치료가 잘 되어 방생하는 동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Q.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야생동물이 인간에게 받는 피해가 줄어들어서, 구조되는 동물들이 좀 더 적어지면 좋겠어요. 많은 구조원인이 사람에 의한 피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야생동물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저의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센터에 오기 전에는 ‘설마 아직도 덫을 놓는 사람이 있나’ 생각했어요. 와 보니, 아직도 정말 많은 동물들이 밀렵, 덫에 걸려서 심하게 다치고 목숨을 잃고 있더라고요. 불법인데도 말이죠. 점차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줄어들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수의사로서 야생동물 분야에서 어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하는 일은 개체 한 마리 한 마리를 관리해서 방생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야생동물 보전을 위해서는 개체보다 더 큰, 집단 단위를 다루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어요.

최근 상황을 볼 때, 개체 관리뿐만 아니라 종과 생태계 보전에 있어서도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멸종위기 종 복원에 참여하시는 수의사도 계시고,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수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꼭 야생동물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야생동물의 멸종을 늦추기 위해 목소리를 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동물의 대변자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야생동물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향후 야생동물 수의사의 전망은 어떨까요

코로나19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은데요,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질병을 서로 전파하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공중보건학적인 면에서 다양한 종을 다루는 야생동물 수의사가 필요한 곳은 점점 많아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또한, 라쿤과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외래야생동물의 불법 사육과 유통이 국내에서 양지화되는 과도기에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야생동물 수의사가 활동해야 할 분야는 정말 많다고 생각이 듭니다.

 

Q. 혹시 저희 같은 수의대생이나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수의사들이 야생동물 보전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많죠. 우선 관심을 갖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동물의 전문가인 수의사로서, 우리나라에 어떤 야생동물이 사는지 관심을 가지시면 좋을 것 같고요. 탐조와 같은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을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 보전과 관련한 현안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가령 야생조류들이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충돌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심하다는 걸 알고 있나요?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800만 마리의 새가 투명한 유리창이나 방음벽에 부딪혀 죽습니다.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인들에게 전파하거나 작은 노력을 해 주시는 것이 보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택이나 동물병원 유리창에 조류충돌 방지 스티커(5x10cm간격의 점)를 붙이는 것이 예가 될 수 있겠네요.

 

Q. 앞으로 야생동물 임상에 도전하려는 수의사나 수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것이나 키워야 할 역량을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야생동물 임상에서는 관찰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은 아픈 걸 숨기려는 성향이 있는데, 야생동물은 그런 경향이 더 심해요. 보호자도 없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이나 병력을 모른 채 진료에 임해야 하는 일도 많고요. 야생동물의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수의학뿐만 아니라 생태학이나 행동학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생동물을 치료하다 보면 이 종이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생활사를 가지는지 고려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관련된 도서나, 영상,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스스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좋은 야생동물 임상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진료도 더 잘 보고 싶고요. 야생동물에 대해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야생동물 전문가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야생동물들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 입장에 놓여 있어요. 개발에 밀려 뒷전이 되고,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죠. 그런 야생동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로 자리잡는 게 제 장기적인 바람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1년차 야생동물 수의사로서, 야생동물에 관심 있는 젊은 수의사들과 수의대생, 야생동물 0년차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생동물 수의사의 꿈을 꾸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때 꿈꿨다가 포기한 수의사들도 많고요.

제가 직접 와서 해 보니, 야생동물 임상은 생각보다 더 재밌고 보람이 큰 일입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견학 등을 통해 많이 접해 보시고, 도전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강주호 기자 zoology@kakao.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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