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법 개발에 임상·연구 머리 맞댄다
반려동물 난치질환 연구회 제안..분기별 세미나
24일(화) 서울대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열린 서울대 동물병원 그랜드라운드는 다소 색다른 주제를 조명했다. 반려동물의 난치성 유전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다.
동물병원과 대학, 유전자교정 기업이 함께 해법을 찾아보자며 ‘반려동물 난치질환 연구회’ 결성을 제안했다.
사람에서는 유전자치료제가 주요 신약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난치성 질환을 유전자 교정을 통해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 등 블록버스터 신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전성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 ‘엑사셀’도 미국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허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허가 받는다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적용한 첫 유전자치료제가 된다.
이날 그랜드라운드에서는 엔세이지 구옥재 박사(사진)가 유전자 교정 기술의 발전과 유전자치료제 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툴젠, 엔세이지 등 유전자 교정 기업에서 사람의 유전자치료제 개발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구 박사는 “동물에서도 유전자치료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항상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람에서는 그나마 유전질환에 대한 연구 보고가 다양한데, 동물에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뜻이 있는 수의사들이 모여 유전질환 환축의 임상샘플을 모으고, 유전자 교정의 목표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람과 동물에서 모두 발병하는 유전질환의 경우 동물에서의 연구가 사람용 치료제의 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듀센근위축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에 걸린 개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해 치료한 연구가 2018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보고되기도 했다.
라트바이오를 창업해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형질전환 동물을 개발하고 있는 장구 서울대 교수는 “사람에서 유전자치료제 개발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동물에서는 안과, 신경과의 난치질환에서부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그랜드라운드에서는 강선미 서울대 임상교수가 개에서의 유전성 망막질환과 관련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강선미 교수는 “개에서 유전성 망막질환은 치료법이 없다. 아직 기능이 남아 있는 상태라면 (악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개의 망막 유전질환 중 가장 흔한 진행성망막위축(PRA)이 대표적이다.
강 교수는 “사람과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있는 개의 유전질환 환축이 모델동물로서 연구에 활용되어 왔다”며 RPE65 유전자 결핍을 예시로 들었다.
RPE65 유전자는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의 타겟이기도 하다.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 유전성 망막질환을 유전자 교정으로 치료하는 방식이다.
장구 교수(사진)는 “사람에서도 기존에 불치병, 난치병으로 알려진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자치료가 시도되고 있다”며 “개에서도 유전체 기반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대가 곧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이미 국내에도 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나왔고, 유전병 검사를 의뢰해보고 대비하는 보호자들도 일부 있다”며 “검사에서 끝나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까지 이어가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난치질환 연구회’를 결성한다. 대웅제약, 대웅펫이 후원한다.
관심 있는 일선 임상수의사와 연구자, 기업이 한데 모여 분기별로 세미나를 열고 유전성 난치질환 증례를 공유할 계획이다(문의 : animalrarediseas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