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수의사 출신 미국수의안과전문의 2호 ‘김수현 박사’

지난달 DACVO 시험에 합격한 김수현 UC데이비스 조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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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박사님(사진)이 지난달 미국수의안과전문의(DACVO, Diplomate :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Ophthalmologists)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한국 수의사 중에서는 박신애 퍼듀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에 이어 2번째 미국수의안과전문의 탄생입니다.

데일리벳에서 현재 미국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조교수로 활약 중인 김수현 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어린 시절에 열심히 시청했던 마사이마라/세렝게티의 야생동물들을 담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막연하게 야생동물이 좋다는 생각으로 수의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Q. 수의안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히 처음 안과를 선택한 이유는 안과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안과를 배우기도 전인 본과 1~2학년 때 결정했거든요.

학부생 때 우연히 응급 환자의 CPR 상황을 보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환자가 소생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수의사 선생님께서 보호자 응대를 하는 것을 보면서, 수의사로 일을 하더라도 그런 상황은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부 때 외과에도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서 환자가 죽을 확률이 가장 낮을 것 같은 안과를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원에서 안과를 공부하면서 여러 면에서 저에게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안과전문의로 일하는 하루하루가 재미있기에 (전공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은 현재도 같습니다.

전공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안과는 수의사로서 모든 동물 종을 진료할 수 있는 최고의 전공”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Q. 미국수의안과전문의는 어떻게 도전하게 되셨나요?

서울대학교 수의안과학교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포닥(박사후과정, post-doctoral researcher)으로 미국에 처음 오게 되었습니다.

포닥의 신분으로 연구를 하기에 한국에서 받은 트레이닝이 부족하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독립된 veterinary ophthalmologist 연구자로 인정받으려면 미국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때엔 학교 이외에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때라 여러모로 전문의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망설이기도 했었는데, 멘토였던 Dr. Christopher Murphy께서 적극적으로 조언해주셔서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Q. 미국수의전문의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수의안과전문의 취득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미국 전문의 과정은 프로그램의 종류나 전공과에 따라 아주 다양합니다. 제가 있었던 데이비스의 안과 레지던트 과정의 경우, 연차에 따라 약 25%(1년차), 60%(2년차), 75%(3,4년차)의 클리닉과 나머지 리서치 주간으로 이루어진 4년 과정의 프로그램과 매년 75%의 클리닉 주간으로 구성된 3년 과정 두 종류가 있습니다.

훈련 기관(학교 혹은 안과전문병원)은 트레이닝 기간 동안 레지던트들을 충분히 지도할 수 있는 전문의(DACVO) 수와 시설 및 설비를 당연히 갖춰야 합니다(클리닉에서 한 명의 DACVO 멘토는 최대 두 명의 레지던트를 트레이닝 할 수 있기 때문에, 멘토 수가 적으면 해당 레지던트는 클리닉 트레이닝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각 레지던트는 트레이닝 동안 소동물(개, 고양이), 말, 특수동물, 야생동물, 가축(소, 돼지, 라마 등), 실험동물 등 다양한 종마다 전문의 인증에 필요한 최소 진료 케이스 수를 채워야 합니다. 또한, 수술별로 정해진 숫자 이상의 다양한 안과 수술 케이스 수도 충족해야 하죠. 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라운딩(저널스터디, 수술연습, 안과병리, 케이스리뷰 등)을 정해진 시간 이상 받아야 하고, 기초 혹은 임상 관련 연구를 수행해서 1~3개 이상의 논문 발표 및 학회 발표 등의 자격 기준을 갖춰야 합니다.

이에 대한 심사를 거쳐 모든 항목에 대한 트레이닝 프로그램 수료가 인정되면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미국수의안과전문의 자격시험은 객관식, 주관식(이미지 레코그니션), 두 종류의 수술 실기를 포함하는 총 네 가지 색션으로 나뉘어 5일 동안 보게 됩니다. 네 과목의 시험에 통과하면 미국수의안과전문의(DACVO) 자격을 얻게 됩니다.

미국 전문의 과정의 장점은 몇십 년 동안 구축되어온 트레이닝 기준과 인증 시스템이 잘 짜여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개인적인 친분이 없더라도, DACVO라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안과 수의사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은 갖추었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어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문의 트레이닝 과정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대학원 생활과 비교해보면, 이곳의 전문의 과정은 병원진료뿐만 아니라 공부·연구를 할 시간까지 고려해 일정을 짜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더 여유로운 편입니다.

아마 ‘전문의 과정이 힘들다’라는 건 전문의 과정에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한국에서 많은 분이 미국수의사나 전문의에 관심을 갖고 직접 도전하기 위해 이곳에 오셔서 열심히 일하고 계실 텐데요, 전문의 과정을 지원하는 분들은 여러 학교, 연구실 혹은 병원에서 몇 년씩 인턴 과정을 한 후에 들어오게 됩니다. 중간에 진로를 바꾸시는 분들도 많고요. 이처럼 전문의 과정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길게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Q. 미국전문의에 관심이 있는 수의사, 수의대생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관심이 있는 후배들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도전하지 못하거나 시작했다 중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중 많은 부분은 ‘충분한 정보의 부재에 따른 막연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생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의사 선배가 미국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에 전문의로 일하고 있거나, 현재 레지던트 과정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선배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든 후배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선배들을 통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의 수의학 교육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훌륭합니다. 모든 수의사·수의대생분들은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기에, 자신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전문의가 된다는 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 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정말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전문의가 되기까지 다양한 트레이닝 과정 동안 본인이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또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현재 UC Davis에서 조교수로 일하며, 레지던트들과 수의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즐겁고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안과전문의로서 실험동물과 야생동물 안과 분야 등에 대한 더 많은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전 세계를 무대로 수의안과 분야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또한, 몇 년 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안과전문의로서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을 만날 것입니다. 처음 말씀드렸듯, 제가 수의대에 들어왔을 때 꿈은 야생동물수의사였습니다. 학부생 때 아프리카를 직접 찾아가 높은 현실의 벽을 느끼고 돌아왔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의 저는 과거에 막연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와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아프리카 사파리 한가운데서 안과전문의로서 야생동물들을 만나는 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전문의가 될 수 있었던 건 저를 대학원생으로 받아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서울대 서강문 교수님 덕분입니다. 또한, 기초 세포실험과 논문작성 등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 주셨던 충북대 양만표 교수님, 대학원 생활 및 최근까지도 여러모로 조언과 도움을 주시는 박영우 원장님, 그리고 학부 생활동안 큰 의지가 되었던 백운범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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