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수의사·상급동물병원 체계 연내 도입안 마련
농식품부 24’ 주요업무 추진계획 발표..동물병원 진료비 게시 확대 두고 이견
정부가 전문적인 동물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수의사(전문의)·상급동물병원 체계 마련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4일 발표했다.
여기에는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항목을 현재 11개에서 20개로 늘리고, 사전 구두고지 의무를 중대진료에서 모든 진료로 대폭 확대하는 등 수의사회가 반대하고 있는 사안도 포함됐다.
政, 진료비 게시 항목 20개로 확대 계획
수의사회 ‘섣부른 확대는 부적절’
동물의료와 관련해 농식품부가 제시한 업무계획은 투명성·전문성 제고와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 완화를 내세웠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동물병원 진료 절차 표준화 및 진료비 게시항목 확대 등을 통해 반려동물 양육자들의 진료비 부담도 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선 이달 다빈도 항목에 대한 표준진료절차를 고시한다. 중성화수술, 예방접종, 무릎뼈 안쪽 탈구 수술 등 20개 항목의 표준진료절차를 담은 고시안을 준비하고 있다.
진료비 게시항목은 기존 11종에서 20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CT, MRI 등을 확대 예시로 지목했다. 예상되는 비용을 사전에 고지하도록 한 의무사항도 현행 수술 등 중대진료에서 모든 진료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진료비 게시와 사전고지의무의 섣부른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당장 진료비 게시 의무가 모든 동물병원에 적용된 지 두 달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2배로 확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이미 적용된 진료비 게시가 현장에서 잘 정착하는지,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며 “사람에서도 비급여 진료비의 게시 확대가 병원 규모별·항목별로 10여년간 단계적으로 확대된 바 있다”고 말했다.
설령 게시대상이 확대되더라도 특정 수술 등 여러 진료행위를 포괄하는 항목의 가격비교는 부작용이 너무 큰만큼, 개별 검사나 처치 항목에 국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 사전고지의무를 모든 진료로 확대하는 것을 두고서도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략적인 안내는 수의사-보호자-환자관계(VCPR) 하에서 이루어질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수의사 제도·상급동물병원 체계, 올해 도입안 마련
농식품부는 전문적인 동물의료 수요에 대응해 동물병원 전문수의사 제도와 상급동물병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전문과목 표시기준, 상급병원 지정기준 및 운영 세부 방안을 12월까지 마련한다. 지난해 동물의료개선방안을 통해 발표했던 과제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셈이다.
대한수의사회도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수요가 있다.
스스로 전문병원의 타이틀을 내세우는데 별다른 기준이 없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도 없고, 과대광고의 위험도 상존한다. 공식적인 전문수의사 과정이 도입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수의사를 배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아시아수의전문의제도에 참여하거나 한국수의전문의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과목별로 진행상황에 편차가 크다.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시험전문의를 배출한 과목이 있는가 하면, 인정전문의 선정 절차에 수 년간 머물러 있는 과목도 있다.
동물병원 분류도 현재는 중구난방이다. 하지만 수의사들 사이에서 1~3차, 심지어 1.5차라는 용어도 통상적으로 쓰인다.
이들을 분류할 때 병원의 크기나 CT·MRI 등 고가 장비의 유무, 진료과목별 학위자 보유, 야간응급진료 등을 지표로 삼긴 하지만 명확한 선은 없다. 보호자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다.
박정훈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상급병원은 올해 안에 관련 제도의 기본 방향을 만들겠다”면서 “관련 단체나 병원 등과 협의해 올해 안을 만들고, 협의가 되면 내년에 법적근거를 만들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