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중단됐던 동물용 혈장제제, 이르면 올 연말 공급 재개 전망
한국동물혈액은행, 씨티씨백과 동물용 혈장제제 위·수탁 생산 계약..규제 대응에 단가 상승 우려도
공급이 중단됐던 동물용 혈장제제가 이르면 올 연말에 공급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지난달 동물용의약품 제조사 씨티씨백과 동물용 혈장제제 생산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역본부 방침에 따라 동물용의약품으로 생산되는 만큼 안전성을 더 철저히 관리하게 되는 셈이지만, 그만큼 생산비도 커질 전망이다. 그에 따른 일선 진료현장의 부담도 우려된다.
혈장제제·농축적혈구 공급 중단 사태 여전
지난해 말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대한수의사회와 한국동물약품협회에 전혈을 제외한 동물 혈액제제가 동물용의약품(생물학제제)에 해당한다고 알렸다.
이를 계기로 농축적혈구, 신선액상혈장, 신선동결혈장 등 전혈 이외 혈액제제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됐다.
이들 혈장제제가 동물용의약품이라고 한다면 한국동물혈액은행이나 건국대 동물병원 헌혈센터 등이 동물용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고, 각 혈장제제별로 별도의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동물혈액은행에 따르면 국내에서 혈장제제를 치료에 활용하는 환축은 연간 2만마리로 추산됐다. 혈장제제가 필요한 췌장염이나 바이러스성 감염병, 응고장애 등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치료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A동물병원장은 “공급 중단 전에 확보해두었던 혈장제제도 고갈되어 췌장염, 파보바이러스 감염 등의 환자를 치료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농축적혈구 공급이 중단된 것도 문제다. 적혈구가 부족한 환자에서 전혈을 쓸 수밖에 없다 보니 활용이 더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혈액은행 혈장 생산→씨티씨백 병입
동물 혈액제제 생산 위한 최초 GMP 시설..’해외 사례 없다’
단가 상승 전망..보호자 부담 증가 우려
동물혈액은행 측은 동물용 혈장제제의 공급을 신속히 재개하기 위해 씨티씨백과 위·수탁 생산 계약을 맺고, 검역본부와 협의 하에 생산 개시를 위한 준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혈액은행이 생산한 혈장을 씨티씨백 홍천공장으로 옮겨 기존처럼 10ml 단위로 병입하는 형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공급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선 동물혈액은행이 혈장 원료를 생산하기 위한 KVGMP(동물용의약품 품질관리우수업체)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동물혈액은행 관계자는 “개·고양이용 수혈제제(농축적혈구, 혈장제제)를 동물용의약품으로 관리하는 해외 사례가 없다. 참고할만한 동물 혈액제제 관련 법규나 GMP 규정도 없다”면서 “세계 최초로 진행되는 동물용 수혈제제 GMP 시설인 만큼 검역본부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혈액은행은 정식 생산시설로 허가 받기 위해 별도 부지를 마련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공장 건립은 9월까지 완료될 전망이다.
완공된 공장이 KVGMP를 획득하면, 혈장제제·농축적혈구 별로 품목허가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
KVGMP 지정과 품목허가 절차까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연말까지 생산·공급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일단 개 혈장제제·농축적혈구 공급을 우선하고, 이후 고양이 제제를 단계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동물용의약품 관리 체계에 편입된만큼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동물혈액은행도 KVGMP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병입 또한 별도의 KVGMP 시설인 씨티씨백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산단가가 높아지면 결국 동물병원으로의 공급가 인상이 소비자가 부담할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A원장은 “규제로 인한 생산단가 상승이 현장에서 비용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