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야 금방 갈게’ 해양보전단체 플랜오션 첫돌

해양포유류 부검연구, 국제 컨퍼런스로 활동폭 넓혀..좌초 고래 대응 시스템 ㄱㄱㄱ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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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전 시민단체 플랜오션(대표 이영란)이 첫돌을 맞았다.

돌잔치를 앞둔 2월 2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로 옮긴 새 둥지에서 만난 이 대표는 1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선은 재밌었다”면서도 “정말 좋은 일도 돈이 있어야 한다.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오션이 2월 29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1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고래 부검, 국제 컨퍼런스, 수족관 기준 개발

활동폭 넓힌 첫 해

플랜오션은 지난해 3월 프레스센터에서 창립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해양포유류 보전·연구 활동과 지속가능한 수산업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기치로 내걸었다.

해양수산부 승인 비영리법인인 플랜오션은 첫 해 정부로부터 다양한 연구과제를 맡았다. 상괭이를 중심으로 한 해양동물 부검연구와 상괭이 보전결의안 이행 활동,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에 따른 수족관 세부기준 개발 등을 진행했다. 현장에서의 부검부터 국제협력을 위한 학술컨퍼런스 개최, 제도 개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한 셈이다.

플랜오션 출범을 계기로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고래질병특별위원회가 설치되기도 했다.

이영란 대표는 “여러 정부과제를 맡으면서 성과도 괜찮았다. 지난해 9월 개최한 고래보전 국제컨퍼런스는 국내외로 좋은 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쉬운 점도 남았다. 지속가능한 수산물 저변 확대 캠페인을 위해 타 NGO나 수산관련 기업, 지자체 등과 네트워크를 만들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의 여파로 본격적인 활동은 미뤄졌다.

지난해 9월 열린 고래보전 국제컨퍼런스에는 전세계 고래 전문가들이 모였다.
지난해 10월 여수에서 발견된 좌초 현장.
지역민의 연락으로 좌초를 파악해, 현장 해경의 협조를 얻어, 부검은 충북대에서 진행됐다.

좌초 고래 전문가 현장대응 시스템 만들어야

고래야 금방 갈게, ㄱㄱㄱ프로젝트

이영란 대표는 “전날(2/28)에도 건국대 수의대에서 상괭이 부검을 진행했다”면서도 해양포유류 부검연구가 그 중요성에 비해 실행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괭이를 비롯한 해양포유류가 혼획되거나 해안가에 떠내려와도 현장에 전문가가 출동해 문제를 파악하고 부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인력도 설비도 없다.

현행 관련 제도가 해경이 고래고기 불법유통을 막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은 어민이 그냥 바다에 버려버리거나, 부검이 가능한 개체라 해도 실행단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날 건국대에서 부검한 상괭이도 전남 여수 해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개체들을 이영란 대표가 지인을 통해 파악한 것이다.

이 대표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부검·시료채취를 포함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플랜오션은 현장에 전문가가 신속히 출동해 부검 등을 진행하는 인프라를 만드는데 더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좌초 현장에서 검사와 치료, 부검까지 실시할 수 있는 출동차량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러면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ㄱㄱㄱ프로젝트(고래야 금방 갈게)’를 소개했다. 고래가 해안에 좌초하면 해경과 함께 플랜오션이 출동해 현장에서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좌초한 고래가 아직 살아 있다면 검사·치료하여 돌려보내고, 폐사했다면 부검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좌초 대응 전용 차량을 구비하는 것이 1차 목표다. 현장에서 바로 검사·치료·부검이 가능하도록 대형 차량에 기본적인 검사·부검장비를 싣는 형태다.

정부가 지정·운영 중인 해양동물 전문구조 치료기관과도 연계할 수 있다. 이들 기관이 대부분 사설 아쿠아리움이다 보니 실제 사건이 벌어져도 현장에 출동하여 구조활동을 벌이기는 어려운데 ‘ㄱㄱㄱ프로젝트’가 현장 대응과 동물 운송을 맡아준다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란 대표는 “연간 몇 천마리가 죽는다고 하는 상괭이도 혼획이 주요 원인이라고만 하지 정말 왜 죽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어떤 고래가 얼마나, 어떻게, 왜 죽는지 알아야 한다. 그게 우리 바다의 상태를 아는 단서가 된다”고 강조했다.

걱정도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연구예산 규모를 줄이면서 1년차에 맡았던 연구과제 상당수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영란 대표는 “올해는 정부 과제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 들어서 더 걱정”이라며 “플랜오션 활동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들은 많지만 실질적인 지원으로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며 웃었다.

기업이나 펀드 후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ㄱㄱㄱ프로젝트를 비롯해 구상했던 과제를 하나하나 추진하면서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플랜오션 활동 및 후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플랜오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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