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가 난리라는데..반려동물은 문제 없나요? 막연한 걱정은 ‘NO’

동물보다 사람 선호하는 빈대, 반려견 산책 통해 유입될 가능성도 희박..빈대 사멸효과 보고된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약 성분도 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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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빈대가 다시 출몰한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반려동물과 빈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일선 동물병원에도 반려동물이 빈대에 물리면 위험하지 않는지, 반려동물을 통해 빈대가 집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아직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빈대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빈대는 동물보다 사람 흡혈을 더 선호하는데다, 다른 주요 외부기생충과 달리 중증질환을 매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통해 빈대가 집안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낮다.

반려동물에서 쓰이는 외부기생충예방약 성분들 중 일부는 빈대 사멸 효과를 보인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국내 출시된 반려동물용 의약품 중에 빈대 치료용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은 찾지 못했다.

빈대 성충 (González-Morales, M.A., Thomson, A.E., Petritz, O.A. et al. Systemic veterinary drugs for control of the common bed bug, Cimex lectularius, in poultry farms. Parasites Vectors 15, 431 (2022).)

빈대는 동물보다 사람 흡혈을 더 선호한다

산책한 반려견 통해 유입될 가능성도 희박

신성식 전남대 수의기생충학 교수는 “빈대는 대부분 사람을 공격해 흡혈하지만 드물게는 개·고양이도 흡혈한다”면서도 “동물과 사람이 함께 있을 경우 사람을 선택하여 흡혈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집에 빈대가 있다면 반려동물도 물릴 수는 있지만, 체모가 드문 사람에 익숙한 빈대는 털 속으로 기어들어가 흡혈해야 하는 개·고양이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흡혈과정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 각종 전염병을 매개하는 진드기와 달리 빈대는 사람이나 동물에서 감염병을 매개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도 지목했다. 질병 매개보다는 물려서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주요 문제라는 얘기다.

산책하는 개에 빈대가 붙어 집 안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두고서도 ‘매우 희박하다’고 선을 그었다.

빈대는 기본적으로 야행성인데다, 흡혈할 때만 숙주에 접근해 5~10분 정도 흡혈한 후 떨어져 나가 생활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빈대는) 같은 드라큘라이지만 수풀에 살면서 야생동물을 좋아하고 추운 겨울도 거뜬히 견뎌내는 참진드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산책하는 개가 빈대를 집안에 가져올 가능성보다는 사람이 다중 숙박시설을 이용하거나 해외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빈대를 들여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수의피부과에서도 빈대는 아직 큰 이슈 아냐

황철용 서울대 수의피부과학 교수는 현재로선 빈대가 반려동물 피부과에서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전했다.

해외의 주요 수의피부과학회에서도 빈대에는 큰 관심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반려동물이 빈대에 물렸다 하더라도 벌레 물림에 준해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 이태현 원장은 “빈대에 대해 묻는 보호자 분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산책 후 피부가 빨개지거나 가려워한다고 해서 빈대 문제일 가능성은 낮다. 동물병원에 내원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혹시 빈대에 물렸다 해도 상처부위 소독이나 소양증 저감을 위한 대증 치료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식 교수는 “집안에 빈대 서식을 확인했다면 반려동물용 침구류와 옷가지는 뜨거운 물에 삶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빈대는 열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빈대 예방용 정식 허가 동물용의약품은 없지만..

빈대 사멸효과 보고는 여럿

이처럼 반려동물에서는 아직 빈대로 인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보니 벼룩, 진드기 등 다른 외부기생충과 달리 빈대를 타겟으로 한 동물용의약품은 찾기 어렵다. 주요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기업을 통해 빈대에 허가 받은 반려동물용 의약품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 출시된 외부기생충제제들 중 빈대에 사멸효과가 보고된 성분들이 있다는 점은 참고할 수 있다.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의 넥스가드 스펙트라에 함유된 아폭솔라너(afoxolaner)는 빈대 사멸효과가 보고됐다. 개에 넥스가드 스펙트라를 먹인 후 1일·7일·14일·21일·28일째에 빈대를 흡혈시키자, 흡혈 후 72시간 이내에 빈대가 죽는 비율이 최대 85%에 이르렀다.

해당 연구결과는 2021년 국제학술지 ‘Parasite’에 발표됐다(Insecticidal efficacy of afoxolaner against bedbugs, Cimex lectularius, when administered orally to dogs).

베링거 측은 “해당 실험은 빈대를 1회만 흡혈시켰는데, 실제로는 빈대가 주1회 혹은 더 자주 흡혈하는 성향을 보이는만큼 유효 성분이 계속 농축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MSD동물약품 브라벡토의 플루랄라너(fluralaner) 성분은 닭에 감염된 빈대에 효과를 보였다. 브라벡토의 허가사항에는 빈대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주로 문제가 되는 빈대(Cimex lectularius)를 사멸시키는 효과는 확인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진이 플루랄라너의 빈대 사멸효과를 실험한 결과 닭에게 브라벡토를 2.5mg/kg으로 1회 투여한 닭은 2주간 사멸효과를, 0.5mg/kg을 1주 간격으로 2회 투약한 경우 4주간 사멸효과가 유지됐다.

이미 국내에는 플루랄라너 성분의 닭진드기 방제용 엑졸트(exzolt) 제품이 출시된 바 있다.

해당 연구결과는 2022년 국제학술지 ‘Parasites & Vectors’에 보고됐다(Systemic veterinary drugs for control of the common bed bug, Cimex lectularius, in poultry farms).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보이는 빈대에 대안으로 제시된 성분 중 하나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도 이미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예방약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엘랑코동물약품의 어드밴틱스, 애드보킷, 세레스토 등은 이미다클로프리드를 함유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피모에 작용해 외부기생충 예방효과를 보인다. 어드밴틱스의 경우 빈대는 적응증에 없지만, 외부기생충에 대한 기피효과(repellency)를 보이는 점도 특징이다.

반려동물용 이미다클로프리드 제제가 빈대에 대한 적응증을 허가 받지는 않았지만, 엘랑코는 미국 등 해외에선 같은 성분의 스프레이형 제제를 빈대용 살충제로 판매하고 있다.

엘랑코동물약품 관계자는 “외부기생충에 물릴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르는 예방약이 더 효과적”이라며 “피모에 접촉만으로도 외부기생충에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물릴 가능성을 감소시킨다”고 전했다.

피프로닐(fipronil)도 내성 빈대에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지목됐다. 베링거의 프론트라인과 브로드라인, 버박의 에피프로 스팟 온, 베토퀴놀의 플레복스 스팟 온, 녹십자수의약품의 스팟라인 등이 피프로닐을 함유한 반려동물용 외부기생충약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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