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제1기 해외동물의료봉사] 나에게 봉사의 의미 – 이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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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플라톤-

NEO는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갑작스러운 시작과 함께 디딘 발걸음은 모두가 한 걸음씩 함께 내디디며 천천히 나아갔다. ‘눈길엔 첫 발자국이 큰길이 된다’라고 한다. 다음 기수들에 도움이 될까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후배들을 위해 선배 수의사님들도 도움의 손길을 한 분 두 분 보내주셨고 그 손길들은 NEO를 힘껏 밀어주었다.

봉사 장소를 정하고 일정과 경로를 계획한 뒤 활동 규모와 필요 약품을 계산했고, 문화교류 같은 활동을 준비하는 등 하루 단위, 시간 단위로 준비했다. 그렇게 떠난 봉사활동에서 내가 마주한 사실은 나는 아무것도 스스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봉사는 소동물 의료봉사, 마을 순회 봉사로 나누어 이루어졌다. 나는 소동물 의료봉사팀 소속으로 2월 23, 26일은 내과 진료팀에서, 24일은 외과 수술팀에서 활동하였다. 내과 진료팀에서는 소동물의 기본적인 신체검사와 백신접종, 구충제 투여, 카테터 삽입 등의 활동을 했다. 외과 진료팀은 마취가 된 환축의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수술 보조, 마취 상태 확인 등의 역할을 맡았다.

280마리의 광견병 백신접종, 268마리의 종합 백신접종, 211마리의 중성화수술을 진행하며 그들에게 내가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아직 부족한 학생으로서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 서툰 솜씨나마 기본 신체검사 후 백신접종까지 마치면 찾아오는 것은 보람보다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먼저 다가온 건 현지 주민분들이었다. 웃으며 인사하는 얼굴들, 고맙다며 간식을 건네는 손길들, 따라다니며 장난치는 아이들의 발길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바로 지금 바로 이 장소에서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내가 맡은 일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자아실현, 인간 존중 정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이런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다. 그저 수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보람찬 일인지 보았다. 지금 배우는 교과 내용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배웠다. 다시 봉사를 떠난다면 무엇을 배우게 될지는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봉사활동은 내가 가진 것을 베푸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는 것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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