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채취 사육곰 산업 40년만에 끝난다’ 야생생물법 개정안 국회 통과

2026년 이후 사육곰 사육·증식·웅담채취 등 전면 금지..남은 사육곰 보호시설 지원 근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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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담 채취용으로 철창 안에서 곰을 기르는 사육곰 산업이 40년만에 막을 내린다.

2026년부터 사육곰 사육과 부속물(웅담) 생산·섭취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 : 동물자유연대)

국내 사육곰 산업은 1981년 정부가 웅담 채취용 수입을 장려하면서 시작됐다. 1993년 한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수입이 금지됐고 웅담 수요도 점차 줄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2014년부터 3년여간 전국 사육곰을 대상으로 중성화 사업을 벌여 추가적인 번식을 막았지만 아직 전국적으로 300여마리의 사육곰이 남아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불법 증식을 벌이고, 열악한 사육환경에 탈출사고까지 종종 벌어지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에도 충남 당진에서 곰 한 마리가 탈출해 사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한 켠에서는 환경단체, 동물보호단체들이 농가가 사육을 포기한 곰들을 동물원이나 해외 생추어리로 이주하는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2021년 농가,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끝에 2026년 사육곰 산업 종식에 합의했다. 2025년까지 농가가 자율적으로 처분하고, 나머지는 보호시설로 옮기는 방식이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법은 이 같은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여 법에 못박았다.

개정법은 누구든지 사육곰을 소유·사육·증식할 수 없도록 했다. 사육곰을 보호시설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사육곰이나 그 부속물을 양도·양수·운반·보관·섭취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어긴 사육곰이나 그 부속물은 몰수한다.

2026년까지는 기존의 곰에서 웅담을 채취할 수 있지만, 이 때도 수의사에 의해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농가가 사육을 포기하거나 몰수한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시설을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기관·법인·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운영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구례와 서천에 보호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비롯한 13개 동물보호단체는 사육곰 산업 종식을 고하는 야생생물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했다.

단체들은 “곰의 쓸개를 보신용으로 활용해 온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 산업이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됐다”며 “그동안 좁은 철창 안에서 죽어간 곰들을 떠올리면 만시지탄이지만, 아직 살아있는 300여 마리 사육곰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사육곰 종식에 정부의 노력과 시민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례, 서천에 계획 중인 보호시설로는 남아 있는 사육곰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데다, 구조될 사육곰의 매입 주체나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사육곰 보호시설은 동물원이나 오락 시설이 되지 않고, 고통받은 사육곰을 온전히 돌보는 곳이어야 한다”며 “시민단체들은 사육곰 산업의 완전한 종식의 길에 아낌없이 협력하고, 끝까지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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