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rofessionalism, 윤리적이고 품위 있는 SNS

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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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찬 수의학박사/연수연구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실

사례1

수의사 A씨는 퇴근길에 자신의 트위터(twitter)에 이렇게 피드를 올렸다.

사례2

보호자 B씨는 다니는 동물병원이 얼마 전 유튜브(YouTube) 채널을 개설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응원 댓글을 남기려고 동물병원 채널을 구독했는데, 그곳에는 몇 달 전의 일인 자신의 반려견 찔찔이의 장에서 자두씨를 꺼내는 수술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B씨는 영상 촬영 사실도, 홍보용으로 쓰인다는 사실도 듣지 못했던 터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결국 B씨는 이 영상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다가 다음과 같은 응답을 들었다.

“어휴, 얼굴도 안 나오고 이름도 가렸는데, 찔찔이인 줄은 어떻게 아셨어요?”

사례3

이제 막 본과에 진학하여 첫 개 해부학 실습을 끝낸 수의과대학 학부생 C는 뿌듯한 마음에 사체와 함께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업로드 했다.

*   *   *   *

이미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SNS를 사용한다.1) 우리나라 국민의 SNS 사용률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2)

그러나 이러한 SNS의 사회적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개인정보 침해나 가짜뉴스, 집단지성인 척 난무하는 허위 정보들, 화려한 단면의 타인을 보며 느끼는 박탈감과 현실과의 괴리가 불러오는 공허함 같은 것들 말이다.

수의사와 수의대생도 개인의 의사 표현과 친목을 위해서, 동물병원 홍보를 이유로, 혹은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블로그, 카페, 밴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다양한 SNS를 이용한다.

그러나 전문직 구성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SNS의 부작용은 일반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미 의사와 간호사 등 일부 전문직 구성원이 SNS상에서 보인 비윤리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전문직의 윤리를 다루는 학계는 이 문제의 시급성을 인지하고 바람직한 SNS 활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3),4)

e-professionalism이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전문직업성으로,5) 행동이나 태도, 윤리강령 준수를 포함하여 전문직으로서 온라인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6)

이번 글에서는 수의사와 수의대생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 프로페셔널리즘) 차원에서 SNS 사용 시 고려할 점을 가상의 사례들을 통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1. 온라인에서도 ‘품위’를 지켜야 하는 이유

누군가는 “SNS는 사적인 공간인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반문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일단 계정명에서부터 “dvm_” 혹은 “vet_”을 붙여서 직업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인스타그램에는 가족·친구·연인과 함께한 즐거운 추억의 사진들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거나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진들과 함께 뒤섞여 있다. 자신의 피드와 게시물은 비특정인 모두에게 노출되고, 저장되고, 왜곡되어 재생산될 수 있다.

어디까지가 사적인 나의 삶이고 어디서부터가 수의사로서 나의 삶일까? 여기서 기억해야 할 핵심은 SNS라는 공간이 개인의 사적인 삶과 수의사로서의 삶, 이 두 삶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 수의사라는 직군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우리의 직무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 즉 사생활에 대해서도 이루어진다.

전문직업성 측면에서 이러한 맥락은 ‘품위’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품위‘대중과 보호자가 수의사를 신뢰하게 할 수 있는 언행’ 정도로 이해한다면 합당하겠다.7)

품위라는 단어는 다소 정의하기 모호하지만, 전문직에 있어서는 자율 규제(self-regulation)의 가치로서 프로페셔널리즘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8)

직군의 대표성을 가진 개인으로서 SNS를 할 때에도 최소한 수의사의 사회적 신뢰에 반하지 않을 정도의 품위 유지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한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n=56), 응답자의 52%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부끄러운 사진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사진을 본 듯한) 응답자의 54%는 동료들의 SNS에서 그들이 과음했거나,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았거나, 환자와의 임상 경험을 토론하는 등의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게시물을 본 적 있다고 답했다.9)

비슷하게 영국의 약대생 3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2%가 미래의 고용주나 대학 관계자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게시물을 올린 적 있다고 답했고, 68.5%는 대중이 자신의 SNS를 보게 된다면 약대생에 대한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10)

이렇듯 개인의 사적인 삶과 전문직으로서의 삶이 뒤섞인 SNS에서, 개인의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적인 콘텐츠는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그룹 전체의 평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11)

정리하자면, 사례1에서 수의사 A가 술이 덜 깬 상태로 진료를 하는 것은 전문직으로서 명백하게 비윤리적인 행위이다.

그리고 또한 공개된 트위터에 자신의 직업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음주 상태나 보호자와 동물 환자에 대한 무례함을 함께 게시하여 개인뿐만 아니라 수의사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같은 이유로 만약 SNS에 수의사로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개인적인 SNS 계정과는 별개의 계정을 만들어서 소통 채널을 분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2. 보호자의 정보 보호와 동의

SNS는 동물병원 홍보에 활용된다. 동물병원 홈페이지를 활용하던 시대를 지나서, 만들고 유지하기 쉬운 블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요즘은 접근성이 좋은 인스타그램과 정보 전달이 용이하고 수익까지 보장되는 유튜브 채널이 홍보에 이용된다.

동물병원 홍보에는 동물 사진이 빠질 수 없다. 동물 환자가 포함된 진료, 처치, 수술 사진 혹은 동영상도 활용된다. 이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이전에 수의계 언론에서도 다루었는데,12) 법리적 관점에서 결론을 요약하자면 동물에게는 초상권이 없으므로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록 동물에게 초상권이 없다 할지라도 보호자는 내 반려동물의 사진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찍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캐나다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수행된 한 SNS 윤리 연구는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보호자의 동의 없이 동물 환자 사진을 게시한 것을 ‘보호자와의 비밀 유지 위반’으로 분류하였다.13)

사례2에서처럼 보호자의 동의 없이 동물 환자의 수술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보호자와의 암묵적인 약속인 비밀유지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수의사는 진료과정에서 동물의 보호자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도 취득하게 되므로 보호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 역시 SNS에 의도치 않게 드러낼 수 있다.14)

수의학에서는 사람이 진료대상이 아니므로 보호자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에 게시될 일이 의학보다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사람은 신체 일부분이나 문신과 같이 더 적은 정보만으로도 개인 식별이 가능할 수 있다.

 

3. 수의대생과 사체도 예외는 아니다

수의학에서는 교육과 실습을 위해 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사체를 기증받거나 실험동물의 사체를 이용한다. 의학의 해부학에서는 사체의 이미지가 SNS에 게시되는 것과 관련해서 시신 기증자의 동의를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15)

수의과대학에서의 해부 실습은 실험동물의 사체를 사용하므로 사체 활용을 위한 기증자의 동의 문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오히려 수의학에서는 ‘학생의 교육을 위해 이 개의 희생이 꼭 필요한가?’라는 다른 윤리적 질문이 선행된다.

이 질문에 대한 윤리적 타당성을 확보하여 실습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사례3에서처럼 학생이 사체 실습하는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우선, 자신의 배움을 위해 죽은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실습에 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수의대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수의사로서의 전문직업성은 면허를 취득한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문직의 직업성이 사회와 계약 관계에 있다고 보는 사회적 계약론(social-contract theory)에서는, 전문직은 사회에서 해당 업무에 대한 독점권이나 자율성과 같은 특권을 점유하는 대신 부여된 사회적 책무에 대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높은 윤리 의식으로 사회적 신뢰를 유지해야 할 의무를 진다.16)

수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예과생이 되는 순간부터 ‘수의대생’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며, 수의사라는 전문직 집단에 소속감이 생긴다.

이 정체성으로 인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수의과대학 학생에게 일정 부분 전문직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이를테면, 동물과 관련된 지식, 동물에 대한 태도, 학업 능력 그리고 도덕성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치는 곧 수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직업 신뢰도와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수의대생이 동물을 학대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면, 대중들은 이렇게 댓글을 달 것이다. 저런 인간도 수의사가 될 텐데 수의사를 어떻게 믿어?”

그러니까 ‘수의대생’이라는 정체성에는 이미 수의사라는 직업의 자질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가 부여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수의사로서의 전문직업성은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수의과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사례3에서 사체 실습 인증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학생은 추측하건대 예과 과정을 무사히 마친 뿌듯한 마음이나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 등으로 사진을 올렸겠지만, 이는 죽은 동물과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라든지 진지한 마음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어떠한 시각자료가 비록 교육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자극적이고 끔찍한 자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시각자료들은 어느 정도 폐쇄적인 경로에서 다루거나, 대중이 접근하기 전에 경고하거나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사체 사진은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인스타그램에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교육적인 활용이라는 목적과는 다르게 자극적인 콘텐츠로 부적절하게 소비될 위험도 있다.

*   *   *   *

나가며

이상의 사례들을 통해 수의사와 수의대생 모두 온라인에서도 품위를 지켜야 하며, SNS 사용 시 적절한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번 글의 사례들은 SNS에서의 예시만 들었지만, e-professionalism은 SNS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 미디어 활용에서의 프로페셔널리즘에 관한 이야기이다.

범위가 확장되어도 e-professionalism의 핵심은 같다. 수의사는 전문직으로서 윤리적 고려가 없는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어떤 위험성을 가지는지 인지해야 할 뿐 아니라, 품위를 지켜 대중의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는 직업적, 윤리적 의무가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17)

 

1) “국민 절반이 SNS 쓴다… 20대는 5명 중 4명 이상”, 세계일보, 20190609입력, 20230408접속, https://www.segye.com/newsView/20190609503400

2) “한국 SNS 사용률 세계 3위… 월 이용자 수 ‘네이버 밴드’ 가장 많아”, 세계일보, 20200909입력, 20230408접속, https://www.segye.com/newsView/20200907507164

3) Hennessy, Catherine M., et al. “Social media guidelines for anatomists.” Anatomical sciences education 13.4 (2020): 527-539.

4) Mansfield, Sarah J., et al. “Social media and the medical profession.” Medical journal of Australia 194.12 (2011): 642-644.

5) Kaczmarczyk, Joseph M., et al. “e-Professionalism: a new frontier in medical education.” Teaching and learning in medicine 25.2 (2013): 165-170.

6) Almetwazi, Mansour, et al. “Pharmacy students’ perceptions and attitudes towards professionalism on social media: a cross-sectional study.” Pharmacy Education 21 (2021): 222-229.

7) 김정아와 반유화는 품위유지를 ‘집단으로서의 의료 전문직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질병의 예방, 치료 및 돌봄의 전 과정을 수행할 만하다고 환자와 가족, 대중, 동료가 신뢰하게 만드는 일련의 행동양식’으로 정의하자고 주장하였다. 김정아, 반유화. “소셜미디어 시대에서 의료전문직으로서의 품위 유지.” 한국의료윤리학회지 21.4 (2018): 316-329.

8) 정상익. “품위유지의무의 의미와 적용에 관한 연구.” 홍익법학 22.1 (2021): 623-661.

9) Garner, Jayne, and Helen O’Sullivan. “Facebook and the professional behaviours of undergraduate medical students.” The clinical teacher 7.2 (2010): 112-115.

10) Hall, Maurice, Lezley-Anne Hanna, and Gwyneth Huey. “Use and views on social networking sites of pharmacy students in the United Kingdom.” American journal of pharmaceutical education 77.1 (2013).

11) Neville, P., and A. Waylen. “Social media and dentistry: some reflections on e-professionalism.” British dental journal 218.8 (2015): 475-478.

12) “[헤리티지로펌] 반려동물과 초상권”, 데일리벳, 20211110등록, 20230408접속, https://www.dailyvet.co.kr/news/156098

13) Coe, Jason B., et al. “Teaching veterinary professionalism in the Face (book) of change.” Journal of veterinary medical education 38.4 (2011): 353-359.

14) Ahmed, Wasim, et al. “Public disclosure on social media of identifiable patient information by health professionals: Content analysis of Twitter data.” 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 22.9 (2020): e19746.

15) Hennessy, Catherine M., et al. “Social media guidelines for anatomists.” Anatomical sciences education 13.4 (2020): 527-539.

16) May, Stephen A. “Veterinary ethics, professionalism and society.” Veterinary & Animal Ethics: Proceedings of the Fir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Veterinary and Animal Ethics, September 2011. Oxford, UK: Blackwell Publishing Ltd, 2012.

17) [더 읽을거리] 영국왕립수의사회(RCVS) 윤리강령 – Social media and online networking forums, https://www.rcvs.org.uk/setting-standards/advice-and-guidance/code-of-professional-conduct-for-veterinary-surgeons/supporting-guidance/social-media-and-online-networking-fo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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