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학교 동물병원, 특수동물과에서의 2주! [1부]

2023 실습후기 공모전 [대상] 충남대 수의대 안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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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지원 동기와 지원방법, 실습처에서 담당한 역할을 다룬 1부, 실습처에서 만난 흥미로운 케이스를 소개한 2부, 실습에서 느낀 점과 추천을 전하는 3부로 이어집니다 – 편집자주>

예과 때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 신청했던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의 근무경험 이후 야생동물, 특히 “새”를 좋아하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앵무새에 대해 야금야금 공부해 앵무새를 가족으로 들이기도 하고, 관심을 이어 나가면서 야생동물·특수동물에 관련된 다양한 기관에서 실습하고 공부하려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AAV(Association of Avian Veterinarians)라는 단체에 학생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는데, AAV를 통해 2023년도 여름 미국 보스턴에서 <2023 Exotics Conference>가 열릴 예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특수동물 학회라니!”

유명한 연사들로부터 직접 강의를 듣고, 학생도 참가할 수 있는 wet lab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수의대생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8월 20일~8월 24일, 총 5일간 진행되는 Exotics Conference 신청을 다짐했는데요, 미국에 가는 김에 컨퍼런스 앞뒤로 실습이 가능한 곳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코넬대학교 동물병원 실습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Texas A&M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산하의 “Schubot Center for Avian Health “에 개인적으로 연락해보기도 하고, 세계수의학도협의회(IVSA)를 통해 실습처를 모색해 보기도 했지만, 여러 곳에서 실습생을 받아줄 여건이 되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외부 실습생을 받아주는 프로그램이 이미 존재하는 “코넬대학교 엑스턴십”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운 좋게도 이메일 문의를 했을 때 “Exotics Services”에서 제가 지원하고자 하는 기간에 TO가 있다는 답변을 받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023 Exotic Conference in Boston(23.08.20-23.08.24), Program grid 앞에서!
(왼쪽) Exotic Conference 첫날에 참가했던 Wet lab
(오른쪽) Plenary Session, 대마초를 먹은 앵무새의 급성 대마초 중독을 ILE(Intravenous Lipid Emulsion)로 치료한 케이스 소개
Exotics Conference에서 Lauren Thielen 교수님 강의를 듣고, 2주 뒤에 코넬대학교 실습에서 뵙겠다고 말씀드렸다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엑스턴쉽 안내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준비했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적혀 있는 이메일(cvm-profservices@cornell.edu)을 통해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하고, 궁금했던 사항들을 해결했습니다.

 

① 미리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

1) Clinical Visit Request Form(안내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가능) : 해당 서류에서 “엑스턴십을 신청할 수 있는 과(Service)”와 “기간(Rotation Block)”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CV(영문 이력서) : 경험했던 실습 또는 임상경험 포함하여 기재

3) Letter of Introduction(영문 자기소개서) : 엑스턴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 학교와 학년, 신청하고자 하는 과(Service)와 기간(Rotation Block)을 포함하여 기재

4) 광견병 예방접종 영문증명서 : 광견병 예방접종 및 영문증명서 발급 가능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02-2260-7114)입니다.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는 실습 신청 시가 아닌 실습 승인된 이후에 요구하지만, 광견병 예방접종을 모든 병원에서 해주는 것이 아니며, 총 2회(14일 간격)를 맞아야만 증명서 발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습 신청 시 미리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5) 결핵 검사 영문증명서(Negative Tuberculin Test (TB)) : Zoological, Wildlife, Exotics 또는 Lab Animal Services에 지원할 경우, 결핵 검사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안내 사이트에 적혀 있어서 준비를 했으나, 실제로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② 지원 가능 학년

코넬대학교 엑스턴십은 본과 3~4학년 학생(Final or Next to final clinical year of veterinary school)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③ 지원 시기

엑스턴십 안내 사이트에는 실습 기간보다 “최소 4달” 이전에 지원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6월에 문의하여 7월에 지원했고, 결과적으로는 실습 기간 “2달” 전에 지원하여 실습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엑스턴십 제도가 코넬대 수의대 4학년 학생들의 로테이션과 함께 진행되므로, 여름방학 엑스턴십의 경우, 5월 이후에 자대 학생들 로테이션 일정이 결정되어야만 엑스턴십 진행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4달 이전’에 문의한다고 해서 바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 늦게 문의한다고 지원이 불가능한 것이 아닌 듯합니다.

Clinical Visit Request Form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과와 Rotation block을 결정했다면, 이메일을 통해 담당자에게 언제부터 지원할 수 있는지 문의 후 준비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④ 지원 절차 및 비용

Clinical Visit Request Form 통해 Service와 Rotation block 결정 후 이메일 문의 → 지원 가능 시 필수 서류 (Clinical Visit Request Form, CV, Letter of Introduction) 이메일 통해 제출 → 서류 검토 (제 경우에는 1달 정도 걸렸습니다.) → 실습 승인 이메일 확인 → 광견병 예방접종증명서 제출, 여러 서류에 서명, Processing fee (200$) 송금 → Rotation 관련 안내 이메일 확인 → 실습 첫날에 실습 비용 결제 (주당 950$)

 

⑤ 숙소 구하기

학교에서 기숙사 제공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메일로 문의하면 코넬대학교 학생들 또는 직원들이 비교적 저렴하게 방을 임대해주는 “Short Term Temporary Housing List”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리스트를 통해 알게 된 은퇴하신 연구원 할머니네 댁에서 실습기간 안전하고, 비교적 저렴하게 묵을 수 있었습니다.

실습 첫날에 실습 담당자 직원분과 만나기로 했던 코넬대학교 동물병원 정문. 이날 실습 담당자 직원분이 휴가를 가고 나를 만나기로 한 약속을 까먹는 해프닝이 있었다. 원래는 첫날에 실습 담당자분께서 병원 투어를 해주신다고 하는데, 그걸 못 받아서 너무 아쉽다!
실습 첫날에 받은 이름표로, 모든 진료과정에서 이름표를 하고 다녀야 했다.
보호자 문진과 상담이 이루어지는 진료실
내 자리에서 찍은 특수동물과 처치실 내부

▶ 스케쥴

제가 신청했던 과의 이름은 “Wildlife/Exotics/Zoo Medicine”으로 로테이션 시작 이전에 ①외부의 동물원 (직접 외부 동물원에 연락하여 다녀오는 것으로 제 고려대상은 아니었습니다) ②야생동물센터에서의 야생동물과 ③코넬대학교 동물병원 내의 특수동물과 중 어디에서 실습할 예정인지 선택을 하도록 합니다.

보통 코넬대학교 학생들은 야생동물과에 1주일, 특수동물과에 1주일, 총 2주간 로테이션을 도는데, 저는 2주가 두 과를 경험하기에는 다소 짧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2주 모두 특수동물과 실습을 하겠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코넬대학교 동물병원 특수동물과의 기본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특수동물과는 2~3주에 한 번씩 진료 담당 교수님이 바뀝니다. 첫 주에는 소형 포유류를 주로 보시는 Nicola Di Girolamo(DipECZM(Herp), DipACVPM, DipACZM) 교수님께서 계셨고, 두 번째 주에는 조류를 주로 보시는 Lauren Thielen (DipABVP) 교수님께서 계셨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두 임상교수님을 모두 뵐 수 있었죠.

위 임상교수님들 외에도 Zoological Companion Animal Intern 선생님 두 분과 테크니션 두 분 그리고 코넬대학교 수의대 1, 2학년으로 구성된 학생 테크니션들이 있었습니다.

 

▶ 역할

엑스턴쉽을 신청하던 당시 “과에 따라서 진료과정에 아무런 참여 없이 ‘관찰자’가 될 수도 있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도착한 첫 날에는 담당 교수님께서 “짧은 기간 동안 와 있는 것이니, 학생들이 해야 하는 일에 부담 갖지 말고, 충분히 공부만 하다가 가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미 병원에 도착하는 과정과, 이것저것 설명을 듣느라 실습 첫날 아침부터 과부하가 왔던 저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제가 일을 덜 하게 됨으로써, 저와 함께 로테이션을 돌게 된 코넬대학교 졸업반 학생의 일이 늘어났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약 하루 만에 병원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게 되어 이튿날부터 ‘로테이션을 도는 학생들과 동일한 부담을 주셔도 된다’고 교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실습 둘째 날부터 저에게 주어졌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History taking & Physical Examination

외래환자가 접수하면 보호자를 진료실로 안내하고, 수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이전에 학생들이 ‘문진’을 진행합니다.

초진의 경우, 포유류/조류/파충류별로 History Taking Sheet가 있습니다. 이를 보호자분께 작성하도록 안내한 후 내원하게 된 주요 증상, Referral 병원에는 언제 갔는지, 어떤 처방을 받았는지를 묻고, 환자의 주 먹이와 사육환경에 대해서 질문을 합니다.

재진의 경우는 보다 간단하게, 지난 내원 이후의 변화와 처방약이 있었다면 추가로 처방이 필요한지를 묻습니다.

환자를 처치실로 데리고 들어가면, 문진 결과와 보호자가 작성한 History Taking Sheet를 바탕으로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논의하여 진료계획을 세우고, 환자의 신체검사를 진행합니다.

환자가 당장 안정화가 필요한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수의사 선생님께서 먼저 신체검사를 하고, 학생들도 동일하게 신체검사를 진행하여 서로가 느낀 특이점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실습 시작 이전에 특수동물 신체검사 관련하여 안내 문서를 전달받았고, 나름 숙지해 간다고 열심히 공부해 갔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제 특수동물 환자 대상으로 주도적인 신체검사를 진행한 경험이 전무했고, 이는 코넬대학교 로테이션을 돌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실습 초반에 교수님과 수의사 선생님들께서 각 동물 종별로 신체검사 순서와 방법을 정말 자세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신체검사 이후에는 보호자가 있는 진료실로 수의사 선생님과 함께 들어갑니다. 수의사 선생님께서 신체검사 결과와 이에 따른 진료계획을 보호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함께 듣습니다.

이렇게 제가 문진을 한 환자는 ‘제 환자’가 되어 병원에서 진단검사와 처치, 수술을 할 때 계속 따라다니게 되며, 해당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 작성과, 오전‧오후 라운딩도 제가 준비하게 됩니다.

 

② Inpatient Management

입원 환자의 Appetite(먹이를 먹은 정도), Defecation, Mentation, Respiration, Heart Rate를 수의사 선생님께서 작성해 주신 flow sheet에 맞게 확인해야 합니다.

오전/오후 처치 시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약물을 준비합니다. 또한 오전에 환자의 상태에 대해 보호자와 통화를 하고 이에 대해 차트에 기록합니다.

수의사 선생님들께서 가능한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고자 하십니다. 약물을 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피하주사와 근육주사까지 위급하거나 위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학생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매일 새로 만들어서 입원장 앞에 붙였던 입원 flow sheet와 뒤에는 Salpingectomy를 받은 반려 암탉.

③ Charting

외래환자들과 입원환자들 중 제 담당인 환자들의 차트를 작성했습니다. 외래환자는 문진과 신체검사 내용부터 주 증상, 진료계획과 진행된 진료 내용을 작성합니다. 입원환자의 경우 매일 오전‧오후 처치 내용과 SOAP(Subjective-Objective-Assessment-Plan)를 기입합니다.

또한 퇴원하는 환자에게는 “Discharge Home Instructions”라는 안내문도 작성했습니다. Discharge Home Instructions는 진료와 수술과정, 그리고 앞으로 보호자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 약물에 대한 설명이 적힌 안내문입니다. 이전에 작성했던 차트를 기반으로, 전문용어를 쉬운 용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차트는 이튿날 아침 이전에 초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해당 환자의 퇴원 이전에 수의사 선생님께서 검토해주십니다.

 

④ Daily Rounding preparation

오전 처치 이후, 첫 오전 진료 이전에, 입원환자들과 당일 내원하거나 수술하는 환자들에 대한 간단한 라운딩이 매일 있었습니다. 저는 제 입원환자의 내원하게 된 History부터 치료과정과 현재 상태, 현재 처치하고 있는 약물의 종류와 용량에 대해 요약하여 교수님과 수의사 선생님들께 전달해야 했습니다.

이때 교수님들께서 질환과 약물에 대한 이론적 질문을 하시기도 하고, 앞으로 치료 계획에 대해 묻기도 하였기에 전날에 시간이 된다면 환자에 대해 공부하고 정리해가야 했습니다.

 

⑤ On Call

로테이션을 도는 학생 중 하루에 한 명 이상은 “On call”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퇴근(보통 6-7시) 이후에 응급환자가 오거나, 입원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면 학교로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학생이 학교로 다시 나오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실습할 당시 특수동물과가 응급진료를 어떻게 볼 것인지 응급의학과와 조정을 하고 있던 시기여서 응급환자가 내원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코넬대학교 동물병원에서 20년 이상 있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코카투, Flacia!
(왼쪽) 코넬대학교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을 이어주는 복도.
(오른쪽) 동물병원에서 수의과대학으로 넘어가면 나오는 넓은 식당 겸 모임공간. 사진은 노동절에 오전 입원환자 처치 후 찍은 사진이어서 아무도 사람이 없으나, 평일에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학생 식당이 정말 잘 되어있다!
내 환자였던 암탉의 오후 처치를 하는 모습. 옆에 닭을 잡고 있는 건 코넬대학교에 학생 테크니션이다. 저렇게 착한 닭은 처음 봤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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