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활성화 위해 진료부 공개? 오히려 상품 다양화 필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반려동물 보호자 대상 펫보험 인식조사 결과 발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양육 가구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제안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 동물진료부 공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달리, 연구원은 “보험사에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 16만 8천원..이중 병원비는 4만원
보호자 67% “반려동물보험 가입 의향 있어”
연구원은 2023년 10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전국 반려동물 양육자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는 16만 8,850원이었다. 그중 사료 및 간식(펫푸드) 구매 비용이 80,331원, 동물병원비가 40,058원이었다.
연구원 측은 “동물병원비 지출액은 반려동물 나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8세 미만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월평균 동물병원 지출액이 3만 4,227원이었고, 8세 이상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월평균 동물병원 지출액은 4만 8,223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보호자들의 상당수는 펫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었다. “펫보험(반려동물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1%, “매우 있다”는 응답이 26%로 반려동물 양육자 3명 중 2명이 반려동물 보험 가입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현재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보험 회사의 연간 매출(보험료)은 2018년 11억원에서 2022년 288억원으로 25배 이상 증가했고, 보유계약 건수도 7,005건에서 7만 1,896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으나,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2022년 기준 1% 이하로 미국(약 10%), 일본(약 9%), 스웨덴(약 40%)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펫보험 가입 안 하는 이유는 ‘보험료 부담’, ‘적절한 상품 부재’, ‘보험에 대한 낮은 신뢰도’
그렇다면,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펫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려동물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부담(61.7%)”, “적절한 판매 상품의 부재(39.0%)”, “반려동물보험에 대한 낮은 신뢰도(36.3%)”, “낮은 동물병원 이용률(17.2%)” 등의 답변이 나왔다(중복 응답 허용).
즉, 현재 11개 보험사가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지만, 보험료를 별도로 납부해 가며 가입할 만한 펫보험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보험료 부담이 적고, 보장성이 넓은 상품이 있다면 펫보험에 가입하는 보호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판매되는 상품의 보장과 유사한 조건을 제시했을 때 월평균 반려동물보험 지불의향금액은 평균 3만 2,992원이었다”며 “0세 말티즈 기준 월평균 초기 보험료가 약 4만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양육가구의 지불의향금액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복지 개선 및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펫보험 활성화 필요”
“펫보험 상품 다양화하고, 정기적인 동물병원 방문 문화 조성해야”
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려동물보험 시장 규모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작은 수준”이라며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복지 개선뿐만 아니라 농식품 및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써 반려동물보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 보험 시장 확대를 위해 ▲다양한 펫보험 상품 개발·판매(다양한 보장뿐만 아니라 저가에서 고가 상품까지 다양한 가격대 상품 개발 필요) ▲반려동물보험 신뢰도 제고(보험 가입 및 보험료 청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서비스 향상 및 편의성 개선) ▲동물병원 방문 문화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동물병원 방문 문화 조성과 관련하여 “반려동물보험 산업은 수의 서비스 산업의 성장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며 “반려동물 입양·양육 과정에서 교육 및 홍보 확대를 통한 동물병원 방문 촉진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정기적인 동물병원 방문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 방안(펫보험활성화 대책)에는 진료기록 증빙을 위한 ‘동물진료내역 발급 의무화 추진’, ‘다빈도 중요 진료비 게시 및 진료항목 표준화’, ‘비문·홍채 등 생체인식정보로 동물등록 허용’ 등 수의계가 반대하는 계획이 다수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