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배제된 열악한 반려동물 생산·유통,어린 생명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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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경매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쳐)

제도권 밖의 반려동물 생산∙유통, 신고된 생산업체는 49개 불과

분양 후 전염병 폐사 부지기수..자가진료로 얼룩져 반려동물 건강은 ‘관심 밖’

일본, 경매장에서부터 수의사 검진..건강관리 철저

전염병과 자가진료로 얼룩진 번식장, 경매장, 판매업소에서 팔려나가는 반려동물이 보호자와 건강하게 살아갈 가능성은 복불복에 가깝다. 수의사의 손길은 배제됐다.

4일 방영된 PD수첩 ‘누가 내 반려동물을 죽였나’편에서는 열악한 국내 반려동물 생산∙판매업의 실태와 그로 인해 아픔을 겪는 반려동물과 보호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신고된 반려동물생산업자는 2012년말 기준으로 불과 49개 뿐이다. 전국 번식장 개수를 농식품부는 1천여개소,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3천~4천여개소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대부분의 번식장이 제도권 밖에서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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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료 조항에 의해 수의사가 아닌 생산업자가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해도 불법이 아니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쳐)

동물보호법상 판매 하한선인 2개월령이 지켜지지 않은 채 너무 어린 반려동물이 판매되고 있는 것도 문제. 모체와 함께 지내며 충분히 면역력을 키울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각종 전염병과 질환에 취약하다. 게다가 보호자에게 동물이 가기까지 생산∙유통∙판매과정에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할 수의사의 역할은 찾아볼 수 없다.

번식장에서는 생산율을 높이기 위해 농장주가 직접 약을 사용하고 심지어 제왕절개 수술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동물의 주인이면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직접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한 자가진료 조항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의학적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의 의약품 사용과 수술이 모견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리 없는 상황.

파보바이러스 감염증 등 전염병으로 분양 받은 지 얼마 안된 반려견이 사망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동물판매업소에서 전염병에 걸린 개체들을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판매될 반려동물이 모이는 경매장이나 판매업소에서 수의사가 나이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전염병 방역만 철저히 해도 크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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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타마의 반려동물 경매장에서 수의사들이 경매에 참가할 동물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건강상태를 4등급으로 나눠 최하등급을 받은 동물은 경매에 참가할 수 없다.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쳐)

PD수첩이 소개한 일본 사이타마의 경매장이 그러한 좋은 예다. 경매에 나서는 모든 동물을 수의사가 검사하면서 나이를 확인하고, 심장, 슬개골, 눈, 유치, 보행상태, 피모 등을 점검한다. 낙찰 후에 개인 수의사를 대동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한 수의사는 “더러운 환경에서 의사도 없이 키우는 아기의 건강함을 기대하기 힘든 것처럼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라며 “번식장 환경도 열악하고, 수의학적 관리를 의무화할 제도적 장치도 없고, 오히려 비전문가의 자가진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한 반려동물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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